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7] At The Gates – Slaughter Of The Soul (Earache, 1995)

[The Blackest #07] At The Gates – Slaughter Of The Soul (Earache, 1995)

시원하게 말해서 At The Gates 는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데스메탈의 시작이라 할 수 있지만, 대단한 밴드로 시작하지는 못했던 B급 밴드였다. 물론 At The Gates 의 전신이자,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블랙메탈의 시조라 할 수 있는 Grotesque 의 “시조” 라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 밴드가 At The Gates 로 변화하며 생긴 오리지널 멤버들의 각자 갈 길 가기는 수많은 명 밴드로 발전하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동시대의 파이오니어 Entombed, Dismember 등이 보여준 매우 혁신적인 데스메탈 서브장르 & 특정 지역화로 탄생 된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데스메탈의 굉장한 음악적 파워의 평균점에는 도달하지 못한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데뷔작 The Red In The Sky Is Ours (1992) 과 두번째 앨범 With Fear I Kiss The Burning Darkness (1993) 은 말 그대로 그저 그랬다. 그저 데스메탈이라는 것과 상관이 없는 스웨덴 및 스칸디나비아에서 데스메탈을 한다는, 특색이 좀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허나 At The Gates 는 3번째 앨범인 (말이 앨범이지 정확히 말하면 EP 인) Terminal Spirit Disease (1994) 를 발표하며 비범한 격동적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두장의 전작에서 보여준 고딕-둠 성향의 데스메탈에서 벗어나, 쓰래쉬의 스트레이트함과 고전 헤비메탈-파워메탈의 멜로디라인을 부각 시킨 데스메탈을 구사 했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였다. 데스메탈의 강력함에 고전 메탈의 구성과 멜로디어스함, 솔로잉을 시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앨범 발표와 동시에 바로 언더그라운드 메탈씬의 범상찮은 주목을 받았다. 허나 Terminal Spirit Disease 은 매우 급조된 작품이라 작곡, 연주, 프로덕션 등 모든 부분에서의 앨범 퀄리티는 높지 않았다. 딱 고만고만한 데스메탈러 At The Gates 수준이었다. 그저 “좀 색다르네” 정도의 반응만을 얻고 끝날 뿐이었다. 허나 이를 지켜본 Earache Records 는 달랐다. 이들이 지금까지 앨범을 낸 Peaceville 과의 관계를 정리 했음을 알아 차리자 마자 차세대 빅띵이라 생각하고서 바로 이들에게 접근했고, 앨범 계약을 따 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Terminal Spirit Disease 의 발매 이후 1년 후 앨범이 나오게 되는데, 그 앨범이 바로 다양한 익스트림 메탈뿐만 아니라 하드코어를 비롯한 수많은 헤비니스 음악에 20여년 동안 성서이자 교과서로 맹활약 하게되는 Slaughter Of The Soul 이다.

