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back Kid – Die Knowing (Victory/Distort Entertainment, 2014)
2003년에 데뷔작 Turn It Around 을 발표가 나왔을때만 하더라도, CBK 라는 밴드가 훗날 엄청난 존재가 되리라 생각 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CBK 는 엄연히 “프로젝트” 로 시작 된 밴드였으며, “캐나다 빗다운/메탈릭 하드코어 파이오니어 겸 레전드” Figure Four 멤버들의 프로젝트 였기에 그러했다. 적당히 하고서 조만간 끝나리라 여겨졌던 CBK 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2000년대 하드코어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까지 올라섰고, 레전드 취급을 해 줘도 전혀 섣부르지 않은 위엄까지 갖출 정도의 긴 활동을 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데뷔작 Turn It Around 부터 실력과 센스가 프로젝트 밴드 레벨이 아니었고, 그 퀄리티를 10년 넘게 무서울 정도로 유지 해 왔으며,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새로움을 앨범마다 꽃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CBK 는 다이내믹함과 멜로디컬함을 갖춘 멜로딕 하드코어를 구사 했지만, 그들이 구사하던 사운드는 “새로운 멜로딕 하드코어의 방법론” 이라 평가해야 할 정도로 새로웠고, 완벽했다. 하드코어 펑크에 걸맞는 스피드와 에너지를 풍부하게 질러 대면서도, 하드코어 펑크의 레벨을 훌쩍 넘어가는 치밀한 곡 구조의 확보, 그 구조를 따라 에스컬레이트하게 진행되며 보여지는 “펑크적 코드의 감성미 추구, 후렴 파트에서의 멋진 대폭발로 만들어 지닌 감동 대홍수” 를 통해서 신선한 새로움과 강한 설득력을 구축했고, 이는 바로 하드코어씬에 제대로 먹히게 된다. Turn It Around 에서의 어마어마한 호평은 CBK 라는 밴드를 그당시 (그리고 지금도) 메이저 레이블과 비교해서 전혀 꿀리지 않던 비즈니스 파워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 하드코어 레이블 Victory Records 로 이적하게 만들었고, 데뷔작에서 만들어 낸 CBK 만의 스타일을 좀 더 유연하게 갈고 닦은 후속작 Wake The Dead (2005), 그리고 밴드가 지닌 캐치함과 상반 된 강력한 에너지로 어레인지 해 낸 Broadcasting… (2007), Symptoms + Cures (2010) 을 발표하며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까지 성장하게 된다. 엄청난 인기도 인기였지만, 2000년대 멜로딕 하드코어 패러다임 시프트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레전드” 칭호를 얻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Die Knowing 은 2014년 신작이자 5번째 풀렝스이다. 신보를 플레이 하기 전부터 느낄 수 밖에 없는건 “불안감” 이다. CBK 는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신선한 사운드를 보여주기 힘든 시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CBK 만의 뛰어난 악곡과 캐치함, 감성/감동 쓰나미 제조라는 브랜드파워는 Broadcasting… 앨범에서 서서히 저하되는 낌새가 있었고, 이는 후속작인 Symptoms + Cures 이 매우 멋지게 부정을 해 냈지만, 그 앨범 역시 “모든걸 불태웠다” 라고 할 정도로 CBK 가 그때까지 해 온 노하우를 무리해서까지 쥐어 짠 느낌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Symptoms + Cures 는 CBK 가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의 토탈 패키지화로 엄청난 감동을 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이 밴드의 미래는 “과거의 영광 카피” 만 남았다. CBK 는 분명 대단한 밴드였지만, 하드코어 펑크의 카데고리를 뛰어 넘으려는 노력을 하던 실험적인 방향의 밴드는 아니었다.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를 좀 더 새롭게 보완하는 측면이 강했고, 좋은 결론을 예상범위 보다 잘 내렸을 뿐이었다. 이는 분명이 한계가 있었다. Symptoms + Cures 앨범이 바로 그것이었다. CBK 의 모든것이자, 마지막임을 누구던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일단 밴드는 시간을 가졌다. 2014년 신작 Die Knowing 은 4년만에 발표 된 신작으로, 예전의 작품들에 비해 시간을 좀 들인 앨범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좋은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스타일을 조금 뻔뻔하게, 그리고 정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볶아 내는것만이 유일하게 좋게 나오는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걱정 어린 예상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Die Knowing 은 CBK 의 저력을 또 한번 보여준다. 