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town Killer #04] Gumx – Green Freakzilla (Dream On/Toy’s Factory, 2004)
90년대 말부터 홍대를 중심으로 등장한 펑크는 나쁘지 않은 느낌의 엄청난 패기 (모든 펑크 밴드들이 상관도 없는 “오이! 오이!” 챈트를 날려 댔다는 사실만 잠깐 언급하면 어떤 패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를 내뿜으며 우왕좌왕 좌충우돌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고,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하고 방향을 잡자마자 매우 빠르게 서브 장르화적으로 갈라지며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것들은 GMC, Townhall, Skunk 등 다양한 전문 레이블들의 등장, 쾌작 앨범들의 연이은 발매들이었다. 특히 음반 발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한국 펑크/하드코어의 본격화” 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70 펑크는 Rux 의 데뷔작이, 메탈릭 하드코어는 Vassline 의 앨범들이,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는 The Geeks 의 앨범이 책임졌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 할 Gumx 는 한국 스케잇 펑크를 대표하는 앨범을 선보인 선구자격 밴드였다.
Gumx 는 원래 Gum 이라는 이름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밴드였고, 라이브 활동 뿐만 아니라 홍대의 전설적인 펑크 클럽이자, 레이블이기도 한 Skunk Label 을 통해서 첫 풀렝스 앨범 Bogus Punk Circle! (1999) 을 선보였고, “지금까지의 Gum 이 아니다!” 라는 의미를 담아 밴드 이름을 Gumx 로 바꾸고 싱글 앨범 You Are So Beautiful (2001) 을 내는등 릴리즈에도 꽤나 신경을 쓰던 부지런한 밴드였다. 그러던 와중에 밴드는 대단한 행운을 잡게 된다. 바로 일본 시장 데뷔였다. 밴드는 일본 하드코어-메탈 크로스오버 베테랑 밴드 Cocobat 의 한국 공연 일정에 오프닝을 서게 되었는데, Gumx 의 라이브를 본 Cocobat 의 베이시스트이자 리더 Take-Shit 이 밴드측에게 음악 괜찮게 하는데 자신의 밴드가 몸담고 있는 레이블인 Toy’s Factory 에게 한번 밴드를 추천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고, 마침 밴드는 Dream On 레이블을 통해서 데뷔작을 제작하던 중이었다.
그렇게 준비중인 음원들은 놀랍게도 Toy’s Factory 의 OK 사인을 얻어내게 된다 .대단한 사건이었다. Toy’s Factory 는 국내에서 그다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내에서는 “메이저 레이블” 에 해당되는 회사로 Mr. Children 과 같은 “일본 음악 전체 역사에서의 레전더리” 같은 밴드를 보유하고 있던 장난 아닌 회사였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이 힘들다는 뉴스가 전해졌지만, 지금도 일본내에서 4번째로 큰 음반 회사라고 한다!) 게다가 Toy’s Factory 는 대중 음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다양한 서브 레이블을 통해서 메탈, 펑크, 하드코어와 같은 전문 음악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으며, 메탈 라이센스 사업에서도 굉장한 성과를 낳았던 “전문 음악 레이블” 로의 위상도 굉장한 레이블이었다. 전자의 경우를 통해서 Hi-Standard, Brahman, Cocobat, Garlic Boys, Husking Bee, Back Drop Bomb, SxOxB 와 같은 일본 레전더리 밴드들의 명작이 등장했고, 후자의 경우에는 Napalm Death, Carcass, In Flames, Soilwork, Emperor 와 같은 밴드가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와 인지도를 구축 하는데 성공했다. Gumx 의 데뷔는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었다. 펑크/하드코어 사업에 특화 되어있고, 해외 라이센스 및 프로모션에 강하고, 게다가 일본에서 알아주는 음반 제조/유통업계 회사였으니까 말이다. 밴드는 Toy’s Factory 의 서브 레이블이자 펑크/하드코어 전문 레이블이기도 했던 Carnage 의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인 Hungry For Carnage (2003) 에 Edith Piaf 의 커버곡 Hymn To Love 를 제공하며 일본 펑크 역사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데뷔하는 기회를 맞이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두번째 앨범 What’s Been Up? (2003) 이 일본에 정식 발매 되며 본격적으로 일본 데뷔를 하게된다. 진정한 의미의 데뷔작인 What’s Been Up? 은 전작들을 훨씬 능가하는 작품으로, 스케잇 펑크라 간단하게 말 할 있는 본토 미국의 팝펑크의 모든것과 메로코아로 간단하게 말 할 수 있는 일본식 팝펑크의 모든것을 들려주는 앨범이었다. 이는 굉장한 것이었다. 한국 펑크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락 역사 전체를 따져 보아도 이렇게 한가지 전문적 장르의 참맛이 제대로 구가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밴드들이 소위 말하느 “본토 사운드” 에 도전했지만, 결국 모자른 결과의 “한국적 사운드” 로 귀결 되었던과는 다르던 앨범이었다. 