Sigh – Graveward (Candlelight, 2015)

Sigh – Graveward (Candlelight, 2015)

블랙메탈의 시작점인 Mayhem 의 레이블 Deathlike Silence 에서 앨범을 발매하며 블랙메탈 태동기부터 일본이라는 국가를 각인 시키게 만들었던 밴드, 심포닉 블랙메탈의 원조격으로 볼 수 있는 앞서 나가는 스타일을 구사 한 밴드, 블랙메탈에 사이키델릭-아방가르드-재즈 퓨전을 가미하며 탈-블랙메탈리즘에 누구보다 앞서 갔으며 깊고 유니크한 캐릭터를 완성 한 바 있는 밴드, 차원이 다른 클래식/오케스트라 뮤직에 대한 디깅을 계속 행하며 락/메탈과 클래식 음악과의 믹스쳐의 고정관념을 매번 박살내고 있는 밴드, 앨범을 발표 할 때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파격적인 혁신성을 추구하며 결론 역시 매번 뛰어나게 남기고야 마는 밴드, 자국내 스타 밴드가 아닌 월드와이드 메탈헤드들의 존경과 주목을 받으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진출” 을 오래전에 완성하고 그 위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밴드. 다들 알 것이다. 부동의 동양 메탈러 넘버원 Sigh 가 신작을 발표했다. 무려 10번째 앨범이 되는 Graveward 이다.

Sigh 의 최근작 Graveward 은 기대감 보다는 걱정감이 더욱 크지않나 싶은 앨범이다. Sigh 는 너무 많은것을 너무 부지런하게 보여줬기에 그러하다. “블랙메탈의 상업화” 라는 딱지가 붙어 버렸던 심포닉 블랙메탈을 음악적으로 매우 딥하게 & 매우 유니크하게 만들었고, 그 유니크함의 원동력인 싸이키델릭 하드락, 아방가르드/재즈 퓨전, 올드스쿨 쓰래쉬 메탈, 클래시컬 자파 메탈, 오케스트라 뮤직에 대한 탐구 역시 세세하고도 완벽했다. 자신들의 여러가지 음악적 소스 중 하나를 극단적으로 부각/디깅하여 만든 앨범도 여러장이며, 그것이 끝난 뒤에는 다시 다양한 요소들이 뭉쳐전 앨범들 역시 선보이기도 했다. 너무 많이, 너무 부지런히 보여줬다. 빠른 페이스 안에서 말이다. 이는 자연스레 “음악적 영감이 금방 달아 버릴텐데…” 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10번째이다. 고갈 될 만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Graveward 는 “정말 놀라운 앨범이다” 라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이번에도 Sigh 의 변함없는 음악적 장점인 “심포닉 블랙메탈이라는 장르를 깊게, 그리고 새롭게 만들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제시와 그에 합당한 뛰어난 결실” 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언제나 처럼의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본작은 최근에 발표한 두장 Scenes From Hell (2010), In Somniphobia (2012) 의 정통 오케스트라 탐구와 메탈화/자기화를 이어가는 앨범으로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전작 n Somniphobia 에서 보여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의 더욱 복잡하고 탄탄한 믹스쳐/밸런싱을 행하기도 한다. “져먼 쓰래쉬와 오케스트라의 결합” 이라고 명명했던 Hangman’s Hymn (2007) 에서의 격렬한 스피디-헤비함의 재사용도 있다. 더욱 과감한 클래식 합창단 사용과 메탈 사운드와의 이질감 제로의 놀라운 밸런싱 이라던지, 블랙메탈 or 클래식 카데고리에서 벗어나 테크노/일렉트로닉스적인 키보드/프로그램 사용이라는 신작다운 새로움도 만만찮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전작들에 비해 아방가르드 & 재즈 퓨전적 코드는 많이 줄었지만, 적은 비중으로 등장해도 여전히 강렬하게 다가 온다는 점,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앨범 특징에 걸맞는 비중을 적절히 줄이며 발생되는 이들만의 남다른 밸런싱 감각에 대한 플러스 효과발생 역시 빠트려서는 곤란한 이 앨범의 특징이기도 하다. 간단히 정의하면 본작을 통해 다시금 다양한 자신들의 음악적 특징들중의 한가지를 크게 부각 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이질감 제거 & 뛰어난 융합에 대한 것들을 깊게 만들기도 한다. 내실을 다지면서도, 진취적으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이율배반적인 앨범 되겠다.

Graveward 는 Sigh 만의 특징을 또 하나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작의 앨범들이 다양한 요소들 중의 한가지를 크게 부각 시키는 스타일로 가거나, 다양함을 모두 사용하면서 융합/조화 시키는 센스를 극단화 하는 방법으로 가던지 했다면, 신작 Graveward 는 그 두가지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며 Sigh 만의 다양함과 깊이를 더욱 강화 시키고 있다. 당연히 유니크함은 배가 되며, 깊이와 설득력 또한 굉장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Sigh 의 앨범을 합친것과 같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Sigh 앨범의 성과를 재 이용하되 매우 다른 특징을 만들어 내 앨범 특유의 개성을 극대화 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음악적 신선함이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려야만 하는 시기에, 완만하게라도, 억지로라도 상승곡선을 그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의 한계가 어디인가” 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이는 아마도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원동력인 끝없는 계획성과 실천성 역시 빠트려서는 곤란하겠고 말이다.

- Mike Villain


Out Of The Gr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