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abbath – 13 (Vertigo/Universal, 2013)

Black Sabbath – 13 (Vertigo/Universal, 2013)

Black Sabbath 의 원년 멤버 재결성은 1985년의 Live Aid, 1997년 Ozzfest 에서 행해졌지만 말 그대로 단발성이었다. 1985년의 경우에는 Bob Geldof 의 기획력으로 탄생한 이디오피아 난민 기금마련을 위한 단발 이슈성의 재결성이라 별 의미는 없었고, 1997년의 경우에는 그 당시 라이브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이자 2곡의 신곡도 담은 Reunion (1998) 의 발매 & 그로 인해 만들어진 호평을 바탕으로 한 2001년의 원년 멤버 레코딩 작업이 있었지만 Ozzy Osbourne 이 “자신의 솔로 앨범 녹음 및 제작의 마무리 작업을 하러 잠깐 자리를 비우겠음” 이 무기한 이탈로 이어지며 결국 Black Sabbath 의 재결성은 말 그대로 불가능한 모두의 바램으로 끝나게 된다. Black Sabbath 의 원년 멤버 재결성의 열쇠는 언제나 Ozzy 가 쥐고 있었고, Ozzy 의 커리어는 매우 탄탄하도 못해 전설급 이었으며, 굳이 Black Sabbath 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되었기에 이들의 재결성은 말 그대로 불가능 했다. 그러하기에 2013년에 발표 된 작품이자 Ozzy 가 35년만에 합류한 (그것도 직접 먼저 나서서!) , Geezer Butler 가 19년만에 합류한 앨범이기도 한 13 은 “발매 되었음” 하나 만으로도 락 역사에 길이 남는 놀라운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년 드러머 Bill Ward 의 “음악적 견해차로 인한 정중한 참가 거부” 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프로듀서는 Rick Rubin 이랜다. 이 정도면 컴백 앨범의 수준이 아닌, 올해의 앨범을 노리는 수준이라 할 수 있는 레벨까지 격상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라인업으로 만들어 진 Black Sabbath 의 19번째 앨범인 13 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 인 앨범이다. 사악함, 절망감, 공포감, 묵시록적인, 헤비함 등 수많은 종류의 어두운 아우라의 집대성이자 진정한 시초인 Black Sabbath 의 초기의 그 바이브를 다시금 살리고 있는 앨범이다. Ozzy-Era 라고 불리우는 그 시절의 사운드의 모든 부활이다. 그러한 코드들의 발전이 50여년간 지속 되었기에 Black Sabbath 의 올드스쿨 사운드 재구현은 다소 시대의 파워에 부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감이 드는것도 사실이겠다. 하지만 그런게 없다. 말이야 쉽지만 꽤나 구현하기 힘든 “원조로써의 모범” 을 보여 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Tony Iommi 가 구사하는 묵직함의 모든것 (스케일 제조, 사운드 제조, 연주의 특이함 모두!), Geezer Butler 의 과묵함과 현란함을 오고가는 플레이, 이를 극대화 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가사 제조 센스와 보컬 스타일의 기량을 보이는 Ozzy Osbourne 의 남다른 존재감까지… 한마디로 “왕년의 위대한 그대로” 이자 “그 빈티지한 위대함으로 군웅할거 시대와도 같은 헤비니스 바닥을 평정함” 그 자체다.

메탈, 그 자체인 Black Sabbath 의 모든 특징이 긍정적으로 표현되는 13 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게 13 이다. 표면적으로 강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바라 본다면 13 은 약점도 많다. 왕년의 실력을 충분히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 만큼 과거의 곡 명곡들을 과하게 참고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End Of The Beginning 과 God Is Dead? 에서 과하게 War Pigs 의 구성을 가져오려 했다는 점, 중반부의 트랙 Zeitgeist 이 과하게 Planet Caravan 와 너무 스타일이 겹쳐진다는 점, 이러한 점들이 여기저기 드러나면서 13 이라는 앨범이 “왕년의 실력 부활” 아닌, “Paranoid 앨범의 아슬아슬한 자기 복제” 로 생각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실력도 센스도 충분한 분들이 왜 이렇게 질 떨어지고 들통도 한번에 날 저질 추억팔이를 하는지 의아할 정도다. 과거 명곡들의 흐름이 우연찮게 나타나면 일부러 걷어 내야 할 분들이, 과거 명곡과 비슷하게 만들려 노력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곡들을 만들다니? 이건 분명히 좋지 않다.

프로듀서 Rick Rubin 의 가세가 꽤나 독이 되었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Rick Rubin 이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도움을 주는, 한 장르 및 한 아티스트의 스테레오 타입적인 걸로 묶을 수 없는 매우 파격적인 새로움의 결과물을 만드는데 뛰어난 인물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프로덕션 사운드 메이킹은 꽤나 꾸밈없는 생톤을 고집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13 앨범의 아쉬움으로 이어지고야 만다. Black Sabbath 의 초기는 매우 남다른 스튜디오 이펙팅을 자랑하는 밴드로 유명한데, Rick Rubin 의 꾸밈없는 생톤 프로덕션이라? 멋진 곡들이 Rick Rubin 의 생톤 덕택에 재미가 반감하고 있다. 이는 분명 악재다. 13 앨범은 헤비하고 퍼즈하게 왕왕 울려대야 제맛인 곡들로 가득차 있다. 그게 안된다라… 이건 어불성설의 극치다. 물론 메탈 음악에 맞게 헤비하기는 하다. 그러나 Black Sabbath 는 언제나처럼 남다른, 컬트한 프로덕션을 자랑하는 밴드다. 그게 안되는 Black Sabbath 의 앨범이란 분명 매력의 감소라고 해야만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Rick Rubin 만의 차원이 다른, 예상을 넘어가는, 한 장르나 사람들의 통념에 절대 묶어 둘 수 없는 매우 새로운 Black Sabbath 의 사운드의 결과물이 나왔는가? 아니. 그렇지 못했다. “딱 왕년의 Black Sabbath” 만이다. 시원하게 “Rick Rubin 은 이 앨범에서 한 게 없다. 발목만 잡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많지도 않은 곡들 가지고 일반판, 디럭스판 나눠서 장난친 것도 솔직히 단점으로 넣고 싶다.

13 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앨범이다. 그래도 이 앨범은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13 앨범에서 보여준 클래식 라인업이 부활과 그 라인업에 걸맞는, 조금 과한 저질 추억팔이가 있어서 그렇지 분명 합격점 이상의 양질의 곡들의 제작과 절묘한 배치는 분명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트집 잡고 태클을 걸어도 평타 이상은 치는 앨범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쾌작이 아닌, 세기의 명작, 또 다른 Black Sabbath 의 올타임 클래식 앨범이 될 수도 있었다. 조금 복잡하게 말해서 “만족과 불만족이 6:4 로 공존하는”, 쉽게 말해서 “좋은 앨범” 으로 받아 들이면 될 듯 싶다. 왜 그렇게 말해야 하냐고? 과도한 우상화는 아무리 레전드라도 좋지 않으니까!

- Mike Villain


God Is D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