물론 송라이팅 레벨이 조금 딸렸다던지, 재미없는 곡의 비중이 조금 크다던지, 프로덕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던지 하는 문제점은 있었다. 하지만 What’s Been Up? 은 분명 스타일 하나만큼은 “특정 장르의 그 맛 100%” 를 자랑하던, 매우 보기 드물다 못해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일본내에서도 스케잇펑크/메로코아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꽤 괜찮은 판매고를 올리며 일본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그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 뒤에 나온 새 앨범 Green Freakzilla? 는 그 대단함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Green Freakzilla? 를 간단하게 평하면 그들의 롤모델인 NOFX 와 Hi-Standard 에 대한 트리뷰트와 그들을 넘어서려는 야심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을 통해 밴드는 자신들의 모든것을 극한으로 보여준다.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스피드이다. 13곡이라는 만만치 않은 수의 곡인데, 러닝타임이 30분이 넘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이 앨범은 팝펑크/스케잇 펑크가 지닌 스피드의 극한을 보여준다. 팝펑크라는 장르가 “하드코어의 파퓰러화” 로 인해 탄생 된 장르라는 진리에 대해 가장 충실한 스피드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때는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질주감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메탈릭(!!!) 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격렬한 기타 노이즈를 뿜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스피드와 파워풀함과 똑같은 비중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기타팝적인 재능 역시 굉장하다. 팝펑크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에 보컬파트의 멜로디컬함과 캐치함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장르이고, Gumx 는 전작에서 그러한 장점을 만들어 내는데 꽤나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Green Freakzilla? 에서는 지금까지 서서히 진행 된 송라이팅 재능/감각의 페이스가 폭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팝펑크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스피드에 어울리는 빠른 보컬 흐름 전개의 센스, 그러한 전개에도 무리없이 만들어 만들어 내는 캐치한 감각, 후렴 파트에서의 엄청난 훅, 그리고 꽤 많은 비중으로 랜덤하게 튀어 나오는 엑스트라 코러스 파트의 구비 및 팝펑크의 매력을 몇배는 올려주는데 부족함이 대단한 임팩트는 정말로 굉장하다.
팝펑크 특유의 스피드 추구, 그저 스피드를 추구하려는 밴드가 아님을 증명하는 뛰어난 송라이팅 실력의 발휘와 더 무언가를 남기려는 집착 어린 노력이라는 음악적인 부분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연주적인 부분과 프로덕션적인 부분 역시 귀 귀울여 들어야만 할 정도로 엄청난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밴드의 브레인이자 보컬/기타리스트인 이용원이 지닌 펑크/하드코어 & 스피드 메탈적인 리프 창출 감각과 뛰어난 보컬 라인 제조 능력의 완벽 구비, 그리고 그 두가지 재능을 모두 발휘 해 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감각적인 연주는 펑크가 지닌 단순한 이미지를 부수는데 부족함 없다. 단단하고 스피드 넘치는 솔리드한 직선적인 연주, 캐치한 멜로디를 앞세운 유연한 연주의 장점의 극한은 본능적으로 한국 락 역사상 과소평가 된 한국의 대표적 기타리스트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드러머 최건 역시 귀 귀울여야 한다. 이 앨범과 밴드가 지닌 스피드 레이싱 & 메탈릭한 쾌감의 진정한 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럼 비트가 스피드-파워-볼륨감-무게감 모두 100점 만점을 줄 수 있는 굉장한 임팩트를 선사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2000년대 한국 드러머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추가로 거론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비트 센스의 소유자이자 테크니션이라는 점을 꼭 추가로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가장 신경써서 체크해야 할 부분은 바로 프로덕션이다. 이 앨범은 한국에서 녹음 되었지만, 믹싱과 마스터링은 미국의 프로듀서 Ryan Greene 에게 맡겨졌는데 그는 NOFX, Lagwagon, No Use For A Name, Good Riddance, Pulley, New Found Glory, Hi-Standard 와 같은 팝펑크 마스터피스의 프로듀서/엔지니어로 활약한 인물로, 90-2000년대의 팝펑크 사운드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콘이었다. 그의 최종 믹싱은 Gumx 가 들려주려 했던, 들려주고야 마는 팝펑크/스케잇 펑크의 모든것과 그 이상을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이 정도까지 가면 “100% 본토 장르이자 사운드” 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Green Freakzilla? 