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ggers – Survival Of The Fittest (Self-Released, 2013)

The Veggers – Survival Of The Fittest (Self-Released, 2013)

Sex Pistols 가 개박날 나고 하위 문화가 뭔지 모르는 주제에 펜데 굴리는 특권이 있다는 이유 하나면으로 “Punk Is Dead” 라고 씨부려 카쌌음에도 불구하고 펑크락은 지금까지도 40여년 넘게 매우 잘 굴러가고 있는 기반 튼튼한 장르라는 사실은 세계인들이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해당된다. 드럭이 어쩌고, 스컹크가 저쩌고는… 그런건 2013년에 해서는 안되는 신세 한탄이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슈성 있는 밴드나 스팟이 없어도 “멋진 펑크락을 들려주려고” 라는 매우 심플하고도 진리적인 마인드로 점철 된, 그리고 무엇보다 근면적인 면모가 매우 강력한 밴드들이 수는 적지만 꾸준하게 등장하고 멋진 활동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밴드들을 좀 알고 싶다면, The Veggers 는 그 어떤 밴드보다 좀 더 먼저 체크 해 봐야만 하는 밴드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면성과 음악성이 동시에 아낌없이 과감하게 터지는 진짜 멋진 밴드이기 때문이다.

최근 2년사이에 한국서 로컬 열린 펑크락쇼 & 그와 비슷한 기획공연에 대해 약간만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The Veggers 라는 이름을 몇번은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2010년 여름, 안양과 평촌에 사는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의기투합하여 결성 되었고, 어린 나이로 인한 인맥 없음 + 지방 밴드 특유의 장소 없음 + 그로 인한 인지도 확장 패널티라는 악재를 겪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울리지 않더라도 불러주는 데라면 어디든가서 라이브를 하는 과감한 근면성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마음에 품고 자신들을 갈고 닦았다. 그 결과 2013년인 지금의 The Veggers 는 많은 갈래로 갈려진 한국 펑크/하드코어씬의 기획 공연의 중요한 한 파트를 차지하는 비범한 네임벨류의 밴드로 거듭날 정도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펑크씬의 비범한 신에 네임드까지 올라서 있게 되었다. 특히 과감한 근면성으로 만들어진 이들만의 독창적 팀컬러 & 비범한 음악적 레벨은 그 어떤 신예 펑크 밴드들 보다 독보적이라 할 수있다. 그리고 그러한 면모는 밴드 활동의 첫번째 챕터의 마무리이자, 다음 챕터로의 이동을 알리는 행위인 “데뷔 앨범” 에서 제대로 구현된다. 이들의 자랑스런 풀렝스 Survival Of The Fittest 를 살펴보자.

Survival Of The Fittest 의 주 요소는 80 하드코어 펑크 + 개러지/락앤롤 퓨전이다. 좀 힙스터적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구사하는 사운드는 힙스터적인 (외모와) 거리가 먼 “다이하드 스트레이트 에너지 펌핑” 그 자체이다. 이들의 하드코어 펑크에는 Bad Brain, Gang Green, Poison Idea 과 같이 스피디한 구성을 추구하는 하드코어 중에서도 유난히 광폭한 스피드와 에너지를 지닌 그 맛이 살아있다. 여기에 Motorhead, Iggy Pop 과 같은 심플하고도 공격적인 스피드의 락앤롤 특유의 불량한 바운스도 여기저기에서 꿈틀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The Veggers 만의 하드코어 펑크 + 러프한 락앤롤의 공식은 80 하드코어 펑크 + 락앤롤 + 90년대적 어레인지 성공이라는 굉장함을 보여 주었던 컬트적 펑크 스타 New Bomb Turks, 90-2000년대를 한번 들었다 논 장르인 개러지 리바이블 중에서 아티스틱한 코드 보다는 락앤롤의 거친 레트로함의 덕후적 집착을 보인 The Hives, Motorhead 에 대한 미국 하드코어 펑크에 대한 응답이자 또 한번의 거친 스피드로의 돌연변이적 진화를 보여준 Zeke,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Misfits 등 다양한 밴드/스타일/서브장르까지 자연스레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The Veggers 라는 밴드는 그저 펑크 + 락앤롤의 믹스쳐 밴드가 아닌, 40여년의 펑크락 역사에 있었던 펑크와 락앤롤의 상관관계의 오랜 역사를 재미지게 정의하는 밴드구나 하는 생각까지 만들 정도다. 데뷔작에서 그러한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자들은 흔치 않다. 그러기에 이 앨범은 분석이 완벽하게 끝나기 전부터 “굉장한 놈들이다” 임을 인지하게 만든다.

