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z Nuts – Word Is Bond (Century Media, 2015)
2000년대 들어와 하드코어 변방 지역이었던 호주를 하드코어 강국으로 만든 밴드중에 하나였으며, “2000년대 메탈코어 신조류” 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메탈릭 하드코어 + 멜로딕 데스메탈의 조합을 보여주며 월드와이드적으로 멋진 어필을 해 낸 바 있는 밴드인 I Killed The Prom Queen. 아쉽게도 이들은 월드와이드 데뷔 / 네임벨류 발휘 바로 직전에 해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비운의 밴드로 남고 말았었다. (최근 재결성해서 다시 활동하며 못다푼 한을 제대로 푸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에 잔재속에 대박 밴드가 하나 나타났으니… 바로 Deez Nuts 이다.
Deez Nuts 는 I Killed The Prom Queen 의 드러머였던 JJ Peters 가 보컬리스트에 도전하는 가운데, 그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힙합/랩과 하드코어를 섞은 사운드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었던 일종의 “재미로 해 보는 밴드” 로 시작한 밴드였다. 밴드 결성해인 2007년에 자신이 혼자 보컬과 모든 악기 연주를 모두 해 낸 데모 앨범과 데뷔 EP Rep Your Hood 를 발표하는 괴력을 발휘했고, 라이브 멤버들을 모아 행한 화끈한 라이브 무대를 통해 빠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뒤이어 Stay True (2008), This One’s For You (2010), Bout It! (2013) 의 3장의 정규 풀렝스가 차례대로 발표되고, 가파른 인기상승 곡선을 그리며 Deez Nuts 는 호주 하드코어 국가대표급 밴드로 성장했다. 두번째 앨범부터는 월드와이드 발매,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의 라이브 투어를 통해 세계적 활동을 꽤나 해 온 밴드라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체크포인트 이기도 하다.
2015년 신작이자 4번째 풀렝스 앨범 Word Is Bond 는 Deez Nuts 의 커리어 하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다. Deez Nuts 가 원래 개인적인 음악적 재미 충족을 위해 만들어진 밴드이고, 매 앨범마다 “힙합/랩과 메탈릭 하드코어를 즐긴다” 라는 측면이 강해서 음악적으로 이렇다 저렇다를 심각하게 논하기가 좀 그러했던 Deez Nuts 였기에 “커리어 하이” 라는 말을 사용하는것은 조금은 의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매 앨범마다 즐기되, 조금씩 음악적 부분을 신경쓰며 뮤지션쉽적인 부분 역시 빌드업을 해 온 이들이기에 너무 이들의 존재를 너무 가볍게 보는것도 어불성설 이기도 하다. Word Is Bond 는 그러한 다소 복잡한 분위기를 다잡는 한장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음악적으로는 별 것 없다. Madball 로 대표되는 그루브/리드미컬함을 한껏 강조한 하드코어 사운드를 뼈대로 하여 좀 더 파워풀한 비트, 스피드, 리프를 갈겨대고, 그 위에 적절한 보컬/랩을 얹는 스타일이다. Hatebreed 를 랩/힙합 바운스에 어울리게 적당히 개조한 사운드라고도 할 수 있기도 하다. 일단 굉장히 얄팍하게 보인다.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메탈릭 하드코어 그루브에 대충 랩 보컬을 얹은 구조이며, 보컬리스트의 스킬적인 부분 역시 랩… 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빠르게 큰 소리로 말하기” 정도의 수준이기에 그러하다. 디제잉? 샘플링? 그런건 아예 없다. “살짝 색다른 Limp Bizkit 정도의 사운드” 라는 말로도 간단히 설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Word Is Bond 는 굉장히 잘 만든 앨범이라는 사실 만큼은 부정 할 수는 없다. 메탈릭 하드코어와 힙합/랩이 지닌 역동적인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 엄청난 청각적 쾌감을 마구마구 만들어 내는 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앨범 한장 분량” 이라는 만만치 않은 양을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나가는 재주가 있다. 그것도 메탈릭 하드코어라는, “많은 변화를 주면 절대로 안되는 장르/스타일” 을 가지고 말이다. 리프는 전형적으로 구사 되지만, 앨범 전체적인 흐름 & 한곡 안에서의 흐름속에 다양한 템포 체인지를 통해 앨범을 전체적 흐름만큼은 전형적이지 않게,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나간다. 보컬리스트 JJ Peters 의 보컬은 그러한 좋은 페이스의 정점을 찍는, 일종의 필살기와도 같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힙합/랩이 첨부 된 메탈릭 하드코어를 구사” 한다는 밴드 색채에 비해 그의 랩 스킬은 평가하기에도 민망 할 정도로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Deez Nuts 가 구사하는 하드코어 헤비 그루브의 재미를 극단화 시키는 그의 리듬타는 센스 만큼은 엄청나다. 힙합적인 측면에서 Deez Nuts 의 음악을 바라보면 영 아닐지 모르지만, 메탈릭 하드코어가 지닌 그루브함이 힙합과 일맥상통하는 바운스를 지니고 있고 이것을 동기화 해 보려는 밴드는 많았지만 “음악적으로 뛰어나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밴드만큼은 극히 적었다는 점을 상기 해 본다면 그의 스킬은 매우 놀라웁다. 하드코어 관점에서의 랩-하드코어와의 접목에 있어서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이다.
한마디로 Word Is Bond 는 일종의 이정표와도 같은 앨범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장 되겠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힙합/랩의 리듬-그루브는 메탈릭 하드코어와 일맥상통하는 음악적 코드가 있었고, 그것을 접목하려는 밴드는 많았지만, 음악적 뿌리가 완전 다르기에 완벽하게 믹스 해 내기엔 무리였다. 디제잉 위주로 가느냐, 메탈릭 기타 위주로 가느냐, 한마디로 한쪽에 올인한 음악을 해야만 한다는 상황에 봉착했다. Deez Nuts 는 후자에 올인하는 밴드였고, 재능이 굉장했으며, 그러한 것을 노린 타 밴드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앞서갔다. 그리고 이번 앨범 Word Is Bond 를 통해 음악적인 측면을 논할 수 있는 레벨까지 나아갔다. 뛰어난 송라이팅, 다양한 기타리프, 다양한 템포 제공 & 체인지를 통한 테크니컬함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들이 제공하는 헤비-그루브의 쾌감은 차원이 다르다. 음악적 질, 흥미도의 질, 모두 거머쥐는데 성공한, 매우 놀라운 한장 되겠다. 이러한 앨범은 전에 없었다. 메탙릭 하드코어의 새로운 이정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리쉬한 한장 되겠다. 매우 중요한 앨범 되겠다. 올해 나온 앨범 중에서도, 메탈릭 하드코어 역사를 논하는데 있어서도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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