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1] Slayer – Reign In Blood (Def Jam, 1986)
Slayer 는 확실하게 뭔가 다른 밴드였다. 그들이 헤어메탈의 천국이자 홈타운인 LA 에 있었을때도 그랬고, 지긋지긋한 홈타운을 떠나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광적인 헤드뱅어들이 즐비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도 그러했다. Slayer 는 LA 의 기준으로 보면 돌연변이로 보일 정도로 매우 강했고, 샌프란시스코의 기준으로도 봐도 홈타운 메탈 히어로들을 때려 눕힐 정도로 매우 강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Slayer 는 좀 더 빠르고 격렬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스피드 메탈 유니티의 과감함 보다 우위에 서려는 편집증적인 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당시까지의 헤비메탈 중에서도 스피드 일변도의 밴드들의 특징을 인플런스 및 경쟁상대로 삼아 몇십배 더 빠른 스피드를 내려 노력했고, 메탈만으로 구사하는데 있어 부족한 스피드는 (사상적으로 매치 되지 않기에 다소 위험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펑크/하드코어에서 땡겨오며 결국적으로 그 빠르고 격렬한 사운드의 완성에 대한 욕망을 게걸스레 달성 시키는데 성공 하고야 만다. 사운드 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다양한 관점에서도 극단적 위치에 닿기 위해 무슨 짓이던 했다. Black Sabbath 의 불경스러운 것에 대한 은유적인 언급, Venom 의 판타지적이며 그에 비례하는 좀 희화화 될 수 밖에 없던 사타니즘의 뒤를 이으면서도 절대로 돌려 말하지 않고 시원하다 못해 극단적인 지옥-사탄-반 그리스도-살육에 대한 직접적이다 못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화끈한 언급에 의한 사상적 메이킹. 그리고 검은 가죽, 스파이크 장신구, 역 십자가 등 안티크라이스트/흑마술에 어울리는 다양한 아이템의 적극 사용으로 인한 비주얼 메이킹. 모두 극을 향했다.
스피드 메탈 씬에서도 유난히 오버하여 소수의 스피드 홀릭형 헤드뱅어들만이 꼴려대는 컬트적인 위치에 놓였지만, 메탈 전문 레이블 Metal Blade 의 오너인 Brian Slagel 은 이들의 재능을 바로 캐치했다. 그는 애송이 중의 애송이인 Slayer 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행했고, Show No Mercy (1983), Haunting the Chapel (1984,EP), Live Undead (1984, Live EP), Hell Awaits (1985) 와 같은 앨범들이 발표되며 빠르게 스피드 메탈씬, 그리고 그 안에서 탄생한 더욱 강한 사운드의 컬트함을 지닌 서브장르 쓰래쉬 메탈의 총아로 성장하게 된다. 일련의 앨범들로 밴드는 Venom 으로 대표되는 스피드형 메탈의 후계자로 자리매김 했는데, 밴드는 물론이거니와 레이블 관계자 및 팬들 모두가 Slayer 란 밴드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었다. 밴드는 7-80년대 헤비메탈의 그림자에서 완벽히 벗어나, 또 다른 시대와 차원을 여는 메탈 사운드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때 매우 엉뚱한 작자가 나타난다. 바로 전설적 프로듀서인 Rick Rubin 이다.
Rick Rubin 은 Metal Blade 와 Slayer 와의 앨범 발매 계약이 끝났음을 인지하지 마자 Slayer 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레이블로 이적하고, 자신의 레이블에서 판을 내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대쉬는 완전 미친짓이나 다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Rick Rubin 은 힙합 레이블 Def Jam 의 오너이자 프로듀서였고, 그가 담당하고 키운 아티스트는 메탈과 전혀 관계가 없는 Run-DMC, LL Cool J 와 같은 힙합퍼들이었다. Slayer 는 당연 Rick Rubin 을 간단하게 “미친놈” 취급하며 그의 제안을 시원하게 거절 했지만, Rick Rubin 은 포기하지 않고 그들에게 연신 매달리며 설득 마라톤에 들어간다. Metal Blade 의 오너 Brian Slagel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그 역시 Slayer 의 다음 앨범이 차원이 다른 레벨로의 성장이 있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고, 재개약을 하려는 찰나에 Rick Rubin 이 끼어들자 그 역시 “화끈한 계약금” 을 던지면서 Slayer 와의 재계약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Slayer 는 메탈 음반 한장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Rick Rubin 을 선택하게 된다. Slayer 는 끈질기게 달라붙는 Rick Rubin 을 연신 뿌리 쳤지만, 결국 그의 제안을 아니 들어 볼 수 없었고, 그 결과 Slayer 는 Rick 이 자신들이 판단하던 이상으로 장르에 상관없이 다른 차원의 더 많은것을 바라보던 인물임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Slayer 의 영광스러운 전설은 이렇게 무모한 독박 or 쪽박적인 도박으로 시작 되었다.
