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ment – Promise Everything (Run For Cover, 2016)

Basement – Promise Everything (Run For Cover, 2016)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신선한 음악적 무언가를 구사한 아티스트 거의 대부분은 “파이오니어” 로의 대접을 받는다. 허나 그러한 파이오니어들이 탄생시킨 장르들을 조금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그들보다 한발 앞서서 음악적 새로움을 달성한 바 있는 밴드들이 꽤나 적지 않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운드를 완성 시켰다 하더라도 발표 타이밍, 앨범을 알리기 위한 비즈니스적 전략이 좋지 않았다면 그 의미가 처절할 정도로 묻혀 버린다는 의미다. 그렇게 빛을 보지못한 밴드들은 너무나도 많고, 지금 이 시간에도 탄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좀 더 많은것을 경험한 음악 애호가들이 그러한 비운의 주인공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재평가를 받게 끔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잉글랜드 입스위치 출신의 Basement 는 앞서 설명한 모든것을 경험한 바 있는 밴드다. 밴드는 두장의 앨범 I Wish I Could Stay Here (2011), Colourmeinkindness (2012) 를 통해 90년대 초중반의 이모 & 그런지 노스텔지어의 멋진 리바이블을 보여 준 바 있었다. Weezer, Sunny Day Real Estate, Texas Is The Reason, The Promise Ring Cap’n Jazz 와 같은 밴드들이 보여줬던 90년대 초반의 그 신선함 말이다. 뛰어난 기타팝 제조 능력/센스, 퍼즈한 기타톤 제작 & 매력적 앰프 출력을 통한 혁신적 사운드 튠, 파퓰러함과 아티스틱한 면모의 황금조화 & 밸런싱, 간단히 말해서 “진정한 이모와 얼트/그런지의 황금기” 인 90년대 초반의 임팩트한 사운드 등 다양한 흥미진진함을 펼쳐 보였었으나 밴드는 정당한 평가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들의 등장 타이밍은 좋지 못했다. 이모는 My Chemical Romance 로 대변되던 메인스트림형 팝 이모의 상업적/음악적 몰락으로 존재감이 최악인 상태였으며, 그런지 역시 힛트만을 집요하게 노린 포스트 그런지의 지나친 몰개성적 범람으로 인해 그 또한 그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다. Basement 는 그러한 것들과 전혀 다른, 이모와 그런지의 순수했던 시기의 음악적 위상을 부활 시키던 제대로 된 밴드였으며 꽤 괜찮은 평단의 평가를 얻어 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을 제대로 알리는데에는 실패했다. 그 당시 너무 강했던 이모/그런지에 대한 편견을 결국 이겨 낼 수 없었던 모양새였다. 영국 출신이라는 추가적 디버프 또한 무시하기 힘들었다. 결국 밴드는 각 멤버들이 개개인의 삶에 좀 더 열중하기 위해 (주로 학업) 2012년에 해산을 결정하고야 만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들이 해산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모 리바이블, 그런지 리바이블이 제대로 터지며 2010년대에 매우 중요한 락 음악계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대명사 밴드들로 거론되는 Balance And Composure, Superheaven 등등이 Basement 가 두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Run For Cover 레이블 소속이었다는 점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해갔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서인가? 각 멤버들의 개인적 목표들이 어느정도 달성되자 Basement 는 2014년에 조용한 컴백을 알렸으며, 2016년에 신작 앨범이자 3번째 풀렝쓰 앨범인 Promise Everything 을 1월말에 발표, 재기 아닌 재기에 나섰다.

신작 Promise Everything 은 시원하게 말해서 “실력에 합당한 평가를 얻어 내는가” 외에는 별로 달성 할 목표가 없는 한장이다. Basement 는 이미 2장의 전작들을 통해 이미 음악성이 완성 된 바 있지 않던가? 그러한 높은 기대치에 어울리는 음악적 결과물들이 실하게 담겨져 있다. 이모와 얼트/그런지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90년대 초중반의 특징들 말이다. 다소 매니악한 장르를 구사하지만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파퓰러함, 그와 동시에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 작위적 힛트송 메이킹, 특정 언더그라운드 장르다운 담백한 구성 & 적절히 로우한 사운드의 추구라는 90년대 이모/그런지의 미덕들 말이다. 꾸밈없는 2-3분대의 심플한 곡들 10곡의 모음 / 총 러닝타임 28분이라는, 걱정 될 정도로 미니멀함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예상외로 세련된 편곡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앨범 구색을 다양화 하고 있기도 하다. 90년대 중후반의 팝이모 흐름에서의 긍정적 결론들이라 할 수 있는 Jimmy Eat World, Midtown 와 같은 밴드들의 버라이어티한 팝 제조센스의 매력 또한 꽤나 지니고 있고, 그러한 면모를 추구 하면서도 90년대 초중기의 이모 황금기 특유의 매력에 전혀 마이너스가 없게끔 만드는 뛰어난 밸런싱은 꽤나 놀라우며, 이 밴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창출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세련된 파퓰러한 면모들은 현재 이모 리바이블에서 드러나는 “지나친 아티스트적 허세” 라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하다.

종합적인 최종 결론을 내려 보자면? “Promise Everything 은 이모 & 그런지 리바이블 두가지를 논하는데 있어 세 손가락에 드는 명작 앨범” 이 어울리지 않나 싶다. 그 정도로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앨범이다. 두 장르 모두 “대안음악” 으로써의 가치가 가장 뛰어났던 90년대 초기의 그것을 제대로 구사 했으며, 그러한 원형을 딥하게 구사하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점인 자신들만의 개성 확보의 어려움, 순수하기는 하지만 듣고 즐기는 측면의 지나친 부족함 등을 매우 슬기롭게 처리하고 있다. 그저 “리바이블” 로만 이야기 할 수 없는, “진화” 를 논해야 정당할 정도로 “새로운 리바이블” 을 존재감 넘치게 행하고 있으며, 결과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완벽하다고는 말하긴 힘들긴 하다. 이모/그런지 리바이블의 새로운 장을 연 앨범이지만, 완성형이라고 판단 내리기에는 곡 하나하나가 100% 를 달성 해 내지 못함을 애써 외면하긴 힘든 편이다. 허나 분명한것은 그 방법론에 있어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것이며, 일단 그걸로 만족하는게 좋은 그림이라 사료된다. 특히나 이모라는 장르는 파퓰러함과 아티스틱함이 모두 살아야만 하는, 생각보다 꽤나 완벽하게 만들어 내기 힘든 장르다. 이 한장에서 그걸 달성하기엔 무리인 인상이며, 오히려 그 황금배율에 대한 과욕이 없던것이 더 좋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컴백 앨범인데 너무 많은 것을 담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보다는 이들이 1-2번째 앨범에서 얻지 못한 정당한 평가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의미가 충분한 한장이라는 점이 더 중요 하겠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 질 뻔한 이 이모 & 그런지 리바이블의 진짜배기 파이오니어가 쾌작 앨범과 함께 제대로 부활한다!” 만으로 충분하다. 100% 다음 작품을 기다리자. 일단은 명성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건 완벽히 성공했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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