는 시도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하려 노력했고, 완벽해 지는데 완벽 했던 앨범이었다. 한 특정장르의 모든것이 담겨있고, 몇몇 부분에서는 팝펑크의 텍스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기도 한다. 한 특정장르/스타일로 따졌을때 이 정도까지 간 선례는 없었다. 굳이 있다면 Crash 의 데뷔작 Endless Supply Of Pain 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레벨을 완벽히 넘는데에도 성공했다. 이 앨범은 팝펑크/스케잇펑크의 대표 레이블인 Epitaph, Fat Wreck Chords, Pizza Of Death 의 그것인 동시에, 그들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적절한 음악적 진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2번째 앨범 역시 일본 시장에 소개 되었고, 데뷔작에서 얻은 관심과 호평을 넘어 서는데에도 성공했다. 밴드는 일본투어에서 10-Feet, Cocobat, The Suicide Machine 와 같은 일본, 미국의 기라성 같은 밴드와 투어를 다녔고, 그저 “한국에도 팝펑크를 하는 밴드가 있음” 이 아니라 “일본 팝펑크 필드에 도전장을 던지며 나타난 무서운 밴드” 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재밌게도 언-오피셜 적으로 일본 팝펑크내에 적잖은 충격파를 지니기도 했다는 점도 중요하겠다. 이 앨범이 발표 될 당시의 일본 팝펑크 바닥은 스피드 레이싱 보다는 싱어 송 라이터/기타팝적인 측면에 신경을 쓰며, 팝펑크/메로코아가 가진 본질인 “스피드” 에 부실하던 시기였는데, Green Freakzilla? 가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 주면서도 일본 밴드들이 시도하던 송라이팅적인 부분의 평균보다 훨씬 나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 역시 이 앨범의 대단한 점이라면 대단한 점일 것이다.
이 앨범엔 대단한 것들이 즐비했다. 팝펑크라는 특정 장르의 파퓰러한 감각이 스피드 레이싱으로의 완벽함, 뛰어난 기타팝 밴드로의 강한 어필, 팝펑크 히어로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연주 감각과 테크닉, 또한 본토의 팝펑크 아이콘 밴드들의 마스터피스와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프로덕션까지… “먹힐만한 구석” 이 엄청났고, 결국 먹혀 들었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귀결되는 하나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락 음악 역사가 원하던 진정한 본토 사운드의 완성” 의 의미는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극한적으로 “본토 사운드” 의 극을 보여주는 앨범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Crash 의 데뷔작만큼은 제외하고 싶다.) 그동안의 한국 락은 한국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꽤나 본토 사운드의 컬트함의 끝장을 볼 수 없기에 스스로 부여하는 면죄부로 악용되곤 했다. 그러하기에 이 앨범 Green Freakzilla? 의 존재의미는 더더욱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외국 음악을 구사하려면, 외국 음악의 그것을 100% 쥐어 짜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한 기준이라면 Green Freakzilla? 는 2000년 이후의 최고의 한국 락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한국 락 음악을 이야기 하는데 너무나도 불려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건 한국 음악평단의 최악의 실수다. 이만큼 팝펑크라는 한 특정 장르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앨범이 명반의 위치에 왜 놓여지지 않는가? 대단한 실수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 한가지 더. 이 리뷰는 “영어반” 기준이라는 점이다. Green Freakzilla? 는 다소 복잡하게 발매 된 내력을 지니고 있다. 이 앨범은 일본 시장에 영어 버전으로 먼저 발매 되었고, 몇달이 지난 후 국내 발매가 되었는데 그것은 또 “한국어 버전” 이었으며, 또 몇달 지나서 갈색 아트웍의 “한국발매 영어반” 이 등장 하였다. 한국에 먼저 소개 된 한국어 버전은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 된 것이지만, 급조 된 앨범답게 한국어 가사의 흐름이 이 앨범의 리프와 멜로디에 어울리게 녹아들지 못했다. 영어 버전은 차원이 다르다. 영어 가사 흐름은 질주감 넘치는 리프 및 그럴싸한 멜로디의 흐름안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남긴다. 이 점을 중요하게 체크 해야만 할 것이다. 그저 언어의 차이가 아닌 것이오,. 음반 퀄리티의 차이인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차이로 말이다. 두가지 버전의 존재는 이해 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괴상한 결론의 촌극이 되어버린건 사실이다. 다소 혼란 하겠지만 그로 인해 이 앨범이 평가절하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다. 영어 버전을 들어보라. 본토의 아이콘들도 별것이 아닌가 하고서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본토 그대로의 그것이니까 말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