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ow Jan – Day Off (Dope Entertainment, 2014)
2004년에 데모 앨범, 2005년에 EP 앨범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 2006년 데뷔 풀렝스 앨범인 Rough Draft In Progress 을 발표 할 때만 하더라도 Hollow Jan 의 창작 페이스는 굉장히 빠른 편이였다. 그러한 부분이 작품 퀄리티의 미묘한 저하로 이어졌고, 밴드에게는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 해 보였다. 그리고 밴드는 재정비를 행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리도 길어 질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데뷔 풀렝스에서 2번째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딱 10년이 걸려 버렸다. 10여년 동안의 시간을 그냥 허송세월 해 버린것도 아니다. 밴드는 좀 오래 쉰다 생각이 들 때마다 활동을 재개하며 밴드의 건재함을 충분히 알렸었고, 그때마다 “신작을 열심히 준비중에 있다” 라며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작업중에 있음을 알렸다. 여하간 어쩌다보니 10년이 걸린 것이다. 그 긴 시간은 “기대감” 을 “걱정” 으로 돌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Hollow Jan 의 신작은 국내외 모든 음악을 떠나서 2014년 최대 기대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15년전에 발표 된 데뷔 EP 앨범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 에서의 엄청난 충격이 아직도 한국 음악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3곡짜리 EP 앨범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 은 간단히 말해서 “깨어지기 힘든 한국 펑크/하드코어 역사의 최고의 충격” 으로 설명 할 수 있다. Envy 로 대표되는 스크리모 (Screamo) 의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엄청난 음악적 센세이션을 단 3곡으로 단숨에 따라 잡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Envy 는 그라인드코어적인 격렬함과 8-90년대 이모코어/이모의 흐름을 접목한 포스트 하드코어의 가장 컬트한 장르인 스크리모를 거대한 스케일과 아름다움을 지닌 모던한 스타일로 개조 해 내는데 성공했고, 더불어서 90 포스트락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며 더욱 더 새롭게 변화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Envy 의 이러한 위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는 세계의 (=서양의) 하드코어씬을 초토화 시키는데 충분했고, 단숨에 신적인 존재로 올라서게 된다. 음악적 발전/변화의 스피드가 매우 빠른 서양의 하드코어씬도 Envy 를 따라 갈 수조차 없을 정도였고, 비슷한 밴드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Hollow Jan 은 그러한 정세 속에서 등장했다. 그것도 단 3곡짜리 EP 앨범 하나로 말이다. 차기작인 Rough Draft In Progress 역시 의미가 있었다. Envy 가 스크리모와 포스트락의 한계를 넘어서 더욱 더 새로운 형태로 변화를 긍정적으로 해 나갔는데, Hollow Jan 의 데뷔 풀렝스 Rough Draft In Progress 가 완벽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스크리모/포스트락 퓨전 & 변화/발전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데뷔 풀렝스 앨범이 일본에 정식으로 소개되며 괜찮은 반응을 얻어내며 해외에서 지명도를 확보 해 나갈 그때였다. 10년의 공백이 생겨 버린 것이다. 이는 결국 Hollow Jan 이라는 밴드를 “실력에 비해 너무 빛을 못 본 밴드” 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국내 이야기 하는것이 아니다. 해외 이야기 하는 것이다. Hollow Jan 은 그러한 껀수가 충분히 되는 밴드였다.
