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sSeries #19] 컴백 스페셜 요점정리 : Poison Idea

[VillainsSeries #19] 컴백 스페셜 요점정리 : Poison Idea

하드코어 펑크의 주 된 격전장은 음악적 LA, 보스턴, 워싱턴, 뉴욕과 같은 전통적인 거친 음악 강세 지역 이었다. 하지만 수는 적지만 뛰어난 멋진 음악적 임팩트를 보여주는 밴드들로 인해 이런지역 지역을 “하드코어 펑크의 명소” 로 만들었는데, Poison Idea 는 오레곤 주의 있는 도시 포틀랜드를 하드코어 펑크의 명소로 만든 바 있는 밴드다.

하드코어 펑크가 포틀랜드에서 등장 했다는 것은 조금만 자세히 생각 해 본다면 정말 의외의 일이라 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오레곤 주에 속해있고, 오레곤주는 백인 거주자가 압도적인 지역이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적이지 않으며, 매우 진보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합법화의 선봉장이 오레곤 주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지역이 얼마나 진보적인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인 거주자가 80% 이상인 이 지역의 주력 정당은 민주당이다. 하드코어 펑크가 보수적인 사회-정치-종교적 통념에 대한 10-20대들의 반항-일탈을 담은 격렬한 사운드라는 점을 상기 해 본다면 Poison Idea 의 존재 자체는 매우 아이러니컬 하다.

그러한 괴상한 배경과 달리 Poison Idea 는 매우 거친 사운드와 스피드, 브레이크 자체가 없는 똘아이 멘탈리티로 중무장한 개자식들, 그 자체다. 그 광기는 하드코어 펑크 메카 지역의 강렬한 캐릭터성에 전혀 꿀리지 않으며, 천박한 정도로 따지면 1-2위를 다툴 정도로 무시무시하며, 더럽고 불쾌한 느낌마저도 선사한다. (물론 이는 장점이오, 칭찬이다.) LA 하드코어 및 US 하드코어 특유의 비행 청소년적 멘탈리티의 뼈대가 되는 The Germs 의 빠돌이 밴드로 1980년에 커리어를 시작, 매 앨범을 발표하며 더욱 빠르게, 더욱 헤비하게, 더욱 격렬하게, 더욱 천박하게 표현하려 애썼고, 이들은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 천박함의 극을 달리는 메시지를 사용하며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한 바 있는 Anal Cunt, Blood Duster 와 같은 밴드들의 청사진을 제공한 밴드 중 하나라 할 수 있기도 하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추구하는 사운드와 메시지의 극단적인 성향은 앨범 제목/커버에서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앨범 커버 앞면에 예수를, 뒷면에 엘비스 프리슬리를 그려 놓고 제목을 붙인 데뷔 EP Pick Your Kings (1983), 앨범 제목부터 Poison Idea 특유의 극단적 독설 캐릭터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Record Collectors Are Pretentious Assholes (1984), 항문 사진을 커버로 하여 “하드코어 펑크 역사상 가장 인텔리전트한 인물” 인 Minor Threat 의 보컬 이름을 그대로 내걸며 극딜을 시전한 Ian MacKaye EP (1989), 이마에 총을 겨눔 당한 남자가 실실 비웃고 있는 충격적 커버의 Feel The Darkness (1990) 는 Poison Idea 가 얼마나 극단적이며 천박한 표현을 즐기는 똘아이들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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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레전드 레코드” Feel The Darkness

