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sed – One (Deathwish Inc., 2003)
하드코어 펑크는 Discharge 이후 등장한 수 많은 Dis- 밴드들로 인해 좀 더 지저분하게, 좀 더 공포스럽게, 좀 더 세기말적인 분위기로 나아갔고 Tragedy 라는 밴드들로 인해서 총정리가 되는 가운데 또 한번의 음악적 차원 이동을 성공하게 된다. 또한 Integrity 라는 밴드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반-종교적/사타니즘적인 색채를 가지기도 시작 했다는 점도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Cursed 는 그러한 움직임이 있던 90년대 말-2000년대에 등장했고, 그러한 자양분들을 머금고 또 하나의 하드코어 펑크 서브 장르화에 성공한다. 정식 장르로 굳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충 뭉떵거려 “언홀리 하드코어” 라 부를 수 있으며, 최근 들어서 크러스트, 패스트코어, 모쉬코어 및 심지어 블랙메탈과 둠/드론/슬럿지, 포스트 메탈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는 무서운 기세의 그것 말이다. “어둡고 격렬하며 지저분하고 파괴적인 아비규환적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운드 대통합” 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다가 이제는 이런저런 나라와 레이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이 시기에,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한 주모자라 할 수 있는 밴드 Cursed 를 아니 짚고 넘어 갈 수는 없다. 절대로.
Cursed 는 2001년 캐나다의 여러 지역의 하드코어 밴드들의 해산 잔여 멤버들로 만들어 진 밴드로 시작, 2003년에 데뷔작 One, 2005년에 Two, 2008년에 III: Architects Of Troubled Sleep 의 세장의 정규작을 내고 사라졌다. 그것도 꽤나 어이없는 이유인 “유럽 투어중에 일어난 절도 사고 인해 여권 및 모든 돈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 라는 이유로 말이다. 밴드는 결국 이러한 비극적 사고와 그로 인한 금전적 타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밴드는 이런저런 지인들의 도움과 히치하이킹으로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밴드는 이런 귀향 작전을 시작한 시점부터 미리 Cursed 의 해산을 온라인에 알렸다는 점은 보통 타격이 아니었다고 지례 짐작 할 수 있겠다. 하지만 Cursed 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굉장한 레벨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남긴 세장의 앨범으로 말미암아 사타닉/언홀리 하드코어의 새로운 시작과 절반 이상의 완성을 보여 준 데다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하드코어 펑크 및 익스트림 메탈과의 음악적 경계 파괴를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그들의 3장의 앨범이 제대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세장의 앨범 모두가 중요하고 특색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앨범은 뭐니뭐니 해도 시작을 알린 첫 앨범인 One 이라 할 수 있다.
Cursed 의 데뷔작의 특색이자, 밴드가 마지막 까지 보여준 기본적 뼈대는 하드코어 펑크다.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의 매우 심플한 화석적인 격렬함의 그것 말이다. 연주 패턴과 테크닉은 엄청나게 심플하다 못해 초라하다. 허나 그 뼈대 위에 얹어지는 것들은 하드코어 펑크 역사뿐만 아니라, 언홀리/사타닉/세기말적 코드의 음향효과 및 분위기 창출, 펑크와 메탈 코드의 크로스오버에 있어서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의 레벨의 것들이다. 심플한 하드코어 펑크 위에 얹어지는 것들은 각종 Dis- 밴드들에게서 의해 창출되고 발전 된 노이지한 사운드와 3코드 편집증에 대한 병적인 도전과 표출의 여전함, Venom 부터 Darkthrone 까지의 사타닉한 사운드 및 이미지 적인 모든것, Black Sabbath 부터 Sunn O))) 까지의 거대한 어두움, 이러한 장르적인 큰 특성과 뿐만 아니라 Amebix, Heresy, Converge, Slayer, Entombed 와 같은 밴드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바로 말 할 수 있는 거칠고 어둡고 병적인 것들 등등등… 전혀 심플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표면적으로는 하드코어 펑크지만 그 안에는 크러스트, 쓰래쉬, 둠/슬럿지, 케이오틱 하드코어 등 다양하고도 복잡하게, 그리고 완벽에 가깝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Cursed 만의 공식으로 해치우는데 성공한다. 장르적 믹스쳐 뿐만이 아니다. 블랙메탈이나 둠/슬럿지에서나 찾아 볼 법한 지저분 하다 못해 뭉개질 정도의 조악한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인한 독창적 사운드적 효과를 자기화 시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부러 조악한 기재를 이용하거나 볼륨을 과다하게 올려 사운드를 짓뭉개고 왜곡 시킨다고 밖에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기타톤, 마이크 더빙효과는 크러스트-각종 언홀러-사타닉 메탈, 둠/슬럿지 장르 각각의 특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그런 특성들을 믹스쳐 시키는 그들만의 음악적 도전에 있어서 더욱 더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특징들에다가 좀 더 과격하고 케이오틱하게 갈겨대는 기타와 드럼 비트와 광기 어린 보컬의 내지름으로 인한 과격하고 어두운 이미지의 플러스 효과도 반드시 거론해야 할 정도로 한 단계 위의 그것이기도 하다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Cursed 의 이러한 다양한 코드의 도전들은 하드코어 하이브리드 공식에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텍스쳐” 로도 이어지는데 성공한다. 언홀리/사타닉 메탈이 하드코어 펑크와 본격적으로 만난것에 있어서도 거의 처음이었고, 지금까지의 하드코어 펑크에 적용 된 메탈 사운드의 결론에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론으로 나아 간 것도 거의 처음이었으며, 믹스쳐만으로 끝나지 않고 Cursed 만의 개성이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그들만의 결론을 (단 한장의 풀렝스만에) 내린 것도 거의 처음이었다. 이렇게 Cursed 가 탄생시킨 새로운 하드코어-메탈 믹스쳐 공식은 분명 하나의 서브 장르의 탄생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고, 훗날 등장하는 밴드들이자 언홀리 하드코어를 하나의 서브 장르로 나아가게 만드는 존재들인 Rise And Fall, All Pigs Must Die, Black Breath, The Secret, Oathbreaker, Rot In Hell 들이 부정 할 수 없을 정도로 Cursed 의 기법들을 스트레이트하게 적용하며 나타 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요즘들어 이렇게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이 언홀리/사타닉한 코드를 머금는 것과 블랙 메탈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적 코드로 변화하는 가운데, 레이블 동료로 만나고 공연하고 교류하며 두 장르의 경계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무너져 가며 동일시 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펑크에 이런 다양한 메탈적 사악한 코드를 도입한 Cursed 와 데뷔작 One 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더더욱 높아져야만 옳다고 본다. 이후에 나오는 Two 와 III: Architects Of Troubled Sleep 가 좀 더 격렬하고 사악하고 파괴적이며 혼돈적이며 연주 패턴의 다양함과 곡 구색이 다양하며… 여하간 더 좋다. 이후 나오는 밴드들의 앨범들 역시 능가한다. 음악적 레벨은 아닐지 모르지만, 하지만 One 앨범에서 만들어 둔 것들이 이들의 전부인 동시에, 언홀리 하드코어의 모든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앨범이 최고의 위치에 놓여져서 칭송 받아야만 옳을 것이다. 더불어서 Venom, Slayer, Darkthrone 뒤에 이들을 언급해도 옳을 것이라는 말, Discharge, Amebix, Disclose, Tragedy 뒤에 이들을 언급해도 옳을 것이라는 말도 추가로 남기고 싶다.
- Mike Villain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