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5] X-Japan – Blue Blood (Sony Japan, 1989)

[Diggin’ The Grave #05] X-Japan – Blue Blood (Sony Japan, 1989)

X-Japan 은 비주얼 락의 창조자로써 30여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물론 비주얼락의 창시자라는 말은 틀릴수도 있다. 이 바닥이 워낙에 스타일도 다양하고, 영향받은 밴드 및 장르도 다양하고, 등장 시기적으로도 논란이 발생 할 정도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본인은 적절한 수위로 그러한 음악적 통념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고 싶다. 그럴싸한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X-Japan 은 그 당시에 일본 헤비메탈씬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상업적인 포커스의 과도한 프로모션 (비디오 앨범의 과다한 발매, TV 출연 및 우스꽝 스러운 모습이 되기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 진짜배기 헤비메탈로 보기에는 이래저래 부족 할 수 밖에 없는 음악적 테크닉과 센스의 부재 및 과도한 자기 해석등을 펼치며 논란과 비난을 팬들과 동료/선배 밴드들에게서 얻었지만, 그러면서도 씬에서 적절하게 존재감을 인정 받던 밴드임은 분명했다는 사실부터 시작 해 보자. Doom, Shell Shock, Jurrassic Jade 와 같은 메탈 밴드들과 자웅을 겨룬 컴필레이션 Skull Thrash Zone 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던 점은 그 증거 중 하나다. 요란한 비주얼? 그건 이미 몇년전 부터 Dead End, Gastunk 같은 선배 하드락/메탈/펑크/하드코어 밴드들 뿐만 아니라, Boowy 나 RC Succession 과 같은 뉴웨이브 펑크 밴드나 락앤롤 밴드들 부터 하던 것이잖던가? 그들이 파이오니어는 아니기도 하다 이거다. 허나 분명한 것은 X-Japan 은 헤비메탈 밴드라는 사실과 동시에 그들의 메이저 등장 및 엄청난 힛트로 인해 비주얼 락이라는 장르가 추진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이야기 하는것이 좋을까? 간단하다. 절충적 결론을 내리면 된다. X-Japan 은 헤비메탈 밴드이자, 비주얼 밴드의 시초이자, 비주얼 사운드가 탈-메탈로 가는 / 락-메탈 애호가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비아냥적인 원동력의 첫 이정표가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앨범 1장에 대해서 다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참으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앨범, Blue Blood 의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 되겠다.

X-Japan 은 실력엔 당연히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뜰 수 밖에 없었던 밴드로의 준비” 는 완벽하게 되어 있었던 밴드였다. 드러머인 요시키의 레이블 Extasy 에서 발매 된 데뷔 풀렝스 Vanishing Vision (1988) 은 메이저에서 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인디에서 뭔가를 남겨야 함” 이라는 요시키의 바램이 반영 되었기에 인디에서 발표 된 형태를 지닌 앨범이었다. 그 당시부터 메이저 레이블들의 스카웃 전쟁이 존재 했었다고 한다. Blue Blood 는 그렇게 밴드의 입장에서 나름 유리한 상태로 메이저에 입성하고 제작 되어서 나온 앨범이었다. 그만큼 그들이 노린바는 이미 초기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격렬한 헤비메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다” 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무슨짓이든 해 왔었다. 메탈씬 내외적으로 비아냥을 들을 지언정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꿈쩍도 안 했다. 이 앨범엔 음악적인 호불호를 넘어선 그들의 욕망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파워 메탈/스래쉬 메탈에서나 볼 법한 특유의 격렬한 스피드에서 비춰지는 메탈적 마인드, 그리고 대중가요풍 보컬/코러스라인과 가사를 통한 힛트/성공에 대한 욕망, 그리고 두가지 노림수의 성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미션이 바로 그 욕망이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 어린 노선은 음악적 관점으로 찬반양론적 결과를 내 놓게 된다.일단 메탈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자. 특정 장르 애호가들의 특유의 색안경을 껴도 이 앨범은 생각보다 괜찮은 다이하드한 메탈 앨범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매우 힘든것이 사실이다. “1분에 800번” 이라는 말도 안되는 우스갯 소리의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분명 밴드의 리더 요시키는 꽤나 괜찮은 레벨의 급박한 비트를 잘 뽑아 낸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고, 파타와 타이지가 보여주는 하드락적인 연주의 참맛, 글램-펑크-뉴웨이브의 역사적/음악적 특징을 잘 꿰뚫고 있는 히데의 플레이도 독창적이면서 다른 멤버와 특징과 X-Japan 의 메탈색에 잘 어우리지고 있다. 보컬리스트 토시 역시 테크니션 계열은 아니지만 하드락, 메탈, 글램, 펑크, 발라드는 물론 뽕필 가요까지 꽤나 그럴싸하게 해치우는 그만의 만병통치약 스타일의 보이스 컬러 역시 아슬아슬 하지만 합격점 이상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송라이팅과 밴드색의 조율은 요시키가 전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데, 능력없는 독재자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꽤나 뛰어난 작곡 능력과 각 멤버의 개성을 총괄하여 적절하게 배분하는 뛰어난 통제권,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음반에 담을 수 있는 프로듀스 능력까지 꽤나 뭔가를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과 똑같은 비율로 들어있는 단점도 만만치 않은것이 Blue Blood 의 실체이기도 하다. 반드시 대중적으로 대성 하겠다는 마인드에서 탄생하게 된 다양한 대중친화적 코드들은 특정 음악 장르만의 장점만을 남긴 채 끝내야만 하는 독립된 문화의 대명사, 메탈의 진정성을 뒤 흔들고도 남았다. 터프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펑펑 터져 나오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어오면 보컬, 기타 리프, 솔로, 인트로, 브릿지, 아웃트로, 아르페지오, 피아노 선율 등 말 그대로 모든 부분에는 비-메탈적인 동시에 메탈이 해서는 아니되는 팔아 먹기 위한 노골적인 대중적/상업적 양념질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메탈임에도 불구하고 메탈이 절대 아닌 결론이 나와 버리는 황당한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단 Blue Blood 는 세간에 아주 잘 알려진대로 엄청난 힛트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힛트는 특정 장르에 대한 진정성 여부 및 그로 인한 음악적 단점이라는 장작 더미에 불을 세차게 당기게 된다. 요시키는 좀 더 많은 인세를 거머쥐기 위해 밴드의 메인 송라이터 및 프로듀스에 더더욱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는 각 멤버들이 원하는 음악적 노선에 대해 지나친 간섭으로 이어지게 된다. 요시키는 밴드의 밑그림을 잘 그리는 인물임에는 분명 했지만, 최종적 결론에 내리기 까지의 다양한 아이디어 제공, 편곡, 타 멤버들에 대한 이해와 그로 인한 음악적 융합 및 예상치 못한 것들의 화학적 반응등의 실제적 리더의 역활은 오히려 히데와 타이지의 몫이자 공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밴드내의 작곡/프로듀서라는 간판이라는 명분하에 타 멤버보다 많은 인세를 가져가는 동시에, 그러한 행위를 정당하기 위해 음악적으로 타 멤버들을 단속하기 시작했고, 돈 문제로 가장 민감한 동시에 이미 열이 받아 있던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밴드의 음악적 핵심 중 하나인 타이지가 떠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행해진 타 멤버 세션맨 취급으로 인한 내부적 불화와 음악적 상승효과의 거세화는 심해져만 갔다. 설상가상으로 요시키는 인세를 더 많이 가져 갈 수 있는 명분에 걸맞는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Blue Blood 이후의 앨범들은 메탈을 빙자한 저질 대중가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와 더불어서 요시키가 초창기 보여 준 위대한 클래식 락 아이콘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과 그와 완벽상반되는 능력 없음의 컴비네이션으로 탄생한 대곡 지향주의는 앞서 말한 특정 장르만의 진정성을 짓 뭉개는 X-Japan 의 최악의 음악적 실수의 하일라이트로 기록, 더더욱 악평의 원동력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기도 했다.