10년만에 발표되는 대망의 2번째 풀렝스 앨범 Day Off 는 “긴 공백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 줄 것인가”, 혹은 “10여년의 준비기간 때문에 시대에 뒤쳐지는 결과만이 남았을 뿐인가” 가 주요 포커스가 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져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성공” 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것이 Day Off 의 정체이다. 큰 변화의 폭은 없다. 데뷔 EP 에서의 스크리모의 패러다임 시프트 + 포스트락적인 영역으로의 변화의 워밍업, 데뷔 풀렝스에서의 스크리모/포스트락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과 결실의 수월함이 합쳐져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그렇지만, 전작들의 특징을 적당히 합치고 재탕하며 심플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수수함 속에 숨겨진 거대한 것들이 이 앨범의 진면목이기 때문이다. 8분-13분-10분이라는 매우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에서 나오는 차분한 전개, 그로 인해 만들어 지닌 튼튼하고도 확실한 상승효과, 최고점에서 터져 나오는 후렴부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감동이라는 디테일한 표현력의 강력함은 예전 앨범에서의 모습을 조금 많이 재사용 했어도 10여년의 공백을 덮어 버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곡의 기승전결 중 결 부분의 강렬함은 지금까지의 스크리모 및 포스트락의 강렬함의 선례보다도 더욱 임팩트 하기도 하다. 여기에 데뷔작에서 아쉬웠던 작곡-연주-표현방식의 완벽하지 못했던 모습의 청산까지 더해지고 있다. Hollow Jan 가 지닌 음악적 색채의 극대화와 레벨업을 동시에 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흐름의 뒤를 잇는 중후반부는 좀 더 신경 써서 체크 해야만 한다. 앨범을 중반까지 즐기다보면 신작의 흐름이 초반이 과거 Hollow Jan 의 복습으로 시작, 서서히 새로운 변화상의 강도를 높혀감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을터인데, 중반부에서 그러한 부분이 피크를 치고 그 이후부터는 더욱 더 과거의 Hollow Jan 과 멀어지려는 새로운 사운드로의 시도가 본격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제작하던 10여년의 시간속에 도입하기 시작한 엠비언트 성향의 일렉트로닉스 사운드라던지,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드코어 뿌리에서 벗어나 추상적 형태의 엑스페리멘탈리즘에 무게를 둔 포스트락적인 코드의 본격화, 그와 이어지게 Hollow Jan 이 지녔던 (발화점이 높기는 하지만)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에서 꽤 벗어나려는 노력,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밴드 음악색의 중심축과 매칭하며 내실을 충분히 다져내며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의 발전을 실천하는데 성공한다. “새로운 시도” 를 “성공적인 도전” 까지 이끌어 나가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Hollow Jan 과 같이 예술적 측면이 강한 밴드가 이를 성공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는 분명히 새 앨범내의 여러 특징/장점 중에서도 유심히 체크 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까지 말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데뷔작에서 두번째 앨범까지 10여년이 걸렸다. 10여년이라는 세월은 만만치가 않다.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각 음악 장르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파격적으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Hollow Jan 은 그 세월속에 철 지난 사운드를 본의 아니게 답습하며 도태 되거나, 10여년의 세월을 따라 잡으려 무리 하다가 지금까지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저급 퀄리티의 앨범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평타만 쳐도 굉장했던 이들이지만, 새 앨범은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결론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과거의 Hollow Jan 의 긍정적인 복습, 마무리 짓지 못했던 스크리모/포스트락 콤보의 새로운 변화상의 완벽한 귀결, 이를 뛰어 플러스 알파적인 구성력의 디테일함과 카리스마의 위용표출의 성공, 지금까지의 스크리모/포스트락 콤비네이션 & Hollow Jan 이 할 수 있는 음악적 한계의 적절한 돌파까지… 10년만에 나온 앨범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한장 안에는 3장 정도의 앨범을 내야 얻을 수 있는 음악적 노하우와 자아성철이 담겨져 있다. 또한 Envy 의 활동 중단으로 인해 멈춰버린 스크리모의 발전상을 Hollow Jan 이 확실하게 이어 나간다는 점도 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완벽하다. 꽤 오랫만의 앨범이라 많은 걱정과 의문감이 있었고, 그것이 이 앨범을 평가하는데에 패널티로도 작용 했지만, 그것조차 극복 해 냈다는 점도 높게 사고 싶다. 또한 올해 최고의 한장이자, 2010년대 들어서 놀라울 정도의 수준으로 예상외의 음악적 레벨업을 행하고 있는 한국 하드코어씬의 정점을 기록하는 앨범이라는 언급도 하고 싶다. 여하간 10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Day Off 의 탄생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 듯 싶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