Slaughter Of The Soul 은 전작 발매 1년만의 새 앨범이었다. 전작 Terminal Spirit Disease 에서 보여준 성급한 모습이 또 한번 생각날 정도로 과도하게 서두른 인상이었다. 허나 Slaughter Of The Soul 은 모든 부분에서 너무나도 새롭고, 너무나도 완벽한 형태로 귀결 된 놀라움 100% 의 앨범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데스메탈의 모든 고정관념을 깨부순 완벽하게 새로운 스타일은 가희 놀라울 정도였다. 밴드는 데스메탈에 쓰래쉬와 고전 메탈을 얹었고, 그냥 얹은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3가지 장르를 완벽하게 융합 시켰다. 간단하게 말해서 신의 한수와도 같은 선택이었다. 데스메탈의 과격성, 쓰래쉬의 리드미컬함, 고전 메탈의 클래식 음악 스타일의 멜로디어스함과 솔로잉이 모두 표현되었고, 각 장르들은 서로 서로 각 장르의 믹스에 따른 이질감을 해결 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데스메탈은 쓰래쉬와 클래식 메탈에 사악함과 과격함을 실어 주었고, 쓰래쉬는 과격함으로 점철 된 장르이자 고전 메탈과의 음악적 단절을 선언한 데스메탈에게 클래식 메탈의 장점을 이어주는 교두보로 완벽한 역활을 해 냈다. 이러한 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인 밴드 모두의 아이디어 발휘와 각 연주 파트의 대단한 퍼포먼스는 최고의 새로움과 최고의 팀웍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 된 새로운 데스메탈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극단적이자 언홀리/사타닉/아포칼립틱한 노이즈 퍼포먼스라 할 수 있던 데스메탈에 세련된 구성과 연주, 묘하게 금기시 되던 클래식 메탈의 멜로디어스한 코드가 들어가도 절대로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Judas Priest 의 Painkiller 이후 더 이상 강해지지 못했던 고전 메탈 스타일이 데스메탈의 힘을 빌어 극단적으로 강해지며 새로운 장르/스타일로 긍정적 음악으로의 돌연변이화 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또한 구성미와 연주적 스타일/테크니컬함도 빠지지 않고 거론 해야만 한다. 데스메탈-쓰래쉬-고전 메탈의 삼위일체를 그저 과격한 끝내지 않고 미드템포-슬로우 템포 및 그루브한 기법으로 어레인지를 준다던지, 어쿠스틱 or 클래식 인스트루멘탈적인 요소를 중간중간에 삽입한다던지 해서 다양한 흐름을 만들며 익스트림 메탈의 새로운 스타일 제조에 힘을 한껏 더 실었다는 점, 다양한 템포와 멜로디와 분위기 제조에 걸맞게 리프-멜로디-솔로는 물론이거니와 드러밍 및 보컬의 피치 조절 까지 매우 다양하게 구비되었고 각 파트가 완벽한 조화를 행하고 있다는 점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지 않던가?

그리고 이러한 At The Gates 만의 새로운 형태의 데스메탈의 특징을 극적으로 포장 해 낸 프로듀스를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다. 로우파이한 저음으로 점철 된 데스메탈, 그보다 좀 더 지저분하고 로우한 느낌을 자랑하던 스칸디나비아 데스메탈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맑은 사운드, 날카롭고 기계적인 느낌을 강조했고, 이러한 프로덕션은 새로운 데스메탈 방법론과 융합하여 “완벽하게 새로운 데스메탈” 로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탄생 된 새로운 스웨덴/스칸디나비아 데스메탈은 지금까지도 맹위를 떨치던 “멜로딕 데스메탈” 이 되기에 이르른다. 이 당시에 데스메탈에 멜로디를 시도하던 밴드는 존재했다. 허나 이 앨범만큼 구성, 연주, 팀웍, 프로덕션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결론을 내리는 밴드는 없었고, 이 앨범 발표 이후에 데스메탈에 멜로디어스함을 얹어보려 우왕좌왕 하던 밴드들이 갑자기 매우 뛰어난 밸런스의 쾌작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이 앨범으로 하여금 “멜로딕 데스메탈의 시작” 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앨범은 모든 메탈러가 “멜로딕 데스메탈의 진정한 시작이자 최고의 마스터피스” 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의는 거의 없고 말이다. 그리고 이 앨범을 담당한 프로듀서 Fredrik Nordstr?m 의 공적은 훗날 이러한 스타일을 시도하던 수많은 예테보리 밴드들 (In Flames, Dark Tranquillity, Soilwork, Arch Enemy 등등) 과의 작업으로 이어졌고, 멜로딕 데스메탈을 “예테보리 스타일” 로 정의 될 정도로 후폭풍을 남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t The Gates 에서의 깔끔하고 강력한 스타일의 사운드는 Fredrik 역시 처음이었으며, 그러한 스타일로 만들어 낸 수많은 메탈들이 세계의 익스트림 메탈씬의 10년 이상을 리드했기 때문이다. Slaughter Of The Soul 이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의 익스트림 메탈 전반을 리드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파이오니어였으니까 말이다.

