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No More – Sol Invictus (Reclamation/Ipecac Recordings, 2015)

Faith No More – Sol Invictus (Reclamation/Ipecac Recordings, 2015)

1998년, 밴드 이미지의 큰 축을 담당했던 보컬리스트 Mike Patton 은 밴드와 상의조차 하지 않고 매스컴을 통해 자신은 Faith No More 를 탈퇴 했다고 공표한다. FNM 은 내가 진정 원하는 음악적 프로젝트들을 알리기 위해 “이용” 했을 뿐이다 & FNM 에서 역겨운 락스타 놀음 하는거 참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라는 충격적 발언을 더하면서 말이다. 소위 말하는 “뒷통수” 였다. Mike Patton 의 탈퇴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FNM 은 그대로 해산을 선언했다. 당연스럽게 밀려드는 “한명 나갔다고 왜 해산했냐?” 라는 질문에 대해 나머지 멤버들은 Mike Patton 의 괴팍한 성격과 음악적 에고를 맞춰주며 밴드를 존속 시키느라 진절 머리가 났다는 투로 카운터를 날렸고, 음악적 핵을 담당했던 세 원년멤버 Mike Bordin, Roddy Bottum, Billy Gould 간의 거침 없는 감정표출 또한 뒤를 이었다. 헤비메탈의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꾼 밴드, 얼터너티브 음악 사조의 청사진을 제시한 밴드, 모든 종류의 모던 헤비니스 음악의 시발점이라는 극찬 뒤에는 당장 멱살잡고 싸울듯한 개판오분전 분위기가 존재했던 것이었다. 해산은 매우 당연스러운 것이었다. 원년 보컬리스트 Chuck Mosley 의 알콜중독으로 인한 개판 성격, 원년 기타리스트 Jim Martin 의 지나친 음악적 에고 + 그에 걸맞는 지랄맞은 성격, 그 둘만큼 아니었으나 Mr. Bungle 을 비롯한 아방가르드 헤비니스를 행하며 본색을 서서히 드러내다 통수를 치며 그 역시 만만찮음을 보여 준 바 있는 Mike Patton 까지…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그 거지같은 팀웍 속에서 나온 앨범들이 하나같이 뛰어났다는 점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다. 그렇게 Faith No More 는 1998년에 사라졌다.

해산 뒤에도 10여년간 지속적인 폭로전이 이어지며 도저히 재결성 할 수 없으리라 보였던 Faith No More 는 놀랍게도 2009년에 재결성을 공표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걸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에 이런저런 레이블 & 프로모터가 거액의 계약금을 걸면서 재결성을 몇차례 시도했으나, Mike Patton 의 (정당한) 깽판으로 재결성이 무산 된 바 있다는 점을 생각 해 본다면… 지금 이 밴드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믿기 힘들 정도다. 밴드가 지금도 유지되는 이유는 아마도 팬과 매스컴의 엄청난 반응 때문일 것이다. 2009년에 단발성으로 행하고자 했던 재결성 투어 The Second Coming Tour 는 2014년까지 5번을 연장 할 정도로 인기가 굉장히 좋았고, 그러한 반응이 5년간 지속되는 가운데 그들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간에 그동안의 감정의 앙금을 청산 한 듯 싶다. 어떻게 그걸 아냐고? “새 앨범을 만들지는 우리도 진짜로 모르겠다” 라고 일관하던 이들이 결국 새 앨범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려 18년만의 신보, Sol Invictus 다.

