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ly Strange #02] Anthrax – Sound Of White Noise (Elektra, 1993)

[Totally Strange #02] Anthrax – Sound Of White Noise (Elektra, 1993)

1992년, Anthrax 의 리더 Scott Ian 은 눈엣가시와도 같던 보컬리스트 Joey Belladonna 를 해고한다. (탈퇴다 해고다 말이 많았지만 해고에 가깝다.) Scott Ian 은 Anthrax 가 광폭한 스피드를 지닌 유머러스한 밴드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헤비함 & 좀 더 진중한 메시지를 추구하는, 모던하고도 버라이어티한 매력의 밴드로 변화를 원했다. 허나 Joey Belladonna 는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했고, 무대위에서 보컬 퍼포머로써 점점 설렁설렁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Scott 의 미움을 샀다. (여기에 극과극 수준의 성격차이라는 문제점도 있었다. 그 소용돌이속에 발표 된 Persistence Of Time (1990) 앨범이 꽤 괜찮았던건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아이러니일 정도.) 결국 Scott 은 Joey 를 해고했고, Armored Saint 출시의 John Bush 를 바로 기용한다.

정통 헤비메탈 특유의 판타지적 매력과 80 US 하드락/헤비메탈의 패셔너블함을 매우 뛰어나게 겸비했던 밴드이자, 매 앨범마다 모던한 변화를 통해 상당한 음악적 임팩트를 남긴 바 있는 밴드인 Armored Saint,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John Bush 영입은 신의 한수였다. 그는 Metallica 가 오랜 시간동안 보컬리스트로 영입 하려고 하려고 애쓸 정도로 굉장한 실력과 독특한 보이스 컬러를 지닌 “몇 안되는 진짜배기 메탈 보컬리스트” 그 자체였고, Anthrax 가 원하던 다양함을 소화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John 의 영입과 맞물린 비즈니스적 상황도 좋았다. 새로 계약한 레이블인 Elektra 의 지원도 괜찮았으며, Metallica 와 Megadeth 가 대중적 하드락 성향으로 변화하며 상업적/비평적 성공 모두 거두며 “쓰래쉬 밴드들의 모던 & 캐치함으로의 변화가 긍정적이다” 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만들었기에 그러하다. 좋은 분위기속에 Sound Of White Noise (1993) 는 발표된다. 발매 첫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7위 데뷔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고, 평론가들의 호평 또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앨범은 Joey Belladonna 의 컴백작 Worship Music (2011) 이 나오기 전까지 Anthrax 라는 밴드를 극심한 침체에 몰아넣는 신호탄이 되고야 만다. 왜일까? 차근차근 알아보자.

높은 차트 순위로 데뷔 & 평론가들의 호평으로 인해 Sound Of White Noise 는 성공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정점이었고, 2010년대가 오기가지 Anthrax 는 완만한 경사를 내려오다, 결국 완벽한 나락에 빠지게 되어 버렸다. 그 원인은 고정팬들/메탈 매니아들을 서서히 잃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팬들/라이트 팬층을 바탕으로 한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Sound Of White Noise 는 Anthrax 의 지금까지 사운드와는 매우 달랐다. Anthrax 는 Slayer 와 1-2위를 다툴 만큼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밴드였고, 장난 꾸러기 메탈키드라는 유머러스한 캐릭터 또한 매우 강렬했다. Sound Of White Noise 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노선, 그루브와 리듬을 강조하고 심오한 내면적 성찰을 다루는 가사를 내세웠다. 평론가들의 호평이 있었지만, 올드 팬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Anthrax 가 극단적인 스피드를 선사하는 컬트한 코드의 밴드였기에 이런 반발은 당연했다. 그렇게 올드팬들을 조금씩 빠져 나갔다. 그에 비해 새로히 생기는 팬들의 수는 좀 많이 작았다. 여기에 얼터너티브 태풍이 불어 그와 정반대 이념을 지니고 있던 모든 메탈 음악들이 된서리를 맞았다는 점, 대중적 하드록 사운드가 많이 첨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니악한 코드가 강하기에 대중적으로 어필하기에는 결국 무리였다는 점도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 앨범은 결국 골드 레코드 (50만) 을 기록했고, 이는 Anthrax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일단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허나 그 희망적 전망은 오판으로 귀결된다. 2년뒤 발표 한 신작 Stomp 442 (1995) 의 결과는 처참했다. 판매고는 1/10 수준으로 줄었고, 첫주 차트 순위는 47위로 급락했다. 얼터너티브 열기가 너무 강해 메탈이 가장 안 되던 시기였으며, 메탈 팬들은 Pantera 에 (과하게) 집중 됐고, 새로운 팬층으로 노렸던 어린 헤비 음악 리스너들은 강렬한 센스의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든 메탈 밴드들이 된서리를 맞았고, Anthrax 는 그 중 제일 강하게 맞게 되었다. 쓰래쉬 빅4 중 하나였던 Anthrax 는 10만장도 못파는 퇴물이 되어 버렸다.