밴드의 세번째 풀렝스 앨범 Feel The Darkness, 이 앨범은 헤비니스 음악을 논하는데 있어서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Poison Idea 는 간단하게 말해서 “80 하드코어 펑크 스탠다드” 를 보여주는 짦고 격렬하고 빠른 스타일을 추구하던 밴드였다. 그 하드코어 스탠다드를 벗어나려는 하드코어 펑크 파이오니어들의 90년대적 노력은 대체적으로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곡 구성, 연주, 심오한 메시지의 추구들 이었다. Poison Idea 는 달랐다. 그들 역시 80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심플함을 벗어나려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타 밴드들 처럼 심오하게 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경한 코드를 들고 나왔다. 그 변화의 승부처는 Feel The Darkness 는 메탈에 버금가는 헤비함을 첨가했고,, 80 하드코어 펑크와는 다르게 치밀하고 다이나믹한 구성력과 연주를 선보였다. 물론 이들다운 스피드 역시 구비 되었다는 점, 매 앨범마다 증가하던 거칠고 천박한 가사 깊숙한 곳에 숨겨진 심오함 역시 이 앨범에서 피크를 치고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크로스오버 쓰래쉬와는 차별되는 독특함이 있었고, 80년대의 하드코어와 결별하고 90년대 하드코어 펑크는 이런것이다 라고 선언하는듯한 새로움도 있었다. Feel The Darkness 는 그렇게 하드코어 펑크의 메탈화를 논하는데 빠질 수 없는 컬트 클래식이 되었다. Pantera, Machine Head 와 같은 90 메탈 밴드들에게 사운드적, 멘탈적 롤모델이 되었다는 점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이 두 밴드는 Poison Idea 의 곡을 커버 한 바 있기도 하다.) “그루브 메탈에게 가장 큰 힌트를 준 밴드” 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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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Poison Idea 가 “Ugly Music For Ugly People” 인지는 이 전설의 프로모 사진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Poison Idea 를 논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Ugly 한 비주얼” 이라는 점이다. 보컬리스트 Jerry A 는 “뚱보 하드코어 펑크 프론트맨의 기준” 그 자체고, 밴드의 음악색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기타리스트 Tom “Pig Champion” Roberts 는 비만을 넘어 “초고도 비만” 을 자랑하던 양반이었다. (라이브를 열심히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의자 하나 가져와서 거기 앉아서 기타를 치는 모습은 Poison Idea 의 색다른 아이덴티티이기도 할 정도.) 나머지 멤버들의 비주얼도 참으로… 하지만 이는 Poison Idea 의 장점으로 작용했다. 매우 빠르고 거친 사운드, 그리고 천박한 독설적 가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더욱 더 Poison Idea 의 캐릭터성을 강화 했기 때문이다. 모 해외 평론가는 Poison Idea 를 “Ugly Music For Ugly People” 이라고 간단히 정의 했는데, 이는 정말 딱인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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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의 신작 Confuse & Conquer

밴드는 1993년에 활동 중단을 선언한다. 밴드 음악의 중심축인 Tom “Pig Champion” Roberts 가 밴드를 탈퇴했고, 그 뒤로 이런저런 탈퇴/멤버교체가 이뤄지며 밴드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1998년에 다시 Tom “Pig Champion” Roberts 가 컴백하며 재결성을 행했고, 라이브 활동을 중심으로 꽤 오랜 기간 활동하며 천천히 앨범을 준비, 2006년에 Latest Will And Testament 을 발표하며 다시금 활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Tom “Pig Champion” Roberts 는 앨범 발표 직전에 독감 및 합병증에 의해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Poison Idea 다시 오리무중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새 기타리스트 Jeff Walter 영입, 계속 활동을 이어간다. 간간히 라이브 활동으로 명맥만을 이어가던 이들은 2014년말에 오랫만의 신보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2015년에 조금은 의외의 레이블인 Southern Lord 를 통해 9년만의 신작 Confuse & Conquer 을 가지고 컴백한다. 90년대 중반 들어와 명맥을 겨우 겨우 이어가는 모습이었던 Poison Idea… 하지만 2010년대 들어와 라이브 활동의 빈도수를 높이고 다시금 시동을 걸었고, 과거의 명작들이 Southern Lord 를 통해 재발매 되고, 다시금 80 하드코어 펑크 레전드들의 컴백과 새로운 밴드들의 의외의 선전과 열풍이 불고 있기에 이번 컴백은 매우 주목 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80년대 초 – 90년대 중반까지 정말 중요한 헤비니스 밴드로 위치한 이들인 Poison Idea 의 지금까지의 발자취와 심기일전한 분위기가 남다른 신보를 어찌해야 할지는 다들 잘 알겠지? 이만 줄이겠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