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ming Speed – No Epitaphs (Prosthetic, 2015)

Ramming Speed – No Epitaphs (Prosthetic, 2015)

NWOAH 라는 단어로 간단히 설명되던 “메탈과 하드코어의 모던한 믹스쳐” 로 인해 메탈 & 하드코어가 매우 세련되고 모던한 장르로 변화 되었던 2000년대 중반, 바로 그때에 발표 된 Municipal Waste 의 두번째 앨범 Hazardous Mutation (2005) 은 모던하게 바뀐 메탈을 다시금 과거로 역주행 하게 만들었다. “80년대에 발표 된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지독한 진수를 담은 Hazardous Mutation 은 한마디로 충격이었고, “힛트” 를 넘어서 “새로운 조류” 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크로스오버 쓰래쉬 리바이블 영건들이 등장했고 굉장한 호응을 얻었으며, Nuclear Blast, Century Media, Metal Blade 등 준 메이저 메탈 레이블들 역시 영건들 확보에 힘 썼으며 판은 더욱 더 커졌다. 2000년대는 “쓰래쉬 메탈의 제2의 전성시대” 라고 불러야만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2000년대 쓰래쉬 리바이블 영건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쓰래쉬 메탈 리바이블 열풍은 빠르게 달아 올랐고, 너도 나도 빠른 텀으로 앨범을 자주 발표 했는데, 이는 “3번째 앨범을 기준으로 앨범 퀄리티가 급감” 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야 만 것이다. 음악성의 땡겨쓰기가 너무 과했던 것이다. Ramming Speed 는 그러한 2000년대 쓰래쉬 리바이블러 중 하나이자, 열풍을 타고 등장한 후신 밴드들 중 하나이며, 그러한 신예들 중에서도 후배급 밴드였으며, 무엇보다 첫 작품들부터 “얘네는 3집까지 갈 필요도 없이 애초부터 꽝이다” 를 누구나 느끼게 만들었던 개허접 밴드였다. 80년대 크로스오버 쓰래쉬 특유의 하드코어 펑크의 스피드와 메탈의 손놀림이 섞인 음악을 구사했지만, 딱 거기 까지였다. 80년대 크로스오버 쓰래셔들의 데뷔작보다도 형편없는 음악적 센스와 연주력을 자랑했으며 프로덕션 마저도 최악이었다. 이는 “Ramming Speed 는 병맛센스를 즐기기 위한 밴드” 라는 결론까지도 이어졌다. 2장의 EP, 1장의 풀렝스, 1장의 스플릿이 발표되는 동안 기량발전의 낌새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음악적 사형판정을 받은 바로 그때, 재밌는 일이 발생했다.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이들에게 Prosthetic Records 라는 준-메이저급 메탈코어 레이블이 이들과 계약을 성사했고, 그리고서 나온 두번째 풀렝스인 Doomed To Destroy, Destined To Die (2013) 에서 엄청난 비약적 발전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odus, D.R.I., Nuclear Assault, Overkill 와 같은 메탈 중심의 하드코어 펑크적 어프로치를 강하게 도입한 스피디한 A급 밴드들의 아우라를 들려줬으며, 리드미컬한 스타일 뿐만 아니라 패스트코어/그라인드코어까지 연상 시키는 어마어마한 블라스팅 쾌감까지 선보였다. 작곡력과 연주력에 있어서도 비악적인 발전을 선보였다. 센스적인 부분이나, 테크니컬한 부분이나, 과감함과 절제감을 넣고 빼는 타이밍과 팀웍적 부분 등 모든것이 완벽했다. 특히 이 앨범이 발표 될 즈음의 쓰래쉬 리바이블러들의 신작들이 하나같이 영 아니었기에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이 났었다.

2015년 9월에 발표 된 신작 No Epitaphs 는 Doomed To Destroy, Destined To Die 에서의 엄청난 임팩트를 이어 나가려는 야심이 바로 느껴지는 한장이다. 스피디하게 달려주되, 브레이크다운을 갈기면서 딱딱 끊어지는 리듬감 창출을 통해 과감함과 절제감을 동시에 추구하던 전작의 그것을 좀 더 강화한 느낌이 강하다. 초기작이 대책없이 달려대던 D.R.I. 의 데뷔작과 비슷 했다면, 전작부터는 Exodus 와 같이 리듬 엑센트를 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구사하는 신중함이 포인트인데, 그러한 부분이 매우 강화되어 있다. 절제감 있는 연주 패턴도 강렬하지만, 쓰래쉬 메탈다운 스피디한 공격성은 더욱 강렬하다. 미드템포 or 그루브한 넘버 하나없이 타이트한 리듬과 스피드로 앨범 전체를 이끌고 있으며, 캐치함-스피디함-리드미컬함이 삼위일체를 이룬 뛰어난 리프 제조 센스, Exodus 나 Megadeth 와 같이 스피드함에 정교한 솔로잉을 때려박는 테크니컬함, 적절하게 양념적으로 가미되어 있는 The Haunted 식의 모던한 쓰래쉬의 응용력 까지, 매력요소들이 다양하고 튼실하다. 앨범 초중반의 신중함은 앨범 중후반에 들어와 패스트코어/그라인드코어를 연상 시키는 블라스트 비트를 중심으로 한 과격무쌍한 질주감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점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Ramming Speed 만의 매력요소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테크닉적으로 정교함을 갖춘 초기 막무가내 쓰래쉬 & 파워업 버전이 할 수 있는 후반부는 극단적 비트감의 통쾌함 뿐만 아니라 Ramming Speed 만의 오리지널리티도 강화 시키기에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신작 No Epitaphs 는 전작 Doomed To Destroy, Destined To Die 와 별 다른건 솔직히 없다. 스타일도 똑같고, 앨범 전체적인 구성/흐름 역시 너무나도 똑같다. 하지만 No Epitaphs 은 여전히 합격점이며, 그와 동시에 신보다운 신선함을 듬뿍 지니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쓰래쉬 메탈 중심의 하드코어 펑크 응용 사운드의 전형적인 부분,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80년대 아이콘들과 2000년대 영건들에 의해 충분히 경험 해 온 그 전형적인 스타일을 좀 더 신선하고 파괴감 넘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재탕을 하더라도 꽤나 신선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2010년대 들어와 음악적 한계에 부딫힐 밴드는 하나 둘 사라져가고, 음악적 신선함을 지닌 밴드들만 살아남고 있는 쓰래쉬 리바이블 씬의 분위기를 이 앨범에 대입하여 생각 해 본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밴드들 보다도 과감하게, 과격하게, 신선하게 쓰래쉬 리바이블씬의 문제를 하나 둘 해결 해 나가고 있으며, 가장 통쾌한 사운드가즘 마저도 전해주는 이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희 최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Ramming Speed 는 쓰래쉬 메탈 리바이블의 위기를 구원 해 내는 넘버원 요원인 것이다. 두장째다. No Epitaphs 는 그러한 앨범이다. 쓰래쉬 리바이블이 다시금 부활하는 지금이 아니던가? 놓치지 말자.

- Mike Villain


Choke Holds & Bullet Ho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