“Anthrax 의 몰락은 스타일의 체인지” 로 굳어졌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Sound Of White Noise 에게 있지만, 그 작품 자체를 실패작으로 보는건 대실수, 그 자체다. Sound Of White Noise 는 Anthrax 역사상 최고의 앨범을 될 수 없지만, 2-3번째 명반이 될 수 있는 자격만큼은 충분한 쾌작 앨범임을 부정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Sound Of White Noise 는 Metallica 의 블랙 앨범으로 대표되는 “쓰래쉬 메탈의 긍정적 대중화” 를 아주 잘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며, Pantera 로 대표되는 “메탈의 새로운 변화상” 에도 매우 잘 대처하던 (가장 잘 대처한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앨범이기도 했다. 리듬/그루브가 강조 되었지만, 과거 Anthrax 특유의 타이트한 리프/드럼비트의 난사가 충분히 작렬하는 신/구 조화형 앨범이라는 캐릭터성도 굉장하며, 리듬/그루브를 탑재한 Scott Ian 과 Charlie Benante 의 뛰어난 연주 테크닉은 과거보다도 더욱 더 빛나기도 한다. 올드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지닌 John Bush 의 보컬은 드디어 맞는 짝을 찾은 느낌이라는 점도 중요하며, John 의 음악 커리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량표출을 행하고 있다는 점도 빠질수가 없다. 과연 이 앨범이 실패작인 것인가? 아니다. 성공작이다. Sound Of White Noise 는 모든 밴드들이 어느 순가 행해야만 하는 음악적 변화에 대해 가장 충실했고, 그만큼 뛰어난 설득력을 지닌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성공작이다.

Sound Of White Noise 및 John Bush-Era 의 Anthrax 의 실패 원인은 스타일의 체인지로 크게 비춰지지만, 실제적으로는 급변하는 헤비 음악 시장 조류에 너무나도 잘못 휩쓸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몰락을 보여 주었다고 말하는게 옳다. 음악적 평가도, 판매고도 아주 좋았다. 게다가 변화하는 메탈씬의 분위기를 가장 수월하게 대처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nthrax 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밴드가 눈치 챘을땐 너무 늦었을 정도로 서서히, 그리고 제대로 말이다. 얼터너티브의 강렬함으로 인한 메탈 음악 천대현상, Pantera 라는 넘버원 90 메탈러의 지독한 강세,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이라는 신조류의 강렬함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는 쉽게 받아 들이기 매우 힘들다. Sound Of White Noise 와 그 차기작 Stomp 442 사이의 몰락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왜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Anthrax 는 참 잘했다. 그런데 한장 사이를 두고 매우 망했고, 회복하는데 15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뛰어난 행보를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한 이런저런 사람들” 이 원인이라는 결론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참으로 씁쓸하다. Sound Of White Noise 는 멋진 앨범이었다. 그런데 밴드가 망했다라? 참으로 씁쓸한 메탈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닐 수 없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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