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heaven – Our Is Chrome (Side One Dummy, 2015)

Superheaven – Our Is Chrome (Side One Dummy, 2015)

2008년 펜실배니아에서 결성하여 지금까지 3장의 EP 와 2장의 풀렝스를 낸 바 있는 신예급 밴드인 Superheaven. 이들의 첫 풀렝스 Jar (2013) 는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호평을 얻어 내지는 못했지만, 매우 광범위한 락 필드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 긴장감은 2번째 앨범이 나온 현재까지 유효 할 정도의 만만찮은 여운을 남겼었다. 그럴만 했다. 이들 Superheaven 은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얼터너티브 락의 진정한 참맛” 을 조용하게, 그리고 매우 강렬하게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Kurt Cobain 의 사망, 그런지 빅4 의 해체, 음악성 쇠락, 그런지 열풍에 숟가락을 얻는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밴드들 (= Stone Temple Pilots, Sponge) 보다도 수억배 속물적이었던 포스트 얼터너티브 세력의 대홍수, 메이저 레이블측의 도가 지나친 음반 팔이 행각으로 이제는 “옛날일” 이 되어 버렸던 그 “진짜” 얼터너티브 말이다. 그렇다. Superheaven 은 간단하게 말해서 제대로 된 정통 그런지/얼터너티브를 구사하는 팀이다. 상업성 쩔던 글램메탈 시대의 속물성 보다도 더 한 얼터너티브 사기꾼 (= Creed, Nickelback) 들이 아닌, “그런지” 로 대표되는, 하드락-펑크-헤비메탈의 참신한 믹스쳐를 보여주던 바로 그 언더그라운드 사운드 말이다. 90년대 초반의 혁명적이었던 그 바이브를 담아 낸 데뷔작은 Jar 는 Nirvana 의 등장만큼 화끈하게 타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부류의 음악팬 & 평론가 모두 차기작을 매우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2015년 신작이자 두번째 정규작 Ours Is Chrome 은 바로 그 기대감속에 등장한,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Black Sabbath-ism 과 일맥 상통하는 헤비함, 사이키델릭 하드락과 연결되는 퍼즈, 펑크 특유의 미니멀리즘, 록앤롤-하드록과 이어지는 전통성, 이 모든 특징들의 절묘한 믹스쳐, 놀라울 정도로 심플하다 못해 빈약한 연주 테크닉, 그에 비해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의 송라이팅 감각 & 캐치한 훅 보유 등등등… 꽤나 잊혀졌던 “그런지 시대의 엄청난 매력” 의 부활은 바로 Superheaven 의 미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데뷔 풀렝스 Jar 는 그것을 멋지게 담아 냈었다. 시애틀 빅4의 등장 만큼의 엄청난 아우라를 지닌 앨범은 아니었지만, 그런지/얼터너티브의 폭발적 성장기인 90년대 초중반의 열기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레벨을 지녔음에는 확실 했으며, 차기작을 매우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는 자연스레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대감과 우려감은 신작 Ours Is Chrome 에서 예상대로 표현되고 있다.

Ours Is Chrome 의 장점은 앞서 설명한 바 있는 그런지/얼터너티브 특유의 독특한 음악적 특징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이는 인상적이었던 전작 Jar 에서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지/얼터너티브 특유의 매니악한 음악적 코드의 강한 존재감, 그와 일맥상통 하면서도 대립하는 것이기도 한 대중적 코드의 강렬함, 그 두가지의 인상적인 믹스쳐-상승효과는 여전히 먹어준다. 하지만 신작은 그러한 장점만큼 단점도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오히려 단점이 더욱 크게 다가와 아쉬울 따름이다. 신작 Ours Is Chrome 은 대중적 코드를 크게 올리며 변화를 꾀했는데, 이러한 노력은 Superheaven 만이 지닌 “그런지 특유의 컬트한 매력” 을 꽤나 깎아 먹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단점이다” 라는 지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포스트 그런지 레벨의 지독한 상업 하드록 노선 까지는 아니겠지만, Ours Is Chrome 은 시애틀 빅4가 사라지고 나날히 (컨트리팝, 헤어메탈과 같은) 상업적 노선으로만 나아가던 그런지 몰락의 시기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호평적인 데뷔작 Jar 에서도 이러한 노선의 곡들이 꽤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한 멜로우함은 호평과 기대감의 원동력은 분명 아니었다. 90년대 초반의 그런지 열풍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지/얼터너티브의 본질을 다시금 깨닮게 만드는 역동적 에너지 트랙들이야 말로 Superheaven 을 기대주로 만들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데뷔작 Jar 는 Nirvana 의 와일드함, Pearl Jam 의 품위, Soundgarden 의 스케일, Alice In Chains 의 광기와 일맥상통하는 제대로 된 뭔가를 들려 줬다는 말이다. Ours Is Chrome 은 그것이 매우 부족하다. “아니올시다” 라는 기어코 꺼내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Ours Is Chrome 을 망작으로 낙인 찍고 싶지는 않기도 하다. 그런지 특유의 컬트한 코드가 너무 많이 빠졌고, “대중성” 이라는 코드가 “상업성” 이라는 코드로 변질되어 버린 인상이지만, 포스트 그런지 처럼 완전 망가지지 않았고, 그런지 시대의 대중적 꼼수적 밴드인 Tonic, Collective Soul 보다는 애티투드가 나은 인상의 결과물을 꽤 쏠쏠하게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Ours Is Chrome 그런지 특유의 매니악함과 대중성의 튜닝을 실수한, 그러한 앨범으로 보는것이 옳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너무 섣부르지 않았나 싶다. “그런지를 대중적으로 튜닝하되, 너무 과하지 않은 상업적 노선으로” 를 실천할 실력과 센스는 풀렝스 한장 낸 밴드가 달성 해 내리기엔 현실적으로 무리이지 않은가? 좀 더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할 시기로 사료된다. 본작은 이해 할 만한 실패작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또한 이 앨범의 실수로 인해 Superheaven 이라는 밴드를 얕잡아 보는 일만큼은 없기를 당부하고 싶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Jar 는 정말 굉장한 잠재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 주었으며, 심각하게 망가진 그런지/얼터너티브 특유의 의미를 다시금 만인에게 깨닮게 해 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만큼은 인정해 줘야만 하겠다. 여하간.. Superheaven 은 신작에서 실수룰 했고, 그것을 고쳐 나갈 잠재력은 있으며, 앞으로 지켜보면 될 것이다. 다음 작품이 나올 때까지, 명예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띄울 때 까지는 이 밴드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것은 일단 보류! 지금까지 나온 음반들을 들어보며 그때를 대비 하도록 하자.

- Mike Villain


Next To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