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bative Post – The Ghost (Townhall, 2013)

Combative Post – The Ghost (Townhall, 2013)

2008년 결성, 같은 해 데모 발표, 2010년에 데뷔 EP Realisation 발표, 2013년 12월에 데뷔 풀렝스 The Ghost 발표. Combative Post 의 지금까지의 활동 내역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된다. 하지만 이 밴드들의 멤버들이 49 Morphines, 13 Steps, 공격대, Nahu, 잠비나이, Propeller 21,Things We Say 등 다양한 밴드들에서 활동한 멤버들의 모인, 일종의 한국 하드코어 언더그라운드 슈퍼밴드라는 사실이 더해지면 어떨까? 심상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본능적 예감은 딱 들어 맞는다. The Ghost 라는 앨범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쾌작 정도가 아닌, 한국 하드코어의 명반을 논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The Ghost 는 매우 조용하게 발표 된 앨범이다. 그도 그럴것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이일우 (49 Morphines, 잠비나이) 는 새 밴드 잠비나이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며 꽤나 바빠졌고, Combative Post 는 본의 아니게 휴지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밴드는 데뷔 EP Realisation 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자신들을 갈고 닦아야만 했으나 그러진 못했다. 결국 밴드는 풀렝스 앨범 제작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The Ghost 이다. 이슈없이 너무 조용히 발표 된 앨범이라 기대치는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는, 은근히 불운을 타고난 앨범으로 보인다. 허나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 The Ghost 는 쾌작 정도가 아닌, 한국 하드코어의 명반을 논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앨범이다.

Combative Post 가 구사하는 음악은 멜로딕 하드코어다. 이 음악 역시 메탈릭 하드코어와 마찬가지로 위기의 장르다. 메탈릭 하드코어는 이미 Hatebreed, Terror 로 간단히 정리 되고도 남을 정도라는 말을 함부로 내 뱉을수 있을 정도로, 몇몇 아이콘들에 의해 모든 혁신적인 시도와 결과물이 나올만큼 다 나온 상태가 아니던가? 멜로딕 하드코어도 그렇다. 80 하드코어 펑크에 멜로디컬한 감각을 더한 초창기 스타일은 Lifetime, 7 Seconds, H2O 같은 밴드들이 신보들을 내면서 끝났다.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를 기반으로 마이너리티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Bridge Nine Records 의 이런저런 로스터들이 다 했고 (심지어 한계를 느끼고 해체까지 한 밴드도 많다.), 대중적인 변화 역시 Comeback Kid 가 일련의 앨범들로 이미 다 해치웠다. Cancer Bats 와 같은 어레인지적 코드의 밴드들 역시 앨범 장수가 4-5장이 쌓여 신선치도 않다. 동양적인 코드를 덧댄 음악성과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의 등장이라는 제3세력적인 것도 FC Five 가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이미 다 보여주었고, 이들 역시 한계를 느끼고 최고의 자리에서 해산을 결정했다. 이미 보여 줄 밴드들이 다 보여주었기에 Combative Post 의 The Ghost 는 아무리 애써봐야 고만고만한 수준에 도달 할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허나 재밌게도 승자는 이 앨범이 되고야 만다. 이 앨범은 이미 수많은 아이콘 밴드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여러장의 앨범 장수로 퀄리티까지 최고조에 이르른 멜로딕 하드코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 라는 느낌을 쥐어 짜 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The Ghost 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것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앞서 설명한 멜로딕 하드코어의 역사, 스타일, 지역색적인 특징을 모두 구사한다” 라는 점이다. 이 한장에 다 들어있다. 80 하드코어적인 접근법, Bridge Nine Records 브랜드로 설명되는 모던 하드코어, Comeback Kid 와 같은 캐치하고 모던한 방법론까지 행하고 있고, 심지어 동양 (정확히는 일본) 의 멜로디어스함을 지닌 하드코어 밴드들에서 발견되는 그 특유의 동양적 서정미적인 코드까지 꽤나 들어있다.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멜로딕 하드코어 & 동서양의 멜로딕 하드코어의 모든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그건 일단 뼈대일 뿐이다.

멜로딕 하드코어의 역사와 동서양의 특징의 엣센셜을 뼈대로 얹혀지고 있는 것들 역시 The Ghost 가 가진 무서움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것은 스피드이다. 멜로딕 하드코어는 대체로 80 하드코어 펑크적인 스피드 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치밀한 연주/보컬 흐름을 짜 내려가는 형태인데, 이들은 80년대 멜로딕 하드코어 밴드들 보다도 & 올드스쿨함의 뼈대를 지독하게 고수하는 가운데에서의 변화상을 기도하는 Bridge Nine Records 밴드들의 방법론 보다도 더욱 더 빠른 질주감각을 내세운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멜로디라인, 리프/드럼 패턴을 굵직하고도 섬세하게 때려 박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론은 멜로딕 하드코어 역사 전체를 따져봐도 꽤나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Bridge Nine 스타일과 Comeback Kid 적인 방법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메꿔버린 대단한 스타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여기에 기타리스트 이일우가 만들어 내는 엣모스페릭함이 더해지며 The Ghost 의 개성은 극단을 향해간다. 49 Morphines, 잠비나이의 기타리스트라는 점에서 “엣모스페릭함을 넣을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 할 지 모르겠지만 하드코어, 그것도 굉장히 터프한 스피드로 쉴 새 없이 앨범 전체를 헐떡 거리는 그 비트속에 그러한 요소를 전혀 위화감 없이 때려 박는다는 점은 경악에 가까운 수준의 진기명기 그 자체다. 하드코어의 엣모스페릭함은 90년대 초반의 포스트 하드코어, Umea 하드코어, 포스트 락 적인 시도 정도이지 않았던가? 이러한 시도를 행하고 멋지게 결론 시키는데 성공한 FC Five 의 앨범 Super Bloom 이 있기는 하다. 허나 이 작품은 Umea 하드코어씬의 프로듀서들과 같이 작업하며 만들어진, 그리고 과하게 Umea 하드코어가 되어 버렸지 아니한가? The Ghost 는 다르다. 타 장르/스타일적인 요소를 끌어 당겼음에도 불구하고, Combative Post 의 엣모스페릭-멜로딕 하드코어 컴비네이션엔 49 Morphine 나 잠비나이의 색채는 없다. Combative Post 만의 코드만으로 귀결 된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다양한 스타일과 마법적 훅을 지닌 곡들을 타고 한껏 발휘된다. 곡의 퀄리티에 대한 언급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하지 않겠다.

The Ghost 는 품질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히 발표 되었고, 반응조차도 조용하다. 이는 너무나도 좋지 않은 피드백이다. 이 앨범은 차원이 다른 앨범이다. 물론 완벽히 새로운 한 스타일의 시발점으로의 새로움은 아니다. 허나 지금까지의 멜로딕 하드코어의 토탈 패키지화 + CP 만의 어마어마한 음악적 개성과 깊이의 완벽한 완성은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한 획은 아직 시기상조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 & 폭발의 징조로 호평 받기에 부족함이 없기도 하다. 더불어서 한국 하드코어 역사에 있서 또 한번의 명작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한국 하드코어의 호평 원동력이 “외국에서의 그 사운드/스타일을 한국에서도 제대로 구사함” 이었다면, The Ghost 는 “세계의 흐름을 바꾸려 노력한, 그리고 어느정도 의미심장함을 남기는 뛰어난 음악적 설득력의 완성” 으로의 레벨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더욱 더 의미가 깊다. 간단하게 정의해서 2010년대 한국 하드코어의 이정표 되겠다. 최고다.

- Mike Villain


New Fl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