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02] Frank Ocean – Nostalgia, Ultra (Self-Release, 2011)

[Break The Oath #02] Frank Ocean – Nostalgia, Ultra (Self-Release, 2011)

각 음악 언론에서 작년 2011년 음반 결산을 할 때 올해의 앨범급으로 언제나 언급되던 앨범인 R&B 싱어송 라이터 Frank Ocean 의 Nostalgia, Ultra 는 놀랍게도 자기가 뚝딱 만들어서, 레이블과의 계약 없이 (Def Jam 과의 계약을 시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 갔었다고), CD 발매도 없이, 온라인 MP3 스토어에서의 유통도 없이, 그저 블로그 서비스인 Tumblr 와 불법음원의 온상(?) 으로 인식되곤 하는 웹하드 서비스 Mediafire 의 콤보로 “무료” 로 모든 이들에게 공개 된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음악적 만족을 위한 작업이라고 대충 뭉떵거려 말 할 수 있는 Mixtape 이라는 카데고리에 존재하며, 당연스럽게도 정규작으로 부를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된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MP3 파일로만 떠도는 무형의 앨범이 “이 시대의 클래식” 으로 자리매김 된 것 말이다. 이러한 설레발은 옳은 것일까? 정답은 “그렇다” 이다. Frank Ocean 과 Nostalgia, Ultra 의 등장은 흑인 음악 뿐만 아니라 팝 음악 역사에 길이 남는 초대형 블락버스터 예고편과 같은 상당한 충격을 전해주는 정말 무서운 “습작” 이자 “명작” 이기 때문이다.

Nostalgia, Ultra 에서 나오는 Frank Ocean 의 R&B 는 뛰어난 보컬 테크닉을 앞세운 전형적인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며, 그런것들과 상관없는 매우 새로운 제작방법과 음악적 결과물들이 매우 빛나는 획기적 코드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그는 싱어라기 보다는 프로듀서 + 라이터라는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컬이 맛깔 나기는 하지만 보컬 테크닉은 매우 부족한 편) Pete Rock 이나 J-Dilla 와 같이 좋은 음악 소스 발굴/재활용에 집착하는 모습, 얼터너티브 힙합/일렉트로-합/테크노-일렉트로닉스적인 사운드 메이킹 (Beastie Boys 부터 Kanye West 및 다양한 골방 테크노 장인들 사이의 색다른 그것들을 떠올리면 쉽다) 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딥하고 바운스 넘치는 R&B/힙합 비트에 뛰어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맛깔나는 톤의 보컬, 마취제에 의한 사랑 및 포르노 스타에 대한 동경, 철학적인 복잡함을 지닌 지적 자살, 동성비하 발언적 단어에 대한 유머러스한 R&B 스타일로의 해학적 성명등 괴상하고도 센스 넘치는 가사와의 콤비네이션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습작적 형태라 음악적인 본격적임은 좀 덜하지만, 본격적으로 만든다면 Kanye West 의 아성을 단번에 위협할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정도였다.

