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fghan Whigs – Do To The Beast (Sub Pop, 2014)

The Afghan Whigs – Do To The Beast (Sub Pop, 2014)

1989년, 시애틀에 위치한 인디 레이블 Sub Pop 은 The Afghan Whigs 라는 오하이오 신시내티 출신의 밴드를 영입한다. 그 당시에는 음악계 전반이 긴장 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그런지 밴드” 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Black Sabbath, Deep Purple, MC5 와 같이 라우드한 출력에 목숨거는 밴드들의 헤비함, 70-80 펑크/하드코어의 스트레이트함과 에너지 & 미니멀함, 그리고 적당한 양의 블루스/하드락/포크/서던락과 같은 미국적 전통미의 적절한 가미, 그러한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사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Sub Pop 은 본사인 시애틀을 중심으로 미국 북서부만을 겨우 커버하는 규모의 소형 레이블이었다. 그리고 The Afghan Whigs 의 홈타운은 그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동북부의 도시 신시내티였다. Sub Pop 은 그런지를 취급했고, The Afghan Whigs 은 그런지와는 거리가 먼 고전 블루스-서던락-소울/훵크의 집합체 & 모던화를 추구하던 밴드였다. 일맥상통하는 것도 없었고, 레이블과 아티스트가 서로 근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실패 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Sub Pop 과 The Afghan Whigs 는 90년대 얼터너티브 음악을 논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거론해야 될 관계”, 한마디로 전설이 되고야 만다. 그렇다. Sub Pop 의 영입은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The Afghan Whigs 는 1986년에 결성, Big Top Halloween (1988) 을 내 놓으며 밴드를 시작, 이듬해인 1989년 Sub Pop 과 계약한다. 이는 매우 어이없는 계약이었지만, The Afghan Whigs 는 Sub Pop 을 통해서 발표한 두장의 앨범 Up in It (1990), Congregation (1992) 을 통해 90년대 가장 핫한 음악통인 “컬리지 라디오씬” 을 보란듯히 초토화 시키며 Sub Pop 의 선택이 매우 옳았음을 증명한다. 그렇게 전국구적인 언더그라운드 네임벨류를 가지게 되자, 메이저 레이블들이 접근했다. 밴드는 메이저 레이블 Elektra 와 계약했고, 거기서 Gentlemen (1993), Black Love (1996), 1965 (1998) 을 발표했다. 첫 메이저 데뷔작인 Gentlemen 은 밴드의 대표작을 넘어, 90년대 음악사를 논하는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되는 작품이 되었다. 재밌고도 놀라운 점은 The Afghan Whigs 가 구사하던 음악 스타일이 90년대 락 음악의 전반적 흐름과 꽤 거리가 먼, 이방인적인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음악은 고전 하드락-메탈-펑크/하드코어를 어떻게 키치하게 뒤트느냐에 매진했던 그 당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Motown, Stax 와 같이 블루스/소울에 뿌리를 둔 기타팝에서 갈라져 나온 전통파 (그 당시 분위기로 보면 한마디로 “구닥다리” 로 치부 당하고도 남을만한 사운드) 였고, 거기에 포스트 하드코어->그런지로 변화하던 시기의 모던한 방법론을 더한, “락 음악의 전통을 충분히 존중하며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를 해 내느냐” 에 매진한 괴짜 밴드였다. 다루는 가사 역시 좌절과 분노 보다는, 블랙 유머의 지성적/시적 사용을 행하며 확실히 얼터너티브라는 음악 사조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한 요소는 Tom Waits, Nick Cave 와도 어느정도 일맥상통 했으며, 그쪽 계보의 적자로도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한마디로 이들은 얼트/그런지와 거리가 매우 멀면서도 가까웠던, 오묘함의 극치를 지닌 밴드였던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얼터너티브 하면 생각나는 대세적인 흐름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평론적/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었다는 점은 시시하는 바가 컸다. Sub Pop 과 밴드 사이의 먼 음악성 & 지역적 거리감만큼이나 메이저에서 성공하기는 무리였었다. 놀랍게도 Gentlemen 앨범은 메이저에서 성공했다. 이어 나온 두장 역시 말이다. The Afghan Whigs 는 종종 “10년마다 변화하는 락 음악의 주된 흐름에서 꽤 벗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음악적 평가와 뛰어난 상업적 성공을 달성을 해 낸 미스테리어스함의 극치” 로 연구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한 독특함을 남기며, The Afghan Whigs 는 90년대 전설이 되었다. 그렇게 활동하다가 밴드는 2001년에 해산한다. 자신들의 우상이었다는 Aerosmith 의 전국 투어 오프닝 밴드로의 사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특함의 끝장을 선보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밴드는 매우 멋지고도 삐딱한 커리어를 마감했다.

