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more – S/T (Fueled By Ramen, 2013)

Paramore – S/T (Fueled By Ramen, 2013)

Paramore 라는 밴드는 작곡과 연주 테크닉에서 봤을때는 B급 이상을 넘어 설 수 없는 밴드지만 10대 문화, 펑크락과 여성, 2000년대 팝펑크, 긍정적인 10대 펑크 하위 문화, 긍정적 측면의 10대 펑크락 스타 문화 및 비즈니스를 논하는데 있어서 A 등급도 아닌 S 등급, 아니 레전더리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위대한 밴드라고 평가 할 수 있는 매우 존재감 넘치는 밴드다. 10대 펑크락과는 거리가 먼 50년대 문화/음악적인 테네시 출신이라는 점, 무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스쿨밴드로 시작되고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 더해지며 놀라움이 더욱 더 폭등하기도 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2004년 테네시주 프랭클린에서 당시 13세의 나이의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가수 지망생이었던 Hayley Williams 와 기타와 드럼을 치던 Josh Farro, Zac Farro 형제들을 중심으로 그저 “밴드나 해보자” 로 시작한 Paramore 는 Vans Warped Tour 의 애송이 밴드들이 나가는 텐트 스테이지에 재미삼아 참가 했다가, Fueled By Ramen 이라는 떠오르던 10-20대 취향의 팝펑크 레이블 담당자의 눈에 띄어 계약을 따내는 행운을 얻으며 커리어를 시작한 밴드였다. 데뷔작 All We Know Is Falling (2005) 는 전형적인 “작곡 능력 딸리고 연주 능력 형편없는 10대 팝펑크 밴드” 였지만, 생각보다 강한 반향을 일으키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14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보컬 테크닉과 펑크락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목청을 자랑하는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10대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사 제작에 범상찮은 재능을 지닌 소녀 프론트우먼 Hayley Williams 와 합격점 정도지만 펑크락적으로 매우 괜찮은 음악적 결과물을 남긴 나머지 멤버들의 백업과 완벽한 조화/팀웍에서 나오는 잠재력은 절대로 우습게 볼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데뷔작에서의 포텐셜은 두번째 앨범 Riot! (2007) 에서 만개했다. 10대를 위한 아이돌형 락앤롤의 대중성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10대 팝펑크로는 마스터피스로의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재능과 센스, 그 당시 꽤나 과대평가로 인해 많은 논란이 되던 10대 락스타 여가수 아이돌 (=Avril Lavigne 과 같은 애들) 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정한 10대 펑크락/락스타 아이콘 밴드” 로의 등극 성공, 그리고 Hayley Williams 의 범상찮은 존재감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첫번째 10대 펑크락 여성 아이콘” & “Blondie 의 Debbie Harry 이후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최고의 여성 펑크락 스타의 부활”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최고 평점을 받을만한 재능과 센스로 가득찬 앨범 Riot! 은 음악적 평가와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Riot! 은 빌보드 앨범차트 15위를 기록하고 현재 백만장 이상 판매되며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차후작이자 Riot! 의 음악성과 애티투드를 이어가는 Brand New Eyes (2009) 는 발매 첫주 빌보드 앨범차트 2위/50만장 판매고로 인한 골드 기록을 해내며 최고의 밴드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10대 블록버스터 영화 Twilight 의 주제곡,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의 3편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의 주제곡을 불렀다는 점도 무시 할 수 없다. 또한 2-3집 활동 당시에 Hayley Williams 가 마이너/매니악한 펑크/하드코어 펑크락의 오랜 골수팬임이 드러나며 (MTV VMA 시상식에 무려 하드코어 펑크 밴드 American Nightmare 의 티셔츠를 입어서 화제가 된 것이 가장 큰 예이다.), 10대 펑크락 이외의 골수 성향 펑크/하드코어 팬들의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는 점도 빠질수가 없고 말이다.

