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3] Municipal Waste – Hazardous Mutation (Earache, 2005)

[The Blackest #03] Municipal Waste – Hazardous Mutation (Earache, 2005)

다들 아시다시피 얼터너티브/그런지의 메이저 어필과 메이저 레이블의 강한 푸쉬로 인해 80년대에 존재했던 이런저런 메탈들은 “퇴출” 이라는 참극을 맞이했다. 상업적인 목표 달성에 매우 유리한 80 메탈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헤어메탈 사운드조차 메이저 레이블들의 살벌한 무관심 속에 홍보의 기회조차 거의 얻지 못한채 비즈니스적인 관계 정지를 처절하게 당했는데, 쓰래쉬 메탈과 같은 과격 80년대 세력은 오죽 하겠는가? 소수의 진정한 강자들만이 남은 채, 그렇게 하나둘 강제 페이드아웃을 당하던 쓰래쉬 메탈은 (미국) 메탈의 암흑기 90년대가 지나자 놀라울 정도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게 된다. NWOAH 라고 퉁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메탈-하드코어 밴드들 및 새로운 크로스오버 신세력들이 서서히 언더그라운드를 달구기 시작하며 다시금 헤비한 음악의 두 주축 메탈과 하드코어를 각광 받게 만들었고, 그러한 신세력들에게 인플런스를 준 선배들 까지도 만만찮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80 쓰래셔들에 대한 언급은 상상외로 강렬했고, 그러한 분위기는 2001년을 맞이하여 대폭발하게 이르른다. 바로 Thrash Of The Titans 라는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Testament 의 보컬리스트 Chuck Billy 가 암 진단을 받게 되자, 그에게 치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홈타운이자 쓰래쉬의 메카였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에의 왕년의 영웅들이 1회성 컴백을 타진하게 되었는데, 이 이벤트는 전 세계의 메탈 헤드들의 꼭지를 돌아 버리게 만들었다. 이 이벤트를 통해 오랜 시간동안 페이드 아웃 상태에 놓였던 밴드들인 Exodus, Vio-Lence, Death Angel, Laaz Rockit, Forbidden 와 같은 밴드들이 명성에 걸맞는 라이브를 통해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단 1회성을 미리 못 박았지만 세계의 수많은 메탈 전문 레이블들이 그들에게 쉴 새 없이 컴백을 요청하는 진풍경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Exodus, Death Angel, Lazz Rockit, Forbidden 같은 밴드들은 화끈하게 컴백했고, 헤비니스 음악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그 때 시대상과 더불어서 컴백에 어울리는 힛트를 기록하는데 성공한다. 바로 그때다. 쓰래쉬가 꽤나 경쟁력 있는 음악으로 다시금 발판을 마렸 했음을 수많은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알아 차린 그때, 이 시대의 쓰래쉬 넘버원 밴드 Municipal Waste 가 나타났다.

MW 의 등장은 지금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했다. 정통 쓰래쉬 바닥에서 등장하지 않아서 더욱 초라했다. 이들은 미국 서부의 하드코어 쓰래셔/패스트코어 세력에서 주로 놀았다. 정통 쓰래셔 보다는, 펑크쪽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 밴드였고, 활동 역시 패스트코어 레이블인 Six Weeks 를 통해서 활동했다. 이미지 역시 “쓰래쉬 기믹의 패스트코어” 로 굳어져 있었다. 이는 데뷔 앨범이자, 쓰래쉬 느낌이 약간 나는 B급 패스트코어를 담은 Waste ‘Em All (2003) 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좀 색다른 패스트코어 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그저 그런 밴드였던 MW 는 2년후에 세상을 뒤집어 버리고 만다. 90년대 후반부터 더 이상 “익스트림 메탈계의 대표 레이블” 로 불릴 수 없었던 막장 레이블 Earache 와의 딜을 성사한 순간에도 그다지 좋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2005년에 2번째 풀렝스인 Hazardous Mutation 이 발표 된 순간, 이들에 대한 평가는 세상을 여러번 뒤집어 버리게 된다. 2000년대 메탈 뜬금포 중 최강의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Hazardous Mutation 은 “종결자”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단 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쓰래쉬는 진짜배기 쓰래쉬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데뷔 시절의 쓰래쉬컬한 패스트코어와는 관계 정리를 완벽하게 하고, “Pure Fucking 100% Crossover Thrash” 를 구사하려 노력했고, 그 누구도 자기 앞에서 알짱 거리게 할 수 없는 음악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구사하는 쓰래쉬는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모든것이다. 뉴욕 쓰래셔이자,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아이콘 Nuclear Assault 나 S.O.D. 의 후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에 박힌 그것을 들려주고 있으며, D.R.I. 나 Suicidal Tendencies 와 같은 밴드들 역시 생각나는 노스텔지어 자극형이기도 하며, 베이 에이리어 스래셔들의 특징인 간결하고 질주감 넘치는 사운드의 그것과도 이어지는 극단적인 통쾌함을 추구한다. 정말 놀라운 점은 2005년이란 시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1980년대의 매니악한 추진력을 쉴 새 없이 갈겨 댄다는 점이다. 구성미? 그런거 없다. 1번부터 15번까지 쓰래쉬 특유의 불같은 스피드만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크로스오버 쓰래쉬 다운 유머감각 넘치는 가사도 불을 뿜는다.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괴물/돌연변이적 내용들, 메탈쾌감 가득한 유혈낭자 시츄에이션, 80년대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키는 이런저런 핵/방사선적인 언급, 걸판진 음주파티와 숙취, 그리고 이런 테마들에 어울리는 B급 유머스런 표현방식이 바로 그 화끈한 사운드와 어울리는 유쾌 막장 내용들이다. 쉴 새 없이 갈기고 두들기고, 달려대고, 소리 지르고, 해드뱅을 유도 해 대는 그런 단순 무식 질주 사운드. 그것이 다다.