정말 놀라운 점은 밴드가 프로듀서 및 레이블 담당자로 Rick Rubin 을 믿고 선택하고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일어난다. 첫 작업인 동시에, 음악적인 접점조차 전혀 없었던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호흡을 맞춘 팀 처럼 매우 빠르고 수월하게 레코딩을 일사천리로 맞추었다. 이 두 의아한 만남은 서로의 장점을 알아가는 이해관계의 시간이 필요하게 보였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딴건 필요 없었다. Reign In Blood 를 만들기 위한 계약 및 레코딩은 1986년, 앨범 발매도 1986년, 전작 Hell Awaits 의 녹음과 발매년도는 1985년인데, 이는 이 앨범이 경이로울 정도로 빠르고 순조롭게 녹음 되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다. 밴드와 프로듀서 모두 상대방이 가진 상상 이상의 재능에 대해 연신 놀라게 되는 사건을 매일 겪는 인플런스 효과의 극을 보며 작업의 스피드가 오를 수 밖에 없게 작업 되었기 때문이었다. Rick Rubin 은 메탈 음반 한장 제작한 경험이 없다지만 쓰래쉬 메탈의 음악적 특성과 그보다 더한 Slayer 만의 컬트함을 모두 파악했고, 그것이 가진 스테레오 타입적인 것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또 다른 레벨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아이디어 제시를 쉴 새 없이 Slayer 에 제시했다. 밴드는 이에 대해서 비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제시하는 그의 타고난 재능에 연신 놀랐다. 그와 동시에 밴드는 그들 특유의 “영향을 받되 그 대상을 이기고야 말겠다” 라는 일념으로 Rick 을 대하며 극을 향해갔고, 결국 그를 놀라게 만든다. 모든 트랙이 완성되자 Rick 은 Slayer 를 모아두고서 자신이 제시한 극단적 메탈 사운드보다 더 나아간 극단성에 대해 진절 머리를 내며 한마디를 던진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전체 러닝타임이 29분 밖에 안 되는데 이대로 괜찮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Slayer 는 이에 대해서 “뭐 어쩌라고? 짦으면 한번 더 들으면 되잖아!” 라고 반문했다. 그 다음은? 다들 알 것이다. 시원하게 발매된다.
Reingn In Blood 의 발표는 일종의 혁명과도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에 합당한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메탈이라는 음악이 생성되고 쉼 없이 발전상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헤비함-사악함-스피드함의 궁극적 종착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한 메탈 발전상의 컨베이어벨트에 대해 가운데 손가락을 던지고 과거세탁 후 새로운 시대와 스타일을 동시에 시작함을 알리는 존경과 배신의 극을 보여주는 앨범이었다. 지금까지의 헤비메탈의 스피드 추구에 의한 발전상의 극을 보여주지만, 과거 메탈이 가진 클래식-블루스-포크에 영향받은 음표 위주의 멜로디라인은 철저하게 학살 레벨로 제거 한 채, 빠르고 지겹게 반복되는 다운피킹과 3-4가지의 단순한 코드의 빠른 체인지로 인한 리듬웍 위주의 스피드에 집착 한다는 점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메탈의 발전상에 대해 존경과 배신을 동시에 행하는 것이었다. 굴곡 있으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지글거림에 의한 속도적 쾌감에 지루하지 않게 더해진 기타 솔로잉은 더더욱 파격적이다 못해 대반란과도 같은 발칙함이 넘쳐 흘렀다. 지금까지 음표/멜로디를 쏟아 낸다는 의미로 왼 손가락의 현란한 플랫 짚기가 관건이었던 솔로잉의 고정관념은 Slayer 가 가진 컬트적 사악함을 내기 위해서 철저히 파기 되었고, 그 대신 원초적인 사악함에 어울리는 끊이지 않는 다운 피킹과 아밍으로 대체 되었다. 편집증적인 레벨의 스피드를 내기 위한 체력적인 다운피킹 무한반복과 솔로 보다는 비명과도 같은 줄 땡기기 몇번이 고작이었고 (어느 평론가는 이에 대해서 기타 솔로가 아니라 기타의 내장을 끄집어 낼 때 나는 비명소리라고도 불렀다. 딱 어울리는 기발한 표현인듯!), 이는 메탈 뿐만 아니라 락 음악의 모든것에 엿을 먹이는 행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모함은 뮤지션쉽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지만, 그 어떤 밴드보다 빠르고 강하고 사악한 그들만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스타일 만큼은 너무나도 기발 했음은 그 누구도 부정치 않았다. (이런 극단적 스타일은 Slayer 가 사운드 및 가사에서 극단을 향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에서 대성공을 거둔 사실의 원동력이 된다!) 전작들인 Show No Mercy 와 Hell Awaits 역시 그런것들을 추구했다. 