신작 Sol Invictus 는 “Faith No More 라는 밴드는 매 앨범마다 전작과 매우 차별되는 성향을 보여왔다” 라는 밴드 특유의 음악적 성향을 이해한 상태에서 바라봐도 매우 의아함이 강한 앨범이다. Faith No More 는 혁신성을 강조하되, 여럽지 않게 앨범 전체를 풀어가는 밴드다. 신작 Sol Invictus 는 그러한 대중성이 적고, 꽤 컬트/매니악한 코드로 앨범을 풀어간다. Faith No More 의 신작의 느낌보다는, Mike Patton 이 FNM 탈퇴 이후에 보여 주었던 기괴한 코드의 음악 여정과 이어지는 느낌이 매우 강하며, Mike Patton 의 기괴한 헤비니스 프로젝트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었던 Tomahawk 와 더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기도 하다. 고전 소울-오케스트레이션/챔버뮤직-재즈/헤비뮤직 퓨전-영화 스코어 음악이 주가 되는 모던 헤비니스를 선보이고 있고, 그것은 FNM 의 예전 음반들에서도 발견되는 것들이지만 생각보다 과하게 “Patton 특유의 기괴함” 으로 튜닝되어 되어서 표현되고 있다. 원년 멤버 3인이 Mike Patton 의 밴드 합류/재결성의 댓가로 음악적 실권을 내 주는 밀약이라도 했던것이 아닐까? 진실은 저 너머에…

그래도 일단 Sol Invictus 는 꽤나 괜찮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앨범 전체적 분위기가 Mike Patton 의 프로젝트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년 3인방 Mike Bordin, Roddy Bottum, Billy Gould 의 연주는 FNM 시절의 독특함을 보여주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 음악적 실권을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스팟라이트 만큼은 순순히 빼앗기지 않으려는 연주 테크닉/센스 발휘를 통해 FNM 의 음악적 커리어를 다시 한번 이어가려고 하고 있으며, 이러한 음악성 대립을 통해 신작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독특함을 선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래저래 덜컹 거리지만, 결국 뛰어난 결과로 마무리 되었던 FNM 의 과거작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운드적인 크게 특징은 다르나, 앨범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론만큼은 그대로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 되겠다.

밴드 재결성의 키를 주고 있는 Mike Patton 에게 음악적 실권을 넘겨주되, 타 멤버들의 음악적 어필 또한 강렬하게 표현하며 긴강넘치는 줄다리기식 앨범 제작으로 퀄리티를 꽤 괜찮게 유지하는 인상이긴 하지만… 새 앨범은 단점도 매우 확실하게 존재하며, 그 단점을 애써 외면하기는 매우 힘들다. 앨범 전체적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 각각의 곡들에서 멤버 개개인의 센스와 테크닉이 100%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애써 지우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Mike Patton 이 지휘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각자의 기량을 펼쳐 보이는데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곡 수만큼, 그렇지 못한 곡들 역시 꽤 많다. 그렇지 못한 곡들을 살펴보면 서로 융합되지 못한채 따로 하고픈것만 한다던지, 뛰어난 결과물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멤버간의 불화까지 나아가지 않기 위해 적당히 마무리한 느낌이 강하다던지… 부정적 측면의곡들이 꽤나 많다. 이러한 콩가루 팀웍/분위기는 만만찮게 거슬림을 유발하며, 앨범의 가치를 떨어 트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점을 그냥 넘어 갈 수 있을까? 답은 당연히 NO 되겠다.

Sol Invictus 는 FNM 의 음악적 에고의 격돌이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영 아닌 결과를 보여 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좋은 앨범이라고 평가 할 수 있으며, 생각보다 많이 별로인 앨범이라고도 평가 할 수 있기도 하다. 그 어떤 앨범들보다 “개개인이 해석하기 나름” 적 측면이 강한 앨범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1/3만 좋다” 로 말하고 싶다. 그 1/3 의 뛰어남이 아주 강렬하여 쓴 소리 하기엔 미안한 구석도 있음 또한 반드시 언급하고 싶기도 하다. FNM 은 덜컹 거리면서 가기로 작정 한 듯 싶다. 모든 리유니언은 “돈을 위해서” 가 아니던가? FNM 또한 그러한 부분이 강하다. 새 앨범은 적당한 수준이면 되었다. 그리고 Sol Invictus 는 적당한 수준은 된다. (실은 그보다 약간 더 괜찮다. 워낙에 개개인의 연주 실력/센스가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걸로 OK 아니던가? 이게 리얼리티인가? 씁쓸하구만.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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