놀라운 부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Slaughter Of The Soul 의 새로운 메탈은 미국 하드코어씬으로 유입,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른다. 90년대 중반부터 하드코어 음악 (정확히 말해서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하드코어씬) 은 메탈을 서서히 섭취하며 헤비함을 늘려갔는데, 그 중에는 데스메탈의 로우함과 헤비함과 사악함을 끌어당겨 극단적으로 발전한 밴드가 많았다. Earth Crisis, Strife, Merauder 로 시작, Hatebreed, Terror 로 발전되는 스타일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하드코어씬의 음악적 중추 멤버들은 각종 익스트림 메탈 섭취를 꺼리지 않았는데, 그 중 Slaughter Of The Soul 를 섭취한 인물들은 대단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US 하드코어와 예테보리 익스트림 메탈과의 결합을 통해 탄생 된 멜로딕 메탈코어 밴드들이 바로 2000년대에 New Wave Of American Heavy Metal 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정도의 대단한 메탈 밀레니엄을 창조한 밴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Killswitch Engage, Shadows Fall, Darkest Hour, As I Lay Dying, The Black Dahlia Murder, All That Remains 와 같은 2000년대 US 메탈 클래식이 Slaughter Of The Soul 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Slaughter Of The Soul 뿐만 아니라 In Flames, Dark Tranquillity, Soilwork, Arch Enemy 와 같은 예테보리 스타일의 모든 밴드들이 이런 US 메탈코어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그 중 Slaughter Of The Soul 은 가장 중요하다. 유난히도 군더더기 없는 스트레이트한 구성이 하드코어와 유독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으며,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또한 2000년대 들어와 폭발적인 인기와 높은 음악적 평가를 받은 예테보리 스타일 + US 하드코어 스타일의 메탈코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들을 정말 많이 만들어 냈지 않은가? Slaughter Of The Soul 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까지도 말이다.

Slaughter Of The Soul 은 데스메탈 뿐만 아니라, 메탈 전체 역사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새로움을 보여줬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밀레니엄 메탈 흐름도의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메탈의 탄생에 기여했다. 30여년 동안의 메탈씬 및 하드코어 씬을 좌지우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후폭풍이었다. 허나 At The Gates 는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Slaughter Of The Soul 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지만, 보컬리스트 Tomas Lindberg 의 에고 어린 행동과 과도한 음주로 인한 행패는 이미 스웨덴 메탈씬의 악몽 그 자체였고, 이는 음악성을 담당하는 Anders Bj?rler/Jonas Bj?rler 형제와 대립하게 된다. 결국 밴드는 극단적인 감정의 골만을 남긴채, 대단한 음악적 성과에 합당한 성공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해산하며 비운의 밴드로 남고야 만다. At The Gates 의 파편들은 The Haunted, Cradle Of Filth, Skitsystem, The Crown, Lock Up, Nightrage, The Great Deceiver, Disfear 등 수많은 밴드 활동으로 이어져 또 다른 전설들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감정이 골이 식은 2007년에 돌아와 본격적인 라이브 활동을 펼치며 그들이 원한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인사” 를 멋지게 해냈다. 좀 오래 걸렸지만 멋진 결말을 내린 것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역시 Slaughter Of The Soul 이었다. 30여년 동안 행사한 메탈씬에 대한 영향력, 하드코어 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 및 발전에 큰 기여, 자신들에게 충실 할 수 있는 근원이 된 이 앨범은 완벽한 앨범인 것이다. 과격한 음악의 모든것을 책임지는 앨범으로 말하고 싶다. 과격한 사운드로의 카타르시스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스타일/장르의 창조, 엄청난 후폭풍까지 완벽하디 완벽하다. 최고의 익스트림 메탈 앨범으로 부를 수 밖에 없겠다. 다른건 몰라도 최고의 메탈을 논하는데 혁신성을 따진다면 Slaughter Of The Soul 이 최고가 되어야 옳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 Mike Villain


Blinded By F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