신작 Die Knowing 은 CBK 의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른 방향으로의 패기 표출 70%, 여전한 CBK 만의 매력 30% 가 담겨진, 한마디로 매우 새로우면서도 CBK 의 커리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으로 심플하게 말 할 수 있다. 일단 CBK 는 새 앨범을 통해 밴드색을 꽤 시원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행한다. 힙스터 애호 하드코어 밴드들에게서 발견되는 하드코어 음악의 한계 돌파와는 거리가 먼, 하드코어 카데고리 안에서의 변화지만 확실히 변화의 강도는 꽤 센 편이다. 변화의 주요 코드는 바로 “강력함” 이다. 전작들인 Broadcasting… 과 Symptoms + Cures 도 꽤 강력한 수준이었지만, 신작 Die Knowing 은 그보다도 더욱 강력하며 CBK 의 스타일이 꽤 많이 바뀌고 있다고 느낄 정도다. 전작들의 강력함이 멜로딕 하드코어 안에서의 강력함 이었다면, 신작은 꽤나 멜로딕 하드코어에서 벗어 나 있는 강력함이다. 육중한 헤비 리프/프로덕션의 대거 증가, 쉴 새 없이 밀어 붙이는 스피드, CBK 의 주무기 중 하나였던 감성적 멜로디의 과감한 배제, 그와 더불어 거의 없어진 후렴부의 강렬한 감동코드, 강력한 헤비함과 스피드로 만들어지는 패스트코어 or 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색채의 적절하고도 오묘한 생성 등이 바로 신작의 새로운 특징들이다.
CBK 가 가진 감성적 멜로디와 감동 터지는 클라이맥스를 과감히 집어던지고, 과격한 헤비함과 스피드에 올인한 신작은 굉장히 무모한 변화/도전 같아 보인다. 하지만 결론은 그러한 예상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바로 곡을 이끌어 가는 스타일은 달라졌어도, CBK 의 특징 중 하나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인 “뛰어난 곡 구조/연주 만들기” 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전체적 분위기가 굉장히 빠르고 헤비한 스타일 & CBK 특유의 멜로디어스 코드의 배제로 인해 많이 달라져 보인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표현의 방식이 달라졌을 뿐 CBK 만의 작곡/연주의 치밀하고도 높은 레벨은 제작 방식은 여전하다. CBK 가 만들어 낸, 그리고 몇장의 디스코그래피가 쌓이면서 점점 밴드내의 독소가 된 “자조적” 인 멜로디어스함을 걷어내며, 적절한 변화를 행하며 긍정적 결론을 내리는 밴드로의 모습으로 리뉴얼 되었다고 표현하는게 좋을 것이다. 새 앨범의 변화상의 실체 그다지 대단치는 않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트랙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면서도 앨범이라는 포맷에 걸맞게 전체적 흐름이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좋다는 점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입체적 형태의 탄탄함은 이 앨범을 수작이라 생각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파격적이면서도 보수적이며,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Die Knowing 은 CBK 의 진정한 의미의 한계돌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CBK 는 하드코어 카데고리 안에서 매우 혁신적인 밴드지만,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는 밴드였고, 그러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엔 장수의 한계는 명확한 밴드였다. 신작은 그 모든 난제를 매우 멋지게 해결했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다. 과거를 부정하며 만들어지는 신선함, 과거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며 만들어지는 신뢰감의 공존은 어불성설 그 자체다. 하지만 이 앨범 Die Knowing 은 놀라울 정도로 그러한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 시키고야 만다. 스타일은 파격적으로, 제조 방식은 여전함으로 행한 이 앨범은 공존 할 수 없는 두가지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만든다. 그러한 것들을 만들어 낸 비범한 사고방식은 이 앨범의 최고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비범한 사고 방식은, 앞으로 이 밴드가 4-5장의 앨범은 거뜬히 신선 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지게 해 준다. 역시 레전드급 밴드다운 한장이며, 레전드가 되는 이유가 전작과 다름을 놀랍고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CBK 의 재발견, 그 자체 되겠다.
- Mike Villain
Should Know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