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ass – Surgical Steel (Nuclear Blast, 2013)
음악 비즈니스계의 가장 최악의 사건을 겪으며 해산 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Carcass 의 재결성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처럼 의문부호 부터 깔고 시작했다. 여기에 드러머 Ken Owen 의 뇌일혈로 인한 쓰러짐-생사투쟁-뮤지션은 커녕 민간인으로써의 컴백, 기타리스트 Bill Steer 의 완벽한 탈-그라인드코어적 활동, 보컬/베이시스트 Jeff Walker 의 음악적 칩거 생활은 더더욱 Carcass 의 재결성에 대해 “안됨” 이라는 결론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Bill 과 Jeff 가 2007년에 의기투합 하자마자 익스트림 메탈/그라인드코어 팬들의 오랜 바람은 너무나도 순조롭게 행해졌다. 여기에 옛 전우 Michael Amott 가 가세했고, Ken 은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지만 Michael 이 리드하는 밴드 Arch Enemy 의 드러머 Daniel Erlandsson 이 그 빈자리를 멋지게 채우며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아갔다. 재결성 공연/투어에 대한 요청 횟수는 많아졌고, Carcass 는 이에 성심껏 응했다. 그러자 팬들의 기대치는 재결성에서 새 앨범 제작까지 높아졌다. 이 역시 Bill 과 Jeff 가 의기투합 하자마자 빠르게 실행 되었다. 새 앨범 제작을 타진 후 1년 남짓한 시간후엔 스튜디오에 들어가 녹음만 하면 될 정도까지 진전 될 정도였다. 허나 Michael 과 Daniel 은 Arch Enemy 활동에도 매진해야 했다. 서로간의 스케쥴이 맞지 않자, Bill 과 Jeff 는 Michael/Daniel 과 우호적이 관계속에 결별했고, 그 빈자리엔 Daniel Wilding 과 Ben Ash 가 채워졌다. 그리고 바로 레코딩에 들어갔다. 다소 복잡한, 허나 재결성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너무나도 호쾌하게 만들어진 앨범이 바로 Surgical Steel 이다.
일단 Surgical Steel 은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앨범이기에 (익스트림 메탈을 즐긴 사람치고 Carcass 에 빚이 없을리가 없으니까 그런거다) 일단 플러스 점수는 먹고 들어 갈 것이다. 허나 그러한 어드밴티지가 매우 경솔한 생각이었을 정도로 Surgical Steel 은 그 존재 만으로도 충분히 해내는, 기대치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음악성으로 중무장한 앨범이다. 신작이자 재결성 앨범 Surgical Steel 은 Carcass 의 모든 스타일을 담은, 매우 현식적이고도 이상적인 방향과 결론을 내리는 앨범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변화무쌍한 구성미와 이런저런 테크닉 배치를 한, 음악적이며 모던한 측면의 그라인드코어의 시작이자 터닝포인트인 Necroticism ? Descanting The Insalubrious (1991) 을 뼈대로, 그리고 탈-그라인드코어/차세대 익스트림 메탈로의 모던한 변화를 용감하게 행한 Heartwork (1993) 을 부가적 요소로 섞은 앨범이다. 물론 1-2집을 연상 시키는 극악무도한 부르탈함도 만만찮게 시도하기에, 초기적 요소도 만만찮게 가지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밀어 붙이면서도, 다양한 곡 패턴 제조와 배치, 그러한 뼈대 안에서 “모던 익스트림 메탈의 파이오니어” 라는 영광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테크닉과 프로덕션적 현대화를 통한 마무리 등 Carcass 의 모든 요소를 긍정적인 측면, 아니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으로 빚어낸다. 여기에 Bill Steer 특유의 뛰어난 리프 제조-솔로잉-익스트림 메탈/그라인드코어 파이오니어적인 고유의 색채, Jeff Walker 의 개성 넘치는 & 경외적인 보컬 스타일/실력, Carcass 의 역사를 되살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놀랄 정도로 잘 해 주고 있는 새 멤버 두명의 뛰어난 백업까지 더해져 Carcass 역사의 토탈 패키지 사운드에 대한 호의적 느낌은 계속 증폭되며 감동을 넘어 경외심까지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Surgical Steel 은 “뛰어난 컴백작” 의 레벨로 논해서는 안되는 “새 앨범다운 위대함” 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극단적인 과격함과 온갖 혁신 메탈이 등장한 2013년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혁신성의 맛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엄청난 찬사를 받을만 한 작품 되겠다. 허나 Carcass 가 그라인드코어, 익스트림 메탈을 넘어, Metallica 와 같은 의미의 새로운 메탈 패러다임을 만들려 노력했던, 비록 상업적/비즈니스적 실패로 끝났으나 메탈 음악의 혁신 하나만큼은 대단한 결론을 내렸던 밴드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신보는 그들의 명성에 비해 부족한, 조금 많이 저급한 추억팔이가 아닌가?” 라는 점도 떠오르게 만든다. 이 앨범에서는 Necroticism, Heartwork 앨범에서 메탈 음악의 고정관념을 깨 보려는 혁신적 노력, 이라는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Carcass 는 그저 과격한 음악의 파이오니어, 테크니컬한 익스트림 메탈러라는 이미지만으로 끝나는 밴드가 아니지 않던가? Swansong 앨범에서 비춰지던 과감한 도전과 무리수라도 일단 행하고 보는 자신감, 무리수임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더 뛰어난 결론물들의 창출등이 너무나도 없다는점은 아쉽다. 이 앨범이 엄청난 레벨의 결과물을 담은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쓴 소리를 꼭 남기고 싶다. 왜냐면 Carcass 는 그 혁신적 노력과 무서운 자신감이라는 부분이 없으면 안되는, 경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왜 그리 엄한 잣대를 들이대냐고 한다면 “Carcass 는 그래야만 옳을 정도로 엄청난 것을 했던 밴드이니까” 라고 말하고 싶다. 매우 반가운, 반가운 기분보다는 경외적인 느낌을 들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조금 많이 아쉬움을 남기는 앨범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최고의 컴백 앨범임에는 틀림이 없다. 허나 Carcass 의 신보라는 측면에서는 아쉽다.
- Mike Villain
Unfit For Human Consum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