음악적으로는 그다지 새롭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좀 괜찮은 것 약간 이상의 80 B급 쓰래쉬 앨범은 메탈 역사의 새 천년을 여는데 있어서 너무나도 임팩트한 충격을 남기고야 만다. 이 앨범이 80년대를 살았던 중년 팬층이 대부분이었던 쓰래쉬판에서, 2000년대를 사는 메탈-하드코어 키즈들이 엄청난 수로 유입되게 만드는 기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메탈 전문 언론들과 커뮤니티 내에서의 강렬한 호평, 그러한 미디어가 몰리는 인터넷 사이트의 리뷰 업로드, 그곳에 꽤나 몰리는 젊은 세대들,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지언정 10-20대의 혈기를 자극하고도 남을 굉장한 파워와 스피드를 지닌 MW 만의 음악적 마력, MW 에 중독 되 버린 아이들과 그들이 지닌 SNS 로의 엄청난 입소문과 전달력이라는 매우 유연한 테크트리를 타며 이 앨범은 매우 빠르고 임팩트하게 이 시대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고, 심지어 2000년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쓰래쉬 특유의 컬트한 비주얼과 라이프 스타일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는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며 더더욱 그 열기를 더해갔다. (조롱적인 의미기는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한방에 정의하는 Neo-Thrash 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다는 점도 포인트!) 게다가 이러한 새로운 쓰래쉬 팬들의 폭발적인 증가는 무려 팝펑크, 이모, 메탈코어의 뒤를 잇는 틴에이저 세대들의 차세대 선택물 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애들이 쓰래쉬를 듣는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 오자, 수많은 메탈 레이블들은 너도나도 신예 쓰래셔들과 계약하게 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으며, SSS, Fueled By Fire, Bonded By Blood, Rumpelstiltskin Grinder, Warbringer, Toxic Holocaust, Evile 등 수많은 밴드들이 선보여지고 음악적/상업적으로 좋은 결과를 남기면서 반짝 인기를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새 천년에 어울리는 쓰래쉬 메탈씬” 으로의 좋은 결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흐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밴드와 앨범이 바로 이것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믿기지 않는 쓰래쉬 리바이블 완성의 모든 흐름의 모든 시발점, 궁극적인 이유에 이 앨범 Hazardous Mutation 이 떡하고 자리잡고 있다. 간단하고도 단호하게 말해서 “이 앨범으로 인해 쓰래쉬 메탈의 진정한 부활과 새로운 시대가 시작 되었다” 라고 할 정도다. 무식하고 무모 할 정도의 쓰래쉬 질주감으로 꽉꽉 채운 이 앨범은 80년대 쓰래쉬가 명성을 얻었던 이유중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고, 그것을 부활 시킨 이 앨범은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90년대 들어서 예술적인 덩치를 키우며 본질에 멀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 재능과 영감이 빠지며 예전의 영광조차 지키지 못하게 된 빅네임들 (=쓰래쉬 빅4 라고 불려지는 존재들 말이다) 에게 가하는 가장 강력한 쓰래쉬 메탈적인 일침으로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 이 앨범 이후 등장한 시작 된 신진 쓰래쉬 메탈 세력에게 전혀 음악적으로 지지 않는다는 점,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앨범을 능가하는 신진 쓰래셔들의 앨범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결코 거짓이 아닌 이 바닥의 커먼 센스다!), 그 뿐만 아니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컴백 올드스쿨 쓰래셔들과의 음악적 비교에서도 우위를 점하고야 만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이 위대한 이유이자, 영원한 메탈 클래식이 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이기도 하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Pantera 이후에 MW 를 능가하는 쓰래셔 및 스피드 메탈러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다. 심지어 본인들 조차 이 앨범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작들 역시 충분히 훌륭하며, 타 동료 쓰래셔들의 음악적 추월을 절대로 용납치 않는듯한 기량으로 꽉 차있기도 하다!) 그러한 앨범이다. 기괴한 문화현상의 제조자이자, 냉정한 관점으로의 음악적 평가로도 2000년대 최고의 쓰래쉬 앨범인 것이다. 철두철미하게 격렬한 헤비함과 스피드와 그에 어울리는 유쾌한 객기로 가득찬 가사만으로 레전드가 된 전례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는 점, 의미 깊겠다. 진정한 레전드의 부활이자 새로운 시작을 보여 준 이 앨범을 클래식으로 부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Mike Villain


Unleash The Bast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