또한 Frank Ocean 의 음악적 아성은 오리지널 넘버들의 참신함과 더불어서 연계 활동을 펼치는 샘플링 및 커버곡들에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Coldplay, Eagles, MGMT, Radiohead 를 샘플하고 있는데 그만의 자기 해석은 매우 소름끼칠 정도로 신선하다. Coldplay 의 힛트곡이자 아예 연주파트는 그대로 가져와 보컬 파트만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앨범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그만의 재해석의 방식을 알리는 Strawberry Swing 의 커버, 약간의 드럼루핑 맛을 첨부하여 적절히 튜닝 한 후 새로운 가사로 덧대어 재해석한 The Eagle 의 명곡 Hotel California 의 재해석 트랙 American Wedding, MGMT 의 Electric Feel 의 비트를 그대로 가져오고 가사로 재해석한 Electric Feel, Radiohead 의 곡 Optimistic 를 샘플링 한 후 어떤 여성과 Frank 와의 대화를 통한 (“Jordeci 처럼 음악 안해?” / “쌍년들이나 Jordeci 좋아하지” / “꽤나 Radiohead 스러우시군” / “어쩌라고” 라고 대화한다)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시원하게 정의하는 스킷인 Bitches Talkin’ 까지 들어 본다면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지식/집착성/재해석/재창조 능력과 그만의 자부심에 꽤나 기분 좋은 두려움을 느낄수가 있다. 새로운 힙합 창조를 넘어서 고전 및 현대의 다양한 팝 클래식의 영역까지 손대고 있는 Kanye West 의 방대한 음악 스펙트럼과 비슷하며, 그와는 다른 낯설고 괴팍한 느낌과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그만의 개성적 위치 확보는 더더욱 그를 재미진 인물로 인식하게 만든다. Nostalgia, Ultra 는 뭔가 이상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어도 집중적 호평을 받을 만 한 작품인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음악적 장르의 재해석과 뛰어난 프로듀스 및 작곡 능력의 결합이 있기에 Nostalgia, Ultra 는 2011년을 대표하는 이 시대의 명작으로 평가 받는데 성공한다. 무료로 풀었기에 당연히 상업적 성공은 당연히 거두지 못했지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Kayne West 는 즉각적으로 자신이 그의 팬임을 자처하며 Jay-Z 와 합동앨범 Watch The Throne 에 Frank Ocean 을 기용하여 공동 송라이팅/프로듀스, 피쳐링등을 맏겼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초기에 얻지 못했던 Def Jam 과의 계약을 성사 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앨범의 오리지널 넘버 Novacane 과 Swim Good 은 디지털 싱글과 멋진 비디오 클립으로 발표하여 적잖은 호응을 얻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 Frank Ocean 이 고고생 시절부터 익명으로 곡을 쓰고 유명인에게 곡을 제공하던 고스트 라이터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Nostalgia, Ultra 앨범발표 이전 및 직후에 John Legend, Beyonce, Brandy, Justin Bieber 에게 곡을 제공한 사실 및 Nas 와 Pharrell Williams 하고도 작업한 바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더더욱 그에 대한 호평과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놀랍게도 무료로 풀어 버린, 정식 앨범도 아닌 Mixtape 하나로 단 한번에 초신성 아티스트이자 작곡자 겸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말이다. 다시봐도 대단하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화려한 입소문에도 Frank Ocean 은 서둘러 돈 될 만한 음악적 활동을 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며 진정한 한방을 터트리기 위해 워밍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Kayne West 의 적극적인 음악적/사업적 도우미 자청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중하게 거절 한 채 자기 혼자서 첫번째 풀렝스 앨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과 본격적 음악일에 투신 할 때부터 혁신적인 힙합 사운드 제작과 두려울 정도로 기괴한 정신상태에서 오는 무지막지한 카리스마로 악명이 자자하며, 음악제작 유통 및 투어를 독할 정도로 모든 것들을 DIY 로 해치우는 OFWGKTA (작년에 제대로 이름을 알린 10대 뮤지션을 빙자한 힙합 혁명가인 Tyler, The Creator 가 적을 두고 있는) 의 일원에 합류 했다는 점은 자신만의 세계가 매우 독특하며 고집 있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음악적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012년에 그의 첫 앨범이 나온다고 한다. 본인은 그의 첫 앨범이 R&B/힙합 역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세계관 창출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이런 설레발에 의문감이 든다면 Nostalgia, Ultra 를 들어보고, 왜 대단한지를 느끼고, 앞으로 다가 올 음악적 대충격에 미리 대비하는 현명한 태도를 취하기 바란다. 이 앨범은 세기에 길이 남는 블락버스트 예고편이자, 예고편만으로도 클래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러한 앨범이다. 그리고 무료다. 무료 클래식인데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않던가.

- Mike Villain


Novac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