또한 Blue Blood 의 전략에 의해 결실을 맺은 상업적 성공은 내부적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만만찮은 독이 되어서 돌아 왔다는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X-Japan 의 성공신화는 가쉽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 가쉽에 경도 된 대중들은 메탈이 무언지도 모르고, 메탈이 어떻게 나아가야만 하는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특정 장르의 음악적/사상적 필수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락/메탈 문화와 전혀 상관없는 맹목적인 추종자들” 로 탈바꿈 되어 증식되기 시작했다. 팬덤과 언론의 의 지나친 찬양 뒤에는 비웃을 수 밖에 없는 Blue Blood 의 음악적 약점이 산재해 있었고, 이는 메탈팬 뿐만 아니라 특정 장르 음악 특유의 뭔가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더더욱 X-Japan 및 비주얼 락이란 장르를 우습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까지 몰아간다. 비주얼 락이 생각보다 다양한 스타일과 꽤나 괜찮은 음악적 결론이 있는 음악이라는 결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파이오니어인 동시에 역적으로도 맹활약 한 것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이 발생되고 본격적으로 전개 될 무렵의 X-Japan 은 요시키가 전권을 완벽히 잡고 음악적 무지를 뽐내기 시작한 때였다. 매우 당연한 모습으로 X-Japan 은 추락하게 되었고, 2012년 현재에 이르러서는 자국 내 레이블의 오퍼가 전혀 없어 해외 레이블에 의한 발표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이어지게 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X-Japan 의 성공 신화는 불이 붙는 동시에 종말을 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충분 했었고 말이다.

Blue Blood 는 그런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메탈적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충만한 것도 사실이었고, 메탈적으로 빵점을 줄 요소가 충만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들에게는 전설이 될 수 있는 음악적 능력이 분명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일본 락의 전설이라는 평에 침을 뱉을 수 밖에 없는 음악적 과대평가가 있는것도 사실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존재하는 비주얼 락 파이오니어인 동시에 비주얼 락에 대한 이미지를 망쳐 버린 역적과도 같은 존재라는 결론도 존재하고 있으며, 꽤 괜찮았던 재패니스 메탈 밴드인 동시에 절대 이렇게 되서 안되는 재패니스 메탈의 가장 처참한 선례로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 앨범이다. 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하며, 나쁜점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난 그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며, 많은 사람들이 인지 해야만 한다고도 생각한다. X-Japan 이라는 밴드와 비주얼 락 이라는 음악은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 음악이라는 것, 메탈팬이 무시 하기에는 Blue Blood 는 꽤 죽여주는 앨범이라는 사실, X-Japan 라는 밴드의 팬이 추앙 하기에는 너무나 특정 장르적/보편적인 음악적 레벨적으로 약점이 너무나 많았다는 점 등을 말이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 모든것을 털어 놓아야만 진실 된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Blue Blood 는 박수 쳐 줄만 하다. 메탈팬의 입장으로도, 대중적인 것만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으로도, X-Japan 의 팬의 입장에서도 모두 합격점을 이끌어 내는데 부족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 Mike Villain


Celeb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