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fer – Lucifer I (Rise Above, 2015)

Lucifer – Lucifer I (Rise Above, 2015)

“Black Sabbath 사운드에 대한 리바이블을 넘어, 그보다 더 올드한 느낌의 (언홀리/사타닉 코드가 가미 된) 싸이키델릭 리바이블”, 아마도 메탈씬의 흐름을 계속 눈여겨 보았다면 이러한 예상치 못한 흐름은 낮설지는 않을 것이다. 악마교 교주와 다섯 사제들의 초 고전 싸이키델릭 하드락으로 공존의 힛트를 쳤으며 메이저 필드에서도 무사히 안착한 Ghost 라는 밴드가 그 흐름의 정점에 있는 밴드이며, 그들을 픽업했던 둠메탈 전문 베테랑 레이블 Rise Above 는 2010년대만의 색다른 메탈 흐름을 주도한 레이블이었다. Rise Above 는 꽤나 음악적으로, 팀 컬러적으로 의미심장한 고전 하드락/사이키델릭 리바이블 & 어레인지형 밴드들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 Ghost 에 이어 또 하나의 대단한 밴드가 등장했다. 바로 Lucifer 이다.

스웨덴 출신의 기타리스트 Linnéa Olsson, 독일 출신의 보컬 Johanna Sadonis 의 여성 2인조로 결성 되었던 둠메탈 밴드였던 The Oath (이 밴드 역시 Rise Above 의 영건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량을 보여 주었지만, 아쉽게도 최근 해산이 결정 되었다.) 에서 보컬 & 세션 드러머를 중심으로 새롭게 독일에서 결성 된 Lucifer 는 두장의 싱글, 한장의 풀렝스를 발표 한 바 있는 신인중의 신인급 밴드이다. 경력이 일천하지만, 이들의 풀렝스 데뷔작 Lucifer I 는 “2015년을 대표하는 메탈 앨범 중 하나” 이자 “올해 최고의 신인들 중 하나”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기량을 들려주는 초신성 그 자체의 앨범이다.

Lucifer I 는 올드스쿨 둠메탈 그 자체를 들려주는 가운데, 둠메탈이라는 독특한 컬트 장르 특유의 매력을 손상 없이 2015년이라는 현재에 걸맞는 신선함을 얼마나 적용 시키냐에 매진한 한장이다. 일단 “Candlemass / Witchfinder General 사운드의 계승” 이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정통 둠메탈의 그것과 닮아 있는것이 특징이다. 묵직한 헤비함, 클래식 음악에서나 찾아 볼 법한 드라마틱한 구성, 그에 걸맞는 리프/멜로디 라인전개와 같은 것들이 멋지게 펼쳐진다. 하지만 예전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기도 하다. 정통파 둠메탈이구나 하고 인식함과 동시에, 80년대 둠메탈과는 매우 다른 것들이 차례 차례 펼쳐지기에 그러하다. 흥얼 거리기 쉬운 업템포 비트와 캐치한 기타 리프와 보컬 멜로디 라인은 과거와 다른 무언가의 핵심이다. 둠메탈 특유의 느릿하고 묵직하게 전개되는 스케일 확장은 여전하지만, 클래식 둠메탈과는 달리 그 전개의 템포가 꽤나 빠르고 캐치하며, 여기에 누구나 쉽게 뛰어난 팝락 제조 능력이 합쳐지며 남다른 신선함을 창출한다. 여기에 여성 보컬리스트 Johanna Sadonis 의 독특한 분위기 창조능력이 합쳐져 새로움의 극치로 나아간다. 호러-흑마술적 신비로움을 지닌 (정확히 말해서 고전 호러 필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마녀 캐릭터) 여성적 보컬을 둠메탈 사운드에 얹어내며 만들어지는 Lucifer 라는 밴드만의 팀컬러는 매우 굉장하다. 고딕 메탈, 심포닉 메탈과 같은 과하게 작위적인 여성성 강조와는 다른, 둠메탈이라는 매니악한 메탈 사운드에 매우 어울리는 여성성 표현이라는 독특함과 컬트함의 창조는 이 앨범/밴드에 있어서 최고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다.

Lucifer I 는 고전 둠메탈을 좀 더 즐기기 쉽게 캐치하게 바꾸고, 여성 보컬리스트를 앞세우면서 둠메탈이라는 최대한 신선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알차게 담은 한장이다. 둠메탈이라는 매니악한 장르 음악의 매력을 깎아 먹을법한 시도를 한 듯 보이지만, 결과는 올드스쿨 둠메탈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낸채 좀 더 쉽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로 귀결 되었다. 특히 모든 종류의 여성 보컬리스트 탑재 헤비메탈 사운드가 지닌 작위적 여성성 어필/섹스 어필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 점은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둠메탈 본연의 음악적/캐릭터적 무게감의 여전함, 그 무게감이 세월이 지나며 발생되는 식상함에 대해 고집스러움과 유연함을 겸비한 탁월한 음악적 대체방안의 제시와 결실, 그로 인해 탄생되는 이상적인 음악적 변화상의 창출까지 매우 인상적이다. 조금 오버해서 “Ghost 의 메인스트림 힛트 이후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밴드이자 앨범” 으로 평가하고 싶다.

- Mike Villain


Izr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