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4] The Rolling Stones – A Bigger Bang (Virgin, 2005)
The Rolling Stones 가 위대한 밴드임에는 틀림이 없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후반기에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음악적 행보를 보여 준 것도 사실이다. 엄청난 관객동원 파워를 자랑하는 투어 활동에 절묘하게 가려진 이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는 80년대 이후에 발표 된 앨범들을 살펴보면 바로 견적이 나온다. 그 당시에 첨단 유행이었던 뉴웨이브에 과감히 도전한 Undercover (1983) 은 최악이었고, 차기작인 Dirty Work (1986) 에서 그 실패를 보완하는데 성공했지만 왕년의 명성을 지키는데 음악적 역량이 떨어진 모습을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Steel Wheels (1989) 와 Voodoo Lounge (1994), Bridges To Babylon (1997) 은 괜찮았지만 여전히 시대의 흐름에 묻어가는 모습이었고, 90년대에 발표 한 앨범이 고작 2장이라는 점은 서서히 이들이 음악적으로 끝나감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지막 불꽃을 질러 버렸다. 22번째(!!!!) 앨범인 A Bigger Bang 이 바로 그 앨범이다. 이 백전노장 선생님들은 더 이상 “시대에 흐름속에 몸을 맡기고 적당히 적응하는 모습” 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금 자신들이 위대 해 질 수 밖에 없었던, 제대로 된 자신들만의 올드 락앤롤을 쥐어 짜 낸다. 젊은 세대에게 한수 가르쳐 주는 느낌… 아니다. 그 이상이다. 이 앨범의 결과물들은 무려 타임머신을 타고 왕년의 자신들에게 달려가서 진정한 챔피언을 결정하자고 맞장 신청을 해도 될 정도다. 심플한 연주속에 위대함이 피어나는 락앤롤 그 자체인 Keith Richards, Ronnie Wood, Charlie Watts 의 플레이의 위대함은 유난히도 이 앨범에서 빛이나며, 락앤롤 다운 껄렁함의 지존을 보여주는 동시에 연륜을 바탕으로 사랑, 인생의 고해성사, 정치적 코멘트 등 다양한 주제에 어울리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반사신경과도 같은 감각으로 척척 내뿜는 Mick Jagger 의 위대함은 자연스럽게 척척 나온다. 예전 앨범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인 다이하드한 느낌의 빈티지 락앤롤/블루스를 기반으로 앨범을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결과물은 엄청나게 다른 인상이다.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락앤롤/블루스였고, 그것을 했다. 그런데 차원은 엄청 다르다. 왕년의 그것이 다시 제대로 느껴진단 말이다!
올드 락앤롤/블루스로 돌아갔지만 만만찮게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있는 현대적 센스도 만만치 않은 이 앨범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는 면도 이야기 하고 싶다. 매우 현대적인 댄스록 감각을 자랑하는 Rain Fall Down 은 2000년대 락앤롤 슈퍼스타들 (라고 쓰고 그냥 개라지 애송이 새퀴덜) 에게 한방 먹이는 곡이며, Oh No, Not You Again 이나 Driving Too Fast 에서는 펑크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곡들에서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현대적인 직선적 에너지의 비트가 시기적절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꽤나 현대적인 면모에 집착하며 괜찮은 결론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기에 행했던 요즘 시대에 걸맞는 The Rolling Stones 만들기 중 가장 뛰어나다. 그동안의 앨범에서 시대적으로 유행 사운드적 기법을 따라갔지만 도입 뿐, 융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모습이었던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허나 이 앨범에서는 아니다. 진정한 형태의 현대적인 시도와 적응, 완성을 보여준다. 청자가 바로 눈치 챌 수 있도록 친절하게, 깊이 있게 말이다.
호평이야 당연 했으며, 이 앨범은 예상외의 파급력을 낳는데 성공했다. 앨범 발매 이전에 전곡을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무료 다운로드로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앨범차트 3위 및 각국 차트 상위 기록, 빠른 플래티넘/골드 디스크 달성이 있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터프하게 진행 된 투어 일정과 그에 걸맞는 후끈함과 예전의 투어 수익과는 차원이 다른 부를 축적하며 엄청난 화제를 몰았는데, 이 앨범의 뛰어남은 그 투어의 열기를 더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남다른 부와 음악적 회춘, 타인에 의한 전설적 면모의 재확인이 제대로 된 이 앨범은 정말 남다른 앨범이다. 백전노장의 전설은 2000년대에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알고 있지 않은가? 거장들이 그런게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말인다. 이 위대한 락앤롤 선생님들은 해 내고야 말은 것이다. The Rollong Stones 를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한장에 틀림이 없다고도 생각된다. 베스트 5 까지는 무리지만, 10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나 싶기도 하다.
- Mike Villain
Rough Just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