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helter – S/T (Self-Release, 2016)
2000년대 말부터 하드코어 씬에서 늘 들려오던 말이 있었다. “요즘은 젊은 하드코어 밴드가 없어” 말이다. 펑크/하드코어는 그 유행이 끝난듯 보여도 새로운 음악적/사회적 관점을 지닌 10-20대 신예 밴드들로 인해 40여년간 계속 그 명맥을 유지 해 오고 있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자랑하는 것을 상기 해 본다면 이는 꽤나 심각한 일이었다. 그러한 문제가 몇년간 하드코어씬 내부에서 적잖게 거론 되었었지만, 흥미롭게도 2010년 들어와 그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 이유는 별 것 없다. 뛰어난 하드코어 영건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80 하드코어 펑크를 하는 팀, 90년대 올드스쿨 메탈코어를 하는 팀, 멜로딕 메탈코어 or 트랜스코어 등 2000-2010년대 하드코어를 하는 팀 등 그 장르/스타일의 다양함도 눈에 띄었다. 아마 2010년대는 “한국 하드코어의 또 한번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시기” 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No Shelter 라는 팀이다. 2015년 7월에 시작 된 이 밴드는 Turn For Our, Pariah 등의 밴드에서 뛴 바 있는 하드코어 밴드 활동 유경험자들을 주축으로 결성 된 밴드이며, 최근 1년간 매우 왕성하고 임팩트한 라이브 활동을 통해 빠르게 한국 하드코어 씬의 실력파 신예로 적잖은 관심을 계속해서 끌어내며 좋은 흐름의 상승곡선을 계속 그려가고 있는 나름 화제의 밴드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라이브를 통한 실력과 자신감의 향상뒤에 늘 행하는 모든 밴드들의 차후 행보라 할 수 있는 “첫 레코딩” 을 이들 역시 행했고, 본작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본작은 굉장히 임팩트 하다. 단 다섯곡이 담긴 간략한 EP 지만, No Shelter 라는 밴드가 내뿜는 헤비 사운드 특유의 사운드적 강렬함은 물론이거니와 이 밴드에게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임팩트한 팀 컬러까지도 말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 스타일은 Earth Crisis 로 대표되는 90 메탈릭 하드코어 & 그것을 기반으로 한 2010년대의 새로운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는 신예 메탈코어 밴드들의 신선한 흐름이다. 데스메탈을 연상케 하는 헤비함과 그에 걸맞는 암울/사악한 분위기, 메탈릭 하드코어 특유의 헤비/그루브적 & 스트레이트한 요소의 교차 구사, 201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 특유의 빗다운 파트의 강렬함과 이를 극단적으로 부각 시키며 발생 시키는 둠메탈 or 데스메탈적인 과격한 아우라의 창출 등이 들어있다. 꽤나 201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의 흐름을 잘 캐치 해 내고 있고, 그것을 No Shelter 만의 센스를 소소하지만 알차게 더해서 표현 하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발생 시키며 꽤나 음악적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No Shelter 라는 밴드와 이 EP 의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2010년대 메탈릭/빗다운 하드코어 레퍼런스의 수월한 구사” 로만 절대 끝나지 않는다. 파워풀한 메탈릭 하드코어 사운드에 “극.단.적.인.분.노.” 를 동반한 가사를 통해 어머어마한 이들만의 아이덴티티 및 팀 컬러를 창출하며 만들어 내는 이들만의 개성은 어마어마 하다. 한글로 쓰여진 두 곡에서 펼쳐지는 육두문자를 동반한 극단적 분노 표출을 통해 발생하는 “바로 이해가 되는 파격적 쾌감” 이라던지, 영어로 쓰여진 3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분노를 근간으로 한 통쾌함” & 그러한 곡들에 여지없이 들어가 있는 “한글 육두문자 애드립에서의 쾌감 창출과 그로 인한 이들만의 스타일리쉬함의 창출” 등 그 공식과 개성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 분노의 근간이 가정폭력, 내로남불, 가식적 인간 등에 대한 극단적 분노와 비판이라는 설득력도 만만찮은 존재감을 남기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잖게 존재한다. 앨범 릴리즈를 조금 서두른 감이 있을 정도로 최종 사운드 프로덕션의 미완적인 면모가 No Shelter 라는 밴드만의 개성 저하를 가져오게 한다는 점은 꽤나 아쉬운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 파워풀하게 구현 되었으면 이들의 강렬한 팀 컬러에 적격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드러머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6개월간 자리를 비우게 되고, 그것 때문에 밴드가 본의 아니게 활동 중단에 들어가게 되어 EP 릴리즈를 빨리 했어야 하기에 그저 “개인적인 아쉬움” 으로 여겨야 하기에 그렇게까지 프로덕션에 대한 단점을 크게 생각하면 좀 곤란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으나 매우 인상적인 한장임에는 틀림없는 한장 되겠다. 90년대 초중반부터 지금까지의 메탈릭/빗다운 하드코어의 전통과 변화상을 완벽하게 캐치 해 냈고, 그것을 데뷔 EP 에서부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 해 냈으며, 과격하지만 매력적인 이들만의 “극단적 분노 표출” 을 더해 쉴 새 없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창출 해 나가기에 그러하다. 국내의 모든 밴드들이 “해외의 그것을 제대로 구사 해 냈는가?” 에 대해 매 앨범마다 고생하고 있는데, 이들 No Shelter 는 그러한 과제를 아무렇지 않은듯 해치우고 그 다음 레벨인 “얼마나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창출하는가?” 와 또 그 다음 레벨의 과제인 “그것을 얼마나 임팩트하게 청자에게 각인 시킬 것인가?” 조차도 매우 괜찮게 달성 해 냈다. 단 5곡의 곡들을 통해서 말이다. 2010년대에 많은 하드코어 영건들이 마구 날뛰고 있지만, 이들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꼭 붙여주고 싶을 정도다. 정식 풀렝스가 나오면 또 하나의 새로운 한국 하드코어 올타임 베스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가 않다. 많은 흐뭇함과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출사표” EP 라고 사료된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