하지만 Reign In Blood 는 그보다 더 극단적이었고, 지금까지의 메탈 그 이상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대와 차원이 도래 하였음을 알리는 쾌작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빠른 코드 흐름, 사악함에 매진한 컬트적인 기타 솔로잉은 훗날 등장하는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 블랙메탈 등 수많은 극단적 기타 사운드의 기초로써 쉴 새 없이 응용 되었다. 스피드와 사악함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교본, 그것이 Reign In Blood 라는 점도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메탈에 펑크가 얹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쓰래쉬 메탈러들은 메탈만으로 얻기 힘든 과격한 스피드를 충당하기 위해 하드코어 펑크를 꽤나 참고 했는데, Slayer 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팀이었다. Kerry King 이 지금까지도 Minor Threat, Verval Abuse, T.S.O.L., D.R.I. 와 같은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에 영향 받았음을 자신의 입으로 쉴 새 없어 거론한다는 점은 바로 그 증거다. (펑크 커버 앨범은 말 할것도 없고!) 무모 할 정도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쉴 새 없이 긁어대는 기타와 두드려대는 드럼은 결코 메탈만의 추진력으로는 얻기가 힘든 것이다. 메탈만으로 낼 수 추진력은 Venom, Exciter, Whiplash 가 한계라는 점은 이미 증명 되었고, Slayer 는 이를 깨닮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결론은 하드코어 펑크적인 구성이었고, 결과는 Slayer 만의 컬트한 코드 중에서 스피드에 대한 갈망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완벽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그들이 노리지 않았던 다양하고도 멋진 후폭풍을 일으켜 버린다는 점이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가. Reign In Blood 는 메탈팬이 하드코어 펑크적인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인 동시에, 하드코어 펑크팬이 메탈에 도전 할 때 최고의 선택이었다. Slayer 는 그 두 세력을 공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그 두 세력 모두를 팬으로 끌어 당기는데 성공한다. 또한 이들만의/이 앨범만의 컬트한 과격성은 메탈이 뭔지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듣더라도, 과격해도,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독창적인 스타일이 있었고, Slayer 에 빠져든 문외한들이 역으로 메탈과 하드코어 펑크에 빠져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게 유난히도 사교집단에 빠진 미친놈들 같은 면모를 라이브 회장에서 보이는 Slayer 팬덤이 만들어 졌음을 그 누가 부정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하드코어 펑크와의 믹스쳐로 인해 탄생 된 독한 스타일은 지금까지의 메탈 전통을 끊을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미국화에 성공했다는 점도 이어진다. 이는 2000년대 메탈 관점에서 너무나도 중요하다. Reign In Blood 의 스피드를 위해 멜로디를 버린 노선은, 일종의 과거청산적 행위라는 점은 놀랍게도 정통 메탈의 본가 영국 메탈-블루스와의 스타이럭 인연을 과감히 끊는 부분이기도 했다.그리고 이 앨범 이후에 탄생 된 수많은 미국 메탈러들에게서 그러한 것들이 발견 된다는 점과, Slayer 에게 직접적 영향을 받은 밴드들이 수많게 존재한다는 점과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Reign In Blood 이후 그러한 증상이 매우 도드라 진다는 점, Pantera 와 같은 매우 미국적인 90년대 메탈의 탄생과 2000년대 들어서 엄청나게 돌풍을 일으켰던,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밀레니엄 메탈의 흐름의 특징인 “메탈의 전통을 이어 가면서도 연을 끊는듯한 극단적 방향성과 모던화” 를 봤을때 Reign In Blood 는 그러한 흐름의 진정한 시작이 된다. 행여나 밀레니엄 메탈 or NWOAH 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때, 미국 메탈의 강한 개성과 파격적 음악적 도전을 이야기 한다면 반드시 Reign In Blood 를 거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기준으로써도 이 앨범은 확실히 이야기가 된다.