하지만 Paramore 는 10대 팝펑크/대중적 팝펑크/우먼 프론티어 펑크 밴드로의 정점을 달성한 그 순간에 대단한 위기가 찾아오고야 만다. 밴드의 메인 송라이팅을 90% 이상 담당하던 Josh Farro, Zac Farro 가 3번째 앨범 활동을 마지막으로 밴드를 탈퇴했기 때문이었다. 음악적 핵이 빠져버린 Paramore 는 밴드 존폐의 기로까지 나아갔고, 데뷔작 때부터 계속 들려오던 “Hayley Williams 가 리드하는 밴드” 라는 평가는 핵심 멤버의 탈퇴로 인해 “Hayley 가 솔로로 전향 할 것” 이라는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게다가 이 당시이 Hayley Williams 는 힙합 뮤지션 B.O.B. 의 싱글에 피쳐링을 하기도 했다. 증폭요인은 당연.) 허나 Hayley Williams 는 데뷔 당시부터 “Paramore 는 내가 주가 되는 음악 포맷이 아닌, 5명 모두가 노력하는 진정한 의미의 밴드” 임을 강조 해 왔고, 3명만이 남았을때에도 “우리는 밴드고 앞으로도 같이 할 것” 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았다. 밴드는 투어 세션 멤버를 구하고, 투어 활동에 매진하며 3인조로의 Paramore 의 재정비에 힘썼고, 매우 천천히 신곡들을 써 나갔다. 그렇게 5년만의 신보이자 셀프타이틀 앨범 Paramore 은 만들어져 갔다.

5년만의 신작 Paramore 는 한마디로 음악적인 부분에서 쪽박 예감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어진 앨범이다. 뚜껑을 따기 전부터 실패의 예감은 누구나도 감지 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그럴수 밖에 없다. 밴드를 탈퇴했던 Farro 형제가 음악적인 모든 부분을 커버했다는 점, 남은 두명의 멤버들은 멤버라고는 하지만 “투어 멤버로 기용 되었다가 정식 멤버가 되었을 뿐, 3장의 앨범을 통해 음악적으로 기여 한 것이 거의 없었다는 점” 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앨범의 첫 싱글로 두달전에 공개한 Now 는 Paramore 다운 틴에이지 팝펑크 및 Hayley 가 리드하던 귀여우면서도 자기 주장 강하고 당찬 캐릭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다소 기괴한 포스트 모더니즘적 비주얼과 아트 성향의 팝펑크를 시도했다. 당연히 좋은 이미지가 생길리는 없었다. 남은거라곤 이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빠순이 파워 정도… 10대 팝펑크의 올바른 예의 텍스쳐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2013년 신작 Paramore 는 좋을리가 없을 앨범이지만, 놀랍게도 꽤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음악적 껀덕지 제조에 성공한, 한마디로 평균 이상의 음악적 결론을 내린 긍정어린 변신작이다. Fueled By Ramen 레이블의 기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발랄한 느낌의, 아이돌적인 노선과 팝펑크적인 노선이 밸런스를 잘 이룬 (=Fall Out Boy 스타일) 사운드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는 앨범이다. 새 앨범은 10대 팝펑크 보다는, Yeah Yeah Yeahs 와 같은 아트 성향의 펑크 or Faith No More 적인 방법론을 이용하는 젊은 펑크적 사운드 + Finch, Thrice, Fall Out Boy 와 같은 밴들이 보여주었던 10대 팝펑크의 진지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고, 3번째 앨범부터 시도 되었던 Hayley Williams 의 기괴하지만 당차고 긍정적인 캐릭터로의 변신에 어울리는 튜닝을 가한 앨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Finch, My Chemical Romance 와 같이 자신들의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거대한 스케일을 시도하지 않았다. 새 앨범은 10대 팝펑크 답지않게 매우 예술적인 캐릭터/사운드로의 변화에 도전하고 있지만, 주제를 넘는 시도만큼은 하지 않는다. Paramore 가 대면하고 있는 Farro 형제가 좌지우지 하는 음악적 노선에서 Hayley Williams 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10대 펑크락 소녀 이미지의 탈피 과정에 어울리는 음악적 노선에 매우 집중하고 있고, 청소년과 성인의 위치에 어울리는 음악 및 10대 펑크락 아이콘이자 그 아이콘을 벗어나서 아티스트로 변화려고 하는 노력에 어울리는 음악에 충실하고 있다. 무모하지 않고, 신중하며, 영리하게 풀어 나가고 있다. 음악적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Paramore 의 지금까지 음악적 활동에서 보이는 자신들에 대한 완벽한 파악과 그에 맞춰서 최고의 음악적 결론을 내리는 모습은 여전한 것이다. 신보는 애티투드 만큼은 여전하다.