그러한 90년대 전설이 2014년에 컴백 앨범을 발표했다. 2006년 단발성 재결성 공연 이후 2011년에 다시 뭉쳐 투어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한 이들은 다시금 창작의욕이 솟구쳤고, 그로 인해 만들어 진 앨범이 바로 2014년 신작이자 통산 7번째 정규작인 Do To The Beast 이다. 여기에 자신들의 전설을 시작하게 했던 레이블 Sub Pop 과의 재회도 있었다. The Afghan Whigs 라는 존재가 다시 시동을 걸자 많은 음악 평단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모든 힙스터 인디락 흐름의 원조” 라던지 “고전 기타팝/소울을 가미한 싱어 송 라이터형 펑크락 밴드들 (=The Gaslight Anthem, Banner Pilot 과 같은) 의 롤모델” 이었다며 호평을 해 댔다. 독특한 방법론의 90 얼터너티브 레전드 & 2000년대의 다양한 락 음악들의 롤모델이라는 평가는 자연스레 신작 Do To The Beast 의 엄청난 프로모션이 되었다. 최종 포커스는 Do To The Beast 가 얼마나 그 기대를 충족 시켜 줄 수 있느냐가 되었다. 되었냐 안 되었냐 하고 심플하게 2지선다로 묻는다면, 정답은 “그렇다” 가 된다.

Do To The Beast 는 이 밴드가 과연 16년의 공백을 가진 밴드인가 의심부터 들 정도로 자신들만의 남다른 센스를 십분 발휘하는 앨범이다. 고전 락앤롤/컨트리/소울의 빈티지함, 포스트 펑크-하드코어 펑크-포스트 하드코어 계보에서 탄생되는 미니멀/모던 코드의 동시 추구 & 두가지의 센스 넘치는 사용법은 여전히 강렬하다. 예전 앨범들에서 충분히 보여 주었던 “모던한 고전 락앤롤” 과 “빈티지한 모던락/얼트 그런지” 라는 다중적 개성 표출의 완벽성도 여전하며, 여기에 그저 예전 바이브의 멋진 부활 정도로 끝나지 않는, 또 한번의 발전이라는 놀라움 까지도 충분히 선사한다. 특히 이러한 또 한번의 발전상은 이 앨범의 대단함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다고 생각되며, 그 발전상의 근간인 “뛰어난 송라이팅”, “통일감 넘치는 앨범 전체의 흐름”,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로 탄생되는 버라이어티한 구색력” 의 강렬함은 밴드 커리어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깊고 탄탄하다. 예전 앨범들보다 더욱 강렬해진 대중적 친근감, 그 대중성과 똑같은 비율로 구비 해 둔 예술적 괴팍함 (=힙스터적인 묘미) 의 동시 다발적 매력 폭발 역시 이 앨범의 장점으로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다양한 장르들의 구사시 사용하는 디테일함의 깊이라는 장점도 가세한다. 컨트리한 성향이 강렬한 넘버시 사용하는 바이올린 파트나 사이키델릭 락적인 효과를 내는 건반 연주 패턴의 파격성, 분위기만 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센스 넘치는 포스트락적인 묘미의 남다른 깊이, 테크노/일렉트로닉스적인 드럼비트 이용등은 바로 그러한 것들이며, 고전 락앤롤/소울이라는 뼈대에 큰 해가 없도록 매우 뛰어나게 적용 or 절묘하게 숨겨두며 매니악함을 더해가는 센스 역시 따로 언급 해야만 할 정도다. 괴팍한 지성을 지닌 블랙유머 코드에서 나오는 뛰어난 가사 센스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위대한 The Afghan Whigs 의 특징이니까 말이다.

이 앨범은 한마디로 락 역사의 토탈 패키지이다. 락 음악 역사의 요점정리, 재해석, 미래상 제시, 대중적 접근, 매니아들을 위한 수수께끼 등 모든것이 들어있다. The Rolling Stones, Animals, Flamin’ Groovies, Big Star, Neil Young, The Isley Brothers, U2, The Band, The Modern Lovers, Tom Waits 와 같은 락 음악 역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주인공들이 지닌 특징의 섭렵은 물론이며, 그리고 그러한 밴드들의 특징들을 이어가는 후신 밴드들이 지닌 모던한 재해석 센스의 독특한 노하우까지 다 갖추고 있다. 그러한 다양한 장르적/시대적 특징을 매우 당연하게 자기화 하는 능력 역시 능수능란하게 보여준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뛰어난 대중적 센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 딴지를 거는 매니악한 집단의 욕구 또한 충분히 맞춰주는 부분 역시 강렬하다. 락 음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대중성 과도한 밴드들의 뻔뻔함, 대중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매니악한 힙스터 음악 크리에이터들의 자뻑, 그 두 부류에게 보내는 진중한 충고로 확대 해석해도 그리 틀린말이 아닐 정도의 레벨이다. 다양한 평가 기준을 가져와도, 이 앨범 Do To The Beast 은 모든 테스트를 만점으로 통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만든다. 일전의 앨범들에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보여 주었고,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지만, 신작 Do To The Beast 은 그보다 좀 더 수월하고 표현하고, 더 큰 감동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어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단 말인가. 올해 최고의 앨범이자, 2010년대 최고의 컴백이 될 것임에도 믿어 의심치 않다. 수많은 90년대 얼트/그런지 아이콘들의 컴백도 이 앨범 앞에선 빛이 노랗게 바랠 뿐이라는 점 역시 강렬하다. 밴드 커리어의 탑을 노리고 있구나 바로 느낄 정도며, 더 나아가 60-70년대의 락 레전드들의 자리 하나를 갈취 하려는듯한 야심을 우연찮게 몰래 목격한 느낌마저도 전해준다. 도대체 The Afghan Whigs 의 야심의 끝은 어디일까나? 경이롭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어떻게 리뷰를 끝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대단하고 대단하며 대단하다. 경이롭고, 무서울 정도다.

- Mike Villain


Algi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