이 앨범은 사운드적인 업적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빠질수가 없다. 메시지적인 컬트함 역시 Slayer 를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수가 없고, 그 중에서도 Reign In Blood 에서의 모습은 대단하기 그지 없었다. Slayer 의 남들보다 더 한 극단적 집착성은 사운드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메시지/비주얼적인 부분에도 유별났다. Reign In Blood 역시 그러한 부분에 있어 차원이 다른 것을 남긴바 있다. 밴드는 초기부터 사타니즘/안티-크라이스트적 이미지 메이킹에 충실 했지만, 결과물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그들의 용감하게 선보였던 반-기독교적인 이미지는 그들 특유의 과도함이 곁들여지며 무섭기 보다는 스테레오 타입적인 비꼼을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우스꽝 스러운 분위기를 낳는 반작용/부작용을 낳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Reign In Blood 에서는 직접적으로 악마, 흑마술, 반-기독교 언급을 삼가하고, 그러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드는 개인 심리적이며 한번 더 생각해야 알 수 있는 은유적인 가사, 안티-크라이스트적이지는 않은 주제지만 결론적으로 그러한 것들이 생각나게 만드는 시츄에이션에 관한 (오프닝을 터트리는 곡이자 나찌 시대의 미치광이 변태 의학도 Josef Mengele 를 다룬 Angel Of Death 가 대표적이다)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한 코드는 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하게끔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증폭되는 그들만의 사악함은 제대로 발휘 되고야 만다. 거기에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Larry Carroll 의 악명높은 지옥도 아트웍이 올라가면 Slayer 가 원하고자 하는 사악함의 이미지 메이킹은 최고조에 이르른다. 광기로 똘똘뭉친 사운드, 메시지, 이미지는 메탈의 불경스러움을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 시킨 것이었고, 이 앨범의 배급을 담당하기로 되어 있었던 Columbia 는 너무 과도한 안티-크라이스트적 주제를 견디지 못하고 배급을 포기하게 되는 해프닝을 낳기도 한다.
한마디로 Reign In Blood 는 메탈의 모든것을 바꿔버린 혁명이었다. 무지막지한 스피드와 헤비함으로 평가 받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 앨범은 메탈 팬들이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깨 부수었고, 비-메탈 팬들이 생각하던 고정관념 조차 부수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훗날 등장하는 과격 메탈의 사운드적/이미지 메이킹적 강함이 엄청나게 불경스러워 졌다는 점, 이 앨범을 기점으로 과격한 사운드에 빠져드는 팬들을 생성 시켰다는 점, 메탈 세력과 펑크 세력의 만남의 계기와 그로 인해 탄생 된 음악적/문화적 교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앨범의 위대한 점은 그러한 피드백들이 시간이 지나며 상상 이상의 스펙트럼으로 넒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밀레니엄 메탈은 바로 그러한 영향의 증거 중 최고봉이며, 다양한 펑크/하드코어 음악에서 발견 되기도 한다. 스피드와 헤비함, 감정의 밑바닥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사악함과 공포를 보여주는 장르는 현재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 발자취를 따라 올라가 본다면 하나의 포인트에서 멈추게 된다. 바로 Slayer 의 Reign In Blood 에서 말이다. 요즘 우리는 “XXX 로 대동단결!” 이라는 농을 가끔 던지곤 한다. 그 문구가 그저 “우리 모두 그들을 좋아하죠!” 레벨이지만, Slayer 의 Reign In Blood 의 경우에 쓰인다면? 그렇다. 말대로다. 결국 모든 과격한 음악은 Slayer 라는 접점에서 시작되고 만나게 된다. 그런 밴드의 그런 앨범이다. 과격함과 사악함을 논한다면, 이 앨범은 최초이자, 최고이자, 최후의 앨범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아무도 쉽게 의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