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k-182 – Neighborhoods (DGC, 2011)

Blink-182 – Neighborhoods (DGC, 2011)

음악적/펑크적 논란이 약간은 있었기는 하지만 Green Day 의 배턴을 이은 팝펑크 최고의 인기밴드인 Blink-182 는 인기의 최고조를 기록하던 2005년에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베이스를 담당하던 Mark Hoppus 와 기타를 담당하던 Tom DeLonge 모두는 곡을 쓸 줄 알았고, 노래를 부를 줄 알았다. 둘 다 프론트맨으로써의 자격이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밴드의 주도권은 시간이 지나면서 Tom DeLonge 에게로 넘어간다. 매우 당연했다. 힛트 싱글 All The Small Things 와 First Date 의 비디오클립에서 보여 준 미국적 똘아이의 진수적 모습과는 달리 그는 매우 다양한 혁신적 펑크/하드코어를 계속 흡수하고 자기화 시키면서 무섭게 음악적으로 발전하던 의외의 음악적 강자였으니까. (이는 그가 주도한 프로젝트 밴드이자 Fugazi, Refused, Quicksand 와 같은 급진적 모던파 하드코어를 Blink-182 스타일과의 놀라운 블랜딩으로 귀결된 Box Car Racer 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Mark 는 Tom 에게 너만이 원하는 대로 밴드를 꾸려 나갈 수 없음을 시원스레 밝혔고, 점차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밴드는 인간적인 문제로써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밴드는 활동중단을 선언한다. Mark Hoppus 는 좀 더 파퓰러하고 댄서블한 코드의 팝펑크 밴드 +44 를, Tom DeLonge 는 팝펑크를 기반으로 스페이스 락, 프록, 앰비언트, 이모 등 다양한 코드의 집합체적 밴드인 Angels And Airwaves 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각각 활동한다. 그 둘은 조금씩 멀어져 갔다. 더 이상 같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식 시키는 시간이 걸리도록 말이다.

그리고 극적인 재결합이 이루어졌다. 드러머 Travis Barker 는 2008년에 소형 여객기 추락 사고를 당했고, (정말 놀랍게도 같이 탄 DJ AM 둘만 생존 했다고 한다. 비행기가 추락 및 폭발하기 전에 두명은 밖으로 튕겨져 나가 폭발 사고를 면했다고…) 전신 3도 화상 때문에 오랜 시간 입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의 병문안을 온 Mark 와 Tom 은 다시 만나며 그때가 바로 Blink-182 를 다시 해야만 하는 운명임을 느꼈다고 하며, 3인은 일말의 고민이나 의견 피력조차 없이 “우리가 뭐 해야 할지는 다들 알지?” 한마디로 재결성을 타진한다. Travis 의 치료가 완료 된 2009년에 그래미 시상식에 나와서 컴백을 알리며 다시금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밴드는 라이브 투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한편 새 앨범 작업에 착수했고, 이는 2011년 9월에 Neighborhoods 라는 앨범으로 발표된다.

Neighborhoods 는 평범한 재결성 앨범이 아니다. Neighborhoods 는 Blink-182 의 최고점을 찍는 앨범이자, 해산 당시에 발표했던 클래식 락 적인 관점으로 팝펑크를 재해석 하려던 앨범 Blink-182 (2003) 에서의 음악적 미완을 완벽하게 완성 하고자 노력하는 패기 넘치는 야심작이다. Neighborhoods 에는 Mark 와 Tom 이 추구하던 모든것이 들어있다. 초중기의 파퓰러한 코드의 팝펑크는 물론이거니와, 그 둘이 했던 +44, Box Car Racer, Angels And Airwaves 의 다양한 음악적 코드까지 (이모코어를 위시로 한 다양한 포스트 하드코어, 댄스팝, 지적인 일렉트로닉스 음악적인 요소, 프록, 클래식 락/기타팝 등 모두!) 모두 다 한번에 때려 부었다. 그리고 Blink-182 이라는 간판이 어울리도록 음악적 정리를 해 내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성공이라는 두 글자가 어울리는 결론을 짓고야 만다. 수많은 음악적 요소들의 정리가 잘 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해산전에 나왔던 마지막 앨범에서 보여진 음악적 이견차로 인한 이분적인 구성과 그로 인한 음악적 통일성 부족,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면 서로 도와주지 않으려는 모습, 서로의 음악관을 지나치게 고집하던 모습과 같은 음악적 아쉬움이나 산만함이 전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멋진 통일성을 보여준다. 진정한 의미의 “재결성” 이 뭔지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 앨범에서의 바이브를 살리는 가운데, Mark 와 Tom 이 그동안 해 왔던 음악의 모든 코드들을 억지로라도 끌고 가면서, 그런 무리수적인 인상을 충분히 누그러트릴 정도의 타인의 음악에 대해 존중심을 담아 성심성의껏 서포트 한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적 성실함은 이 앨범의 가장 멋진 요소라고 단언한다. 독특한 캐릭터성 창조는 물론이거니와 자신들의 긴 음악적 여정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모습도 멋지다. Blink-182 라는 밴드의 또 한번의 발전이자 최고조이며, +44 와 Angels And Airwaves 에서 보여 준 지나치게 Blink-182 시절을 의식하고 배제하며 과도한 음악적 캐릭터성 추구에 의한 자신들의 장점을 잃어 버렸던 과오를 저질렀던 어두운 역사까지 충분히 메꿔 주기까지 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무슨말이 더 필요한가? 이 정도면 완벽이다. 재결성 후 첫 앨범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Blink-182 최고의 앨범, 과감한 변신의 성공작, 완벽한 집대성과 같은 타이틀로 평가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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