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son Idea – Confuse & Conquer (Southern Lord, 2015)
포틀랜드/오레곤을 80 하드코어 펑크의 진원지로 만들었고, 그 어떤 하드코어 파이오니어/아이콘 밴드들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헤비하게, 더욱 천박하게, 더욱 거칠게 표현하며 좀 더 컬트한 캐릭터 구축을 통해 남다른 존재가 되었던 Poison Idea 가 매우 오랫만인 9년만에 신작 앨범을 발표했다.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활동을 해 온 밴드지만, “그저 밴드 명성 유지를 위한 활동” 적인 측면이 강하기에 + 9년전의 앨범인 Latest Will And Testament (2006) 도 꽤나 별로였기에 신작은 그렇게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모양새 이기는 하다. 하지만 80년대 하드코어 텍스쳐 그 자체로 평가 할 수 있는 Kings Of Punk (1986), 경이로운 레벨의 80 하드코어의 90년대화를 보여준 (그러한 변화상을 통해 그루브 메탈 탄생에 큰 아이디어를 제공한) Feel The Darkness (1990) 의 강렬함이 아직도 유효하기에 이번 신작 Confuse & Conquer 은 “그래도 믿어 볼 만 하다” 라는 느낌도 충분히 존재하는것도 사실이다. 과연?
Confuse & Conquer 는 밴드의 두장의 명작 King Of Punk 와 Feel The Darkness 의 정수를 뽑아내 조화 시키며 플러스 효과를 내 보려는 측면의 앨범으로 간단히 설명이 가능하다. King Of Punk 에서의 전형적인 짦고 스트레이트한 80 하드코어 펑크 스탠다드, Feel The Darkness 에서의 메탈릭함의 보유 & 다양한 패턴의 리프와 곡 전개를 통한 뮤지션쉽 업그레이드 두가지 말이다. 여기에 Feel The Darkness 시절부터 구사 되었으며, 매 앨범마다 합격점 이상으로 구사 되었던 다양한 리프 제조, 꽤나 범상찮은 송라이팅 센스, 하드코어 펑크 밴드 치고는 꽤나 괜찮은 레벨의 기타 테크닉 구사, 뮤지션적 측면의 레벨업에도 여전히 미친듯이 길길이 날뛰는 Poison Idea 만의 거친 천박함 등이 추가된다. 긴 밴드 커리에 걸맞는 것들을 차근차근 풀어 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Confuse & Conquer 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밴드의 초기 & 중기의 특징을 적절히 구사 해 냈지만, 거칠고 파워풀하며 천박하기까지 한 Poison Idea 만의 독창적 쾌감 수치는 미달 된 느낌이 꽤나 강하기 때문이다. 과거 명작들에서의 파괴감을 어떻게 해서라도 충당 해 내야만 한다 부담감이 청자에게도 느껴질 정도이며, 기타 솔로잉/애드립 & 작곡 패턴에서는 Poison Idea 의 음악 치고는 너무 세련 된 느낌이 강해 음악적 이질감 마저 전해준다. 음악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Poison Idea 답지 않은 느낌이 꽤 크다. 패기를 바탕으로 일단 질러대며 자신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던 과거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자신들이 독특한 캐릭터성을 부활 시키려는 노력은 좋지만, 그것이 과해 “Poison Idea 를 흉내 내려는데 매진하는 아마추어 밴드” 의 느낌으로 귀결 된다는 점은 너무 아쉽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밴드의 황금기의 두 기타리스트 Tom “Pig Champion” Roberts 와 Mondo 모두 밴드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기타리스트는 극단적인 거칠음과 광기,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뛰어난 뮤지션쉽의 원동력 이었다. 새 라인업의 Poison Idea 역시 그러한 것들을 시도하려 한다. 하지만 확실히 좀 아닌 인상이다. “새로운 Poison Idea 스타일” 의 측면에서도, “왕년 Poison Idea 의 부활을 노린다” 라는 측면에서도 모두 불합격 판정 되겠다. 전자의 경우는 “왕년 사운드 제조 실패와 그 실패를 메꾸기 위한 세련된 기타 플레이/작곡 센스 발휘들이 과도하여 오히려 이들 명성에 흡집을 냄” 이라는 이유로, 후자의 경우는 “왕년 Poison Idea 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자신들이 잘하는 것들로 애둘러 치며 총체적 난국에 빠짐” 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졸작인가? 그렇게 평가 해서는 곤란하다. 이 앨범은 그저 아쉬운 앨범일 뿐이다. 세련된 기타 플레이 & 그것을 기반으로 한 작곡 패턴들은 의문감과 불쾌감, 아쉬움을 낳았다. 초중반에 은근슬쩍 등장하는 개러지 펑크적 구성/기타 플레이는 욕설까지 입에 물게 할 정도고 말이다. 하지만 앨범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Poison Idea 만의 거칠고 천박한 사운드의 쾌감이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 그 상승곡선이 결국 이 앨범을 하드캐리하며 결국 “괜찮은 앨범” 으로 만들고야 만다는 점을 애써 무시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Confuse & Conquer 는 솔직히 잘 만든 앨범은 아니다. 전작부터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그것을 부정 할 만한 음악적 역량 확보를 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결과는 당연하다. 그 빈 곳을 메꾸기 위해 이런저런 색다른 시도를 했지만 거진 다 실패했고, Poison Idea 의 긴 커리어에 데미지까지 입히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밴드는 너무 많은것을 노린듯 싶다. 중후반부터 극적으로 그 명성 회복에 성공하여 급한 불은 끈 인상이기는 하다. Poison Idea 는 자신들의 장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할 필요가 있다. “한 단계의 위의 거친 사운드와 그에 합당한 천박한 캐릭터 확보”, “격렬하기 그지 없는 사운드에서도 남다른 뮤지션쉽을 발휘하는 밴드” 라는 장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닮는 것 말이다. “부담감 없이 자연스러운 패기로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해 내는, 안되면 안되는대로 내지르고 보면서 자연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 장점을 다시 깨닮아야 한다는 말이다. 여하간 이 앨범은 찜찜 하지만, 합격점이다. 웰컴백? 웰컴백.
- Mike Villain
B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