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rch Of Misery – And Then There Were None… (Rise Above, 2016)
Church Of Misery 는 “생각보다 적잖은 수의 일본 밴드들이 서양의 특정 락 음악 서브장르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빠트려서는 안되는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다” 를 증명하는 밴드 중 하나다. 1995년 일본 도쿄에서 결성 된 이 둠 메탈러들은 데뷔작부터 해외에서 발매 될 정도로 그 남다른 재능을 빠르게 인정 받았으며 (특히 연쇄 살인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가사에서 오는 컬트함에 대한 세계적 호응도는 엄청나다.),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 해외의 유수 레이블을 통해 신작 앨범들이 해외에 소개되고 있으며, 자국 일본을 벗어나 다양한 국가에서의 라이브 투어를 통해 얻어 낸 뛰어난 라이브 액터로써의 명성까지 얻어 낸 바 있다. 그렇게 Church Of Misery 는 2000년대 둠/슬럿지/스토너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거론 되어야만 되는 월드 와이드 스탠다드 밴드로 완벽히 자리매김 한 바 있었다.
허나 이들은 최근에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밴드의 5번째 앨범 Thy Kingdom Scum (2013) 은 밴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적 성장을 남기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 한 바 있었으나,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탓츠 미카미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탈퇴를 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은 신작 앨범의 호평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해외 투어를 통해 더욱 밴드를 키워 나갈 수 있던 빅 찬스의 타이밍 속에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기에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누가봐도 밴드가 이대로 사라져 버릴 그림이었다. 멤버를 곧 구해서 밴드를 재정비 하여 활동에 들어간다고는 했지만 별 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2015년 중순에 밴드는 멤버 구함 & 본격적 레코딩에 들어감 & 2016년 초에 신작 발표라는 빅뉴스 뜬금포를 연달아 터트리며 컴백을 알렸다. 그렇게해서 2016년 신작이자 통산 6번째 앨범인 And Then There Were None… 이 등장하게 된다.
신작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것은 새 멤버들이다. 밴드의 유일한 오리지널 멤버 탓츠 미카미는 3명의 신 멤버를 구했는데, 흥미롭게도 그들 모두 “미국인 베테랑 뮤지션” 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 3명의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너무나도 짱짱하다. 보컬리스트 Scott Carlson 은 그 유명한 그라인드코어 원조 밴드 Repulsion 출신이며, 기타리스트 Dave Szulkin 은 베테랑 둠 메탈 밴드 Blood Farmers, 드러머 Eric Little 는 Earthride 에서 맹활약 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신작 앨범에 대해 기대감을 자연스레 부여한다. 신작이 꽤나 급조 된 라인업으로 만들어 졌기에 퀄리티를 크게 기대 해서는 안되지 않나 하는 조바심 마저도 어느정도 지워 버릴 정도다. 신작은 “기대감 반 / 우려 반” 인 상황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일 것이다.
신작 And Then There Were None… 은 “다행이도 쾌작이다” 이라는 평가를 넘어서, “밴드의 커리어 하이를 또 한번 이어가는” 수준의 대단한 한장이다. 큰 변화상은 없다. Church Of Misery 라는 밴드가 세계 메탈 시장에 빠르게 어필 할 수 있었던 Black Sabbath-ism 스타일은 여전하다. 여전하다 못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Black Sabbath 를 닮아 있으며, 오리지널리티를 살짝 더한 트리뷰트 밴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느슨함 헤비함의 완벽조화, 블루지한 빈티지함과 Black Sabbath 의 유산에서 태어나는 전형적인 블루스에서 벗어난 메탈적 기본형의 그것과의 조화도 여전하다. Black Sabbath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들을 거의 똑같이 베껴놓고 아닌척 하기도 여전하며, 더욱 지능적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측면의 칭찬이다. 오해 말도록.) 느슨하고 느릿하게 진행 되지만, 타 둠/슬럿지 스타일의 밴드들의 미니멀한 리프의 무한반복과는 정 반대되는 캐치한 송라이팅과 그에 걸맞는 다이내믹한 리프/멜로디어스함의 사용이 있고, 그러한 요소들에 의해 탄생되는 역동적 형태의 흥미진진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Church Of Misery 하면 떠올려지는 “연쇄 살인마에 대한 집중탐구” 는 그러한 역동성을 만나 더욱 더 컬트한 맛을 우려내고 있다는 점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이 앨범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라인업이지만, (외국 멤버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작들에 비해 모든 파트들이 소소한 디테일한 맛을 살리는데에는 전작들 보다 한 수 위라는 의외지만 꽤나 실한 이 앨범만의 아이텐티티 역시 강렬하다.
대대적인 라인업의 변화를 통해 이제는 동양 밴드가 아닌, 서양 밴드가 되어 버린 인상이지만, 분명한것은 뭐가 어찌 되었던간에 “좋은 앨범을 만들어 냈다” 라는 점이다. 좋은 음악적 결과물을 담았다는 점 한가지만으로 비롯되는 긍정적 측면의 파장효과가 매우 강렬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심한 라인업 변동이 있었지만 전작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음악적 성장세를 이어 나가며 밴드 이미지를 신선하게 유지 시키는데 성공 했다는 점, 꽤나 실력있는 베테랑 멤버들의 백업이 제대로 이어지며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Black Sabbath-ism 구사/재해석/개성 창출에 있어서 큰 플러스 효과를 맞이 했다는 점, 그러한 점들을 통해 음악적으로 한번 더 변화/발전을 할 수 있는 베이스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성공 했다는 점 등등, 다양한 긍정적 후폭풍들이 참으로 많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장이며, Church Of Misery 라는 밴드들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멤버가 쉴 새 없이 크고 작게 변화했고 이 라인업 또한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앨범으로 통해 만들어진 “이 밴드에게 무슨일이 일어나도 언제나 퀄리티는 보장” 이라는 고정관념의 존재감은 정말 묵직하다는 점이다. 마치 변치않는 라인업의 밴드만큼이나 믿음직 하다. 그거면 됐다. Church Of Misery 는 앞으로 걱정 할 필요가 없을듯 싶다. 신작 듣고 감탄이나 하고, 차기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기대감만 가지면 될 것이다. 그런 믿음을 만들어 낸, 이들 역사에 매우 중요한 한장 되겠다.
- Mike Villain
Doctor Death (Harold Ship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