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 Heavy Metal Is Back (지하노역장/Love Rock Company, 2015)

피해의식 – Heavy Metal Is Back (지하노역장/Love Rock Company, 2015)

남성적 언더그라운드 문화/음악의 대표주자였던 하드락/헤비메탈은 그동안 착실히 쌓아 온 팬 베이스를 통해 상업적으로 돈이 될 장르가 될 조짐을 보였고, 80년대 초반에 그 포커스를 잘 잡은 밴드들과 메이저 레코드 레이블들의 기획력을 통해 상업적 핵폭발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게 “상업적인 밴드들 위주로 터졌다” 라는 점, “날이 갈수록 상업적 기획력이 악용 되었다” 라는 점이었다. 나름 정통파였던 글램메탈은 스스로 헤비메탈 특유의 남성성을 거세하고 돈에 노예가 된 죽일놈이 되었다. 80년대에는 그랬다. 그건 다 옛 이야기다. 90년대 들어와 락 음악의 상업적 패러다임이 얼터너티브로 바뀌자, 글램메탈 비즈니스 제국은 단숨에 무너졌다. 글램메탈은 그렇게 한때의 유행가로 전락했다. 90년대에는 그랬다. 이것 또한 다 옛 이야기다. 2000-2010년대에도 글램메탈을 고집하던 베테랑들이 있었고, 글램메탈의 열기가 좀체 식지 않던 스칸디나비아를 중심으로 한 신예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글램메탈은 서서히 제대로 된 언더그라운드 컬쳐로 변화했다. 그 중심에는 글램메탈 특유의 음악색을 잘 살린 꽤 뛰어난 앨범들이 있었다. 유행이 한참 지났기에 상업적 버프를 전혀 받을 수 없었던 글램메탈은 냉정한 음악적 잣대 + 왕년의 안 좋은 이미지를 근간으로 한 디버프 효과속에서 고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베테랑 & 신예들의 쾌작 앨범들은 그러한 난관을 뚫고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야 말았다. (글램메탈을 테마로 한 자학개그로 뜬 감이 없진 않지만) Steel Panther 라는 메이저 빅힛트 밴드도 있고 말이다. 놀라운 점은 이 매니악한 흐름에 한국도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피해의식이라는 밴드 말이다.

Dark Mirror Ov Tragedy 의 기타리스트 손경호, 보컬을 담당하는 크로커다일의 2인조로 2013년에 결성, 베이시스트 스콜피온과 드러머 타란툴라를 받아 들이며 4인조 라인업으로 거듭 난 피해의식은 비주얼부터 음악까지 80년대 헤비메탈을 용감하게 구사하는 팀이다. 이래저래 음악적으로 답답한 국가 한국에서 락/메탈 음악 역사상 가장 요란 뻑쩍지근한 80 글램/헤비메탈을 구사한다는 것은 꽤나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으나 보컬리스트 크로커다일이 리드하는 “글램/헤비메탈의 극단적 희화화” (+ SNS 을 근간으로 한 컨셉질/어그로) 를 통한 강렬한 캐릭터성, 기타리스트 손경호가 책임지는 “제대로 된 헤비메탈 사운드 추구” 를 바탕으로 한 음악성, 이 두가지의 황금조화를 통해 의외로 국내에 빠르게 정착 하는데 성공했다. 단 한장의 싱글 앨범 Magic Finger (2013) 한장을 통해서 매우 빠르게 한국 인디음악씬 전반에 큰 주목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중요하고 말이다.

이들은 2015년 4월에 발표 된 첫 풀렝스 Heavy Metal Is Back 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피해의식이라는 밴드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앨범인데, 빠른 주목/성장세와 함께 딸려운 이런저런 의문감/의심의 눈초리를 좋던 싫던간에 수월하게 해결 해야만 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단 한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 한 밴드치고는 과한 포커스를 받았다는 점, 그 포커스의 원동력이 음악적 재능보다는 코믹한 개그 컨셉으로 인한것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점,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 하더라 하더라도 음악적인 부분의 의문부호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그러한 의문감을 해소 할 수 있는 모든것은 “러닝타임 및 곡수가 넉넉한 풀렝스 앨범” 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는 점이다. 남은 관건은 하나다. 요란 뻑쩍지근한 화제성에 상응하는 음악성 확보를 첫 앨범에 제대로 담아 내느냐는 것 말이다. 대답한 심플하다. “꽤나 괜찮다” 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이 된다.

Heavy Metal Is Back 은 2000년대 들어서 만만찮은 음악적 임팩트를 남긴 바 있으며, 지금도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글램메탈 리바이블의 정수를 담은 앨범이다. “월드와이드 레벨” 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음악적 비중보다 더 큰 비중을 지닌 메탈 마초 컨셉질에 의한 화제성에 대한 반감이라는 색안경을 적용하고 바라봐도 꽤나 뛰어난 앨범이다. 이 앨범은 글램 메탈 리바이블 보다는, 80 헤비메탈 리바이블로 불러야 할 정도로 꽤나 스펙트럼이 넒다. Poison, Ratt 로 대변되는 댄서블/파퓰러한 코드의 글램메탈이 팀 비주얼 컬러이고, 그러한 것도 꽤 멋지게 구사하며 앨범 전체적 분위기를 잡아가지만, Scorpion 와 같은 파퓰러함과 와일드함을 매우 잘 조화 시킨 스타일, Iron Maiden & Ozzy Osbourne 와 같은 정통 80 헤비메탈 또한 시원시원하게 구사 해 낸다. 클래식 헤비메탈 특유의 스트레이트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타이틀 넘버 Heavy Metal Is Back, 댄서블한 리듬을 강조한 파퓰러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곡 첩이라도 좋다는 네말에, 이 두곡을 체크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80년대 헤비메탈의 전체적 분위기를 다양하게 담았기에 앨범 전체적인 구색은 굉장히 다양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보유한 만큼 전체적인 흐름 및 흥미의 지속성 또한 좋다. 여기에 구사하는 장르에 비해 뛰어난 테크닉을 보여주는 기타리스트 손경호의 플레이가 더해져 더욱 더 좋은 인상을 더해간다는 점도 빠질수 없기도 하다.

Heavy Metal Is Back 은 오랫만에 만나는 매우 인상적인 한국 헤비메탈 데뷔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캐릭터 확실하고, 음악성 탄탄하고, 구색 다양하고, 글램메탈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제성 & 스타성도 만만찮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기는 캐릭터적 꼼수로 뜬 거 아니냐는 비아냥을 닥치게 만들 정도라는 점, 그것을 생각보다 빠른 시일내에 음악적 약점 거의 없이 해결 해 냈다는 점은 정말 인상적이다. 적당한 보완만 남은, 제대로 된 80 헤비메탈 리바이블 완전체가 아닌가 싶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은 멋진 밴드 되겠다. 코믹한 캐릭터만 과하게 부각되는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는 말도 꼭 남기도 싶다. 이들은 꽤나 제대로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국 음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외국의 그것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음악적 할당량을 채워 낸 적이 매우 드물다” 가 아니던가? 이들은 첫 앨범부터 그것을 해 냈다. 생각보다 매우 뛰어나게 말이다. 좀 더 진지하게 봐야하는 밴드라는 말을 남기고 싶으며, 차기작에서 밴드의 음악적 흥망성쇠를 다룰만하지 않을까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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