하지만 신보는 “급한 불을 멋드러지게 껐을뿐, 전망이 밝지 않다” 라는 느낌도 동시에 전해주며 여전한 위기감을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현재 밴드의 주축으로 남은 3인이 모두 모든곡의 작곡에 참여 한 것이 보이지만, Hayley Williams 에게 과도하게 포커스가 맞추어지고 그녀의 색채로만 가득 해 진것을 보면 “Paramore 는 밴드다” 라고 한결 같이 주장했던 모습이 무색 해 질 정도다. 게다가 Paramore 는 Hayley Williams 에게 포커스가 크게 맞춰 질 지언정, Hayley Williams 와 나머지 멤버들의 이해와 연계가 매우 뛰어난 밴드였고, 그것이 Paramore 의 명성과 호평의 중심이 되었기에 더더욱 불안한 인상은 더해진다. Paramore 의 앨범보다는, Hayley Williams 의 데뷔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며, 연주 패턴과 배치가 너무나도 Hayley Williams 의 보컬에 묻어가면서 더욱 더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허나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잘 해쳐가지 않을까 하는 인상도 전해준다.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Paramore 의 투어 베이시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Justin Meldal-Johnsen 라는 인물의 존재 때문이다. Hayley Williams 위주의 앨범이 만들어지고 말았지만, 프로듀서의 역량이 느껴 질 정도로 과도한 프론트우먼에 대한 집중성을 그나마 밴드로의 음악으로 잘 만들어 나갔고 (몇몇곡에 작곡에 참여한 곡이 그런 느낌이 강하다), 키보드/프로그래밍에도 참여하며 Paramore 의 음악에 지금까지 없던 뉴웨이브적 색채 및 새 앨범에서 시도되는 아티스트적 노선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는 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Paramore 가 생각보다 명성에 비해 음악적 에고를 부리지 않는 밴드인 동시에 과도할 정도로 음악적 현신 파악을 냉철히 해 내는 밴드 이기에 앞으로의 행보는 긍정적으로 검토 된다고 할 수 있겠다. Justin Meldal-Johnsen 라는 인물, 혹은 그와 같은 센스와 재능을 가진 인물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한마디로 신보는 약점도 많고, Paramore 라는 밴드의 지금까지의 장점에 비해 약한 앨범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론, 몇몇 부분에서는 적게나마 “발전” 이라는 결과를 도출 해 내는데 성공한 앨범이다. 새 앨범은 분명 평균치 달성 정도가 목표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해 냈고, 앞으로의 활동도 나름 청사진이 잘 나오기도 했다. Hayley Williams 위주로 간다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밴드로의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마이너스 요소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것을 밴드가 아주 잘 이해하고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하간 생각보다 잘 해낸 앨범이다. 악재 어린 시나리오에서 이 정도의 돌파구를 보여주다니 놀랍기도 하다. 더불어서 10대 애송이를 벗어나 성인 뮤지션으로 변화를 하며 실패의 실패를 거듭했던 Fueled By Ramen 에서 완벽하지는 않으나 나름 성공적인 텍스쳐를 남겼다는 점에서 주용한 앨범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Fall Out Boy, Panic At The Disco, Cobra Starship 은 실패했고, Paramore 는 성공했다. 의미가 있다. 그 정도만으로도 어딘가 싶다. 여하간 이 앨범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분명 합격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0대 팝펑크 아이콘으로 어울리는 한장이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본인은 아직 먹어주고 왕, 아니 여왕이라고 말하고 싶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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