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dents – Hypercaffium Spazzinate (Epitaph, 2016)
Descendents 의 첫 풀렝스 앨범 Milo Goes To College (1982) 는 밴드의 보컬리스트 Milo Aukerman 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러한 타이틀 명이 붙었던 앨범이었다. 이 앨범을 통해 Descendents 는 LA 하드코어 펑크씬 내에서 꽤나 큰 명성을 얻은 바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밴드로 성장 할 수 있었지만, 밴드의 보컬리스트 Milo 의 원대한 꿈인 과학자가 되기 위한 첫번째 발걸음인 그의 대학 입학을 존중하며 앨범 활동이 끝난 뒤 조용히 해산에 들어 간 바 있었다. 매우 흥미롭게도 그건 끝이 아니었다. Milo 는 과학자가 되기 위한 학업에 매우 충실 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Descendents 의 보컬리스트로 언제나처럼 돌아왔고 그렇게 여러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1-3년의 텀으로 여러장의 앨범이 발표되며 여타 밴드와 다름없는 활동 내역을 보여주며 그 위용을 뽐냈지만, 90년대에 들어 오면서 부터는 그 텀이 매우 길어졌다. 90년대 팝펑크 절대명작인 Everything Sucks (1996) 는 9년만의 앨범이었고, 그 뒤를 잇는 앨범인 Cool To Be You (2004) 는 8년만의 앨범이었다. 그 다음 앨범이자 올해 발표 된 신작인 Hypercaffium Spazzinate 의 경우는 그 강도가 조금 심한 편이다. 12년만의 새 앨범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신작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으며 그 기대의 강도도 어마어마하게 거대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전작 Everything Sucks, Cool To Be You 두장 모두 긴 휴식기에도 불구하고 매우 대단한 음악을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긴 공백기동안 매우 극심하게 변화한 팝펑크씬의 흐름에 걸맞는 변화와 발전을 담았다는 점, “팝펑크라는 서브 장르를 탄생 시킨 발명가 밴드”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한 차원 높은 음악적/애티투트적 특징을 보여 주었다는 말이다. 펑크락을 하기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은듯한 이 아저씨들은 30대에도, 40대에도 발군의 실력과 센스를 보여주었고 수많은 Descendents 및 팝펑크 팬들로 하여금 “50대가 된 지금에서도 아주 멋진 무언가를 들려줄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있다. Hypercaffium Spazzinate 는 첫 기타리프가 울려 퍼지기 전부터 그러한 기대감을 하게 만드는 앨범인 것이다.
Hypercaffium Spazzinate 에는 감탄과 아쉬움이 있고, 그 두가지가 섞여지며 생성되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여운이 남는 앨범이다. Descendents 하면 생각나는 다양한 장점은 이번 앨범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과격함과 분노로 점철된 사운드의 대표주자 하드코어 펑크를 유머러스함과 파퓰러함으로 개조하여 과도하게 경직 될 수 있었던 하드코어 펑크를 좀 더 신선하게 만들면서 생성 된 이들만의 강렬한 음악적 아이덴티티 표출은 여전하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엄격하고도 꾸준하게 행해진 합주, 투어, 레코딩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발군의 연주 실력과 팀웍, 레코딩 노하우 등 “성실함” 을 근간으로 하여 발생되는 다양한 음악적 흥미로움과 존재감 또한 자연스럽고도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으며, 왜 90년대 팝펑크붐 주역들이 자진해서 Descendents 에게 큰 빚을 졌다고 자진해서 발언 하는지에 대한 이유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두 전작 Everything Sucks 와 Cool To Be You 에서 발휘 된 “꽤나 오래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황금기에서 꽤나 벗어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팝펑크 밴드들보다 몇갑절 센스 넘치는 음악을 들려줌” 또한 자연스레 베어 나온다. 그렇다. Hypercaffium Spazzinate 는 기대감만큼 뭔가 보여주는 앨범인 것이다.