더 놀라운 점은 하드코어 펑크 + 불량성 넘치는 락앤롤을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적 깊이가 꽤나 높다는 점이다. 러프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밴드는 뮤지션쉽적인 부분과 거리가 멀고, 그 약점을 거친 면모의 컬트한 재미로 커버하는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고, 지금도 그러하지 않던가? 그러나 The Veggers 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1-2분대의 시간안에 빠르게 조지는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작곡은 양질의 기타팝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승전결과 살인적인 매력의 후렴 훅을 지니고 있고, 리프를 만드는 감각과 질도 다르다. 락앤롤의 필을 살리기 위한 오부리질의 남다른 화려한 손놀림, 각 멤버들의 탄탄한 팀웍에서 나오는 비범한 백업형 테크닉적인 부분도 꽤 놀랄만큼 매우 뛰어나다. (이는 아마도 이들의 결성지가 실용 음악학과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허허… 그나저나 신기허네~ 실용 음악학과 새끼들은 대가리에 기름차서 이런 음악 괄시하는데 말이지!) 물론 이러한 뮤지션쉽적인 부분은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앨범이 데뷔작이고, 이 밴드가 갓 성인이 된 어린티를 벗어나지 못한 “키즈” 영역에 아직 발을 담그고 있는 밴드라는 점을 생각 해 본다면, 이들의 뮤지션쉽적인 부분은 꽤 놀랄만한 부분이다. 만약 당신이 Bad Brains, Minor Threat, Gang Green 과 같은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멤버들이 테크닉적으로 남다른 밴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The Veggers 는 바로 그걸 제대로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거의 최초라고 할 수있는 부분이다.

Survival Of The Fittest 라는 앨범은 한마디로 “또 하나의 한국 하드코어 펑크 레전드 앨범” 그 자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드코어 펑크와 락앤롤의 묘미를 둘 다 잘 살렸고, 거친 면모의 극단화로 컬트적 재미를 끝까지 증폭 시켰으며, 그러면서도 뛰어난 작곡 센스와 연주 테크닉으로 남다른 깊이까지 구축 해 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나오기 힘든 레벨의 명작” 이자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의 데뷔작” 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컬트한 묘미의 강함과 남다른 뮤지션쉽의 공존은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하기에 더욱 더 좋은 평을 주고 싶다. 왜냐면 이 앨범에서 앞으로 더욱 러프한 밴드로 가던지, 지금과 완전 다른 아트한/힙스터한 락앤롤 밴드로 변화하던지 간에 매우 자연스럽게 보이게 이 앨범이 멋진 교두보를 행사하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굉장히 멋지지만, 앞으로 어떻게 예상을 깨고 변화/진화 할 지 기대감도 엄청나게 안겨주는 앨범이라는 점도 이 앨범의 숨겨진 묘미 되겠다. 게다가 이 앨범은 레이블의 도움없이 밴드의 금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100% DIY 앨범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크게 좌지우지 하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이 밴드의 근면성실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며, 그러한 부분이 Survival Of The Fittest 의 쾌작반열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연료 혹은 촉매제로써 맹활약을 했기에 쉽사리 넘어가기도 그러하다고 본다.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충격적인 데뷔작” 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나오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이 시대의 한국 락 클래식 그 자체” 되겠다. 놓치면 사형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