하지만 본작은 음악적 아쉬움도 꽤나 진하게 베어 나옴을 애써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 또한 발견된다. 본작은 전작 Cool To Be You 처럼 미드 템포 기반의 기타팝적 코드가 매우 진한 앨범이다. 허나 본작은 Cool To Be You 만큼 펑크적 스피드와 파워가 부족해도,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송라이팅으로만 채워 넣어도 좋은 앨범이 될 수 있다는 음악적 설득력 확보에는 조금 부족한 인상을 풍긴다. 이들의 센스가 무뎌졌는지, 조금 빠르게 서둘러서 만들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것은 전작만큼은 아니라는 점은 꽤나 많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앨범 흐름 또한 예전만큼이 아닌점도 느껴진다. 분명이 앨범은 수작이며, 팝펑크 창시자이자 어느 시대에 떨궈 놓아도 반박불가의 팝펑크 넘버원 밴드로써의 음악적 위용을 뽐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지만, 확실히 지금까지의 Descendents 의 앨범 전체 커리어를 놓고 본다면 생각보다 평균점 이하로 맴돌고 있는 앨범임은 사실이다. 절대로 간과하고 넘어갈 정도의 수준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본작은 절대로 나쁜 평가가 나올 수 없는 한장이다. Descendents 의 재결성은 밴드의 드러머이자 리더인 Bill Stevenson 의 뇌종양 수술과 그로 인해 발생된 어마어마한 병원 치료비의 탕감을 위해 나머지 멤버 3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뤄진 것이었다. Descendents 는 LA 출신 밴드이지만, 90년대에 들어 와 4명의 멤버 모두 결혼하여 LA 를 떠났고, 1년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 정도로 서로 꽤나 떨어진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재결성은 현재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는 “마지막으로 한번 크게 땡겨보자” 하는 것과는 차이가 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컬 Milo 의 성대는 90년대 후반부터 맛이 갔으며 이에 대해 “내 취미는 펑크락이었는데 주객전도가 되어서 날 괴롭히더니만 내 목이 완전 가 버렸지. 이제 이따위 짓거리 집어 칠거야.” 라는 곡도 만들었던 과거가 있다는 점, 그의 목소리는 나이먹고 더욱 망가져서 정말 오랫만의 재결성 투어 공연에서 최악의 퍼포먼스를 펼친 후 온라인을 통해 사과하고 관객들에게 환불을 해 주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점, 신보에서도 그 여파가 너무나도 잘 보여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 해 보자. (90년대 후반 최고의 펑크/하드코어 스튜디오 Blastering Room 의 오너로써 엄청난 프로덕션을 자랑하는 Bill 의 굉장한 실력으로 Milo 의 좋지 않은 보컬 퍼포먼스를 잘 메꿨다는 점 또한 알아두면 신작을 즐기는데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Bill 을 돕기위해 다소 무리한 페이스로 빠르게 진행 된 신보 제작상황, 12년만의 신보이기에 지대한 관심이 모이게 된다는 역 버프적 상황까지 더해서 생각 해 보자. 신보는 절대로 좋게 귀결 될 모양새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한 배경 상황을 감안 해 본다면 Hypercaffium Spazzinate 는 솔직히 기대신작 이라기 보다는, 친구를 돕기 위한 음악적 자폭에 가까운 한장이라고 말하는게 정확한 한장이다. 신작은 큰 공백을 가졌어도 언제든지 뛰어난 음악적 실력과 센스를 발휘했던 전작의 어마어마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허나 좋지 않은 배경 상황을 인지하고 신보를 평가 한다면 “굉장히 선방한 앨범” 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기도 하다. 분명 음악적 쇠퇴가 느껴지는 한장이다. 허나 그 쇠퇴의 폭이 12년만에 공백만큼은 아니라는 점은 정말 놀라우며, 이는 역으로 Hypercaffium Spazzinate 라는 앨범의 굉장한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그렇다. 전작과는 다른 느낌일 지언정, Descendents 는 이 앨범을 통해 “팝펑크 파이오니어이자 영원한 이 장르의 넘버원 랭크 밴드” 임을 또 한번 증명 해 낸 것이다. 더불어서 발매 해 준 것 만으로도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이 아저씨들은 50대라는 말이다. 이들은 96년작 Everything Sucks 앨범의 수록곡인 When I Get Old 라는 곡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이 먹고 TV 나 보면서 좋았던 옛날 이야기 하며 앉아 있고 싶지 않아. 난 그렇게 사라져 가고 싶지 않다고.” 라고 말이다. 말은 쉽다. 그걸 실천하긴 어렵다. Descendents 느 그걸 해냈다. 새 앨범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 앨범의 퀄리티는 분명 다소 아쉽다. 하지만 Hypercaffium Spazzinate 는 승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충분히, 그리도 다양이 담아낸 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Mike Villain
Victim Of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