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used – Freedom (Epitaph, 2015)

Refused – Freedom (Epitaph, 2015)

이제는 펑크/하드코어 역사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을 정도로 대명사 된 스웨덴의 도시 우메오 (Umeå) 지만, 90년대 초중반에만 하더라도 이 도시는 세계의 펑크/하드코어 팬들을 매우 놀라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고도 혁신적인 펑크 무브먼트로 중무장한 도시였다. 반-세계기업화, 반-정부 권위주의, 베간 스트레이트 엣지가 합쳐진 강렬한 행동파 진보-좌파적 아이덴티티, 80년대 하드코어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90년대 하드코어의 음악 탐구자적인 아우라의 융합을 보여주는 강렬한 음악성을 통해 지금까지의 펑크/하드코어가 지닌 캐릭터를 모쉬핏 망나니에서 공격적 사운드를 구사하는 지적 사회 운동가로 바꾸어 놓았다. 공연 후 당연하다 싶이 벌어지는 대학 수업 레벨의 토론, 반-기업화 & 반-육식을 위한 이런저런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적 사회 운동도 이어졌고, 이를 목격한 미국의 이런저런 펑크/하드코어 유명한 인사들은 진정한 펑크 파라다이스라며 극찬을 날렸다. “라이프 스타일의 혁신성” 보다 더 뛰어난 “음악적 혁신성” 은 더욱 대박이었다. 하드코어 펑크의 한계를 통감하고 90년대 초부터 부지런히 사상적/사운드적 혁신을 감행 해 왔으며, 꽤나 놀라운 결론을 여럿 내 논 바 있던 미국 본토의 아티스트/레이블들 조차 경악 할 만큼의 혁신성을 지닌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들이 우메오에는 너무나도 많았다. 꽤 많은 아티스트들이 미국의 레이블과 계약하며 앨범이 발매 되었고, 미국에서도 적잖은 호평을 이끌어 냈다. 그렇게 우메오라는 스웨덴의 조그만 도시는 세계인의 펑크 명소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 우메오 하드코어의 유명세를 가장 많이, 가장 효과적으로 퍼트린 밴드는 Refused 다. This Just Might Be… The Truth (1994), Songs To Fan The Flames Of Discontent (1996) 두장이 “본격적 미국 진출이 아닌, 90 스웨덴 하드코어 펑크를 소개를 목적으로” 미국에 발매 되었지만, 그 반향은 꽤나 뜨거웠다. 80년대 하드코어 펑크가 지닌 강렬한 에너지, 그 80년대 하드코어 대명사들이 90년대 들어와 시도한 연주적/음악적 캐릭터 확보, 얼터너티브 메탈/재즈 퓨전/하드한 성향의 일렉트로닉스 뮤직 등 다양한 장르와의 믹스쳐 등 음악적인 캐릭터는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그건 예고편일 뿐이었다. 3번째 앨범이었던 The Shape Of Punk To Come (1998) 은 “역사의 한 페이지” 그 자체였다. 사상과 사운드 모두 진짜배기 하드코어 펑크의 극치를 보여 주었고, 매우 다양한 신/구 장르-스타일과의 퓨전을 통해 하드코어 펑크가 지닐 수 없었던 매우 컬러풀한 음악성으로도 완벽한 The Shape Of Punk To Come 는 펑크/하드코어 역사에 길이 남는 명반의 정도가 아닌, 90년대 음악 역사 전체를 따져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명반의 위치까지 나아갈 정도로 굉장한 한장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이 발표 될 당시엔 Refused 개박살이 난 상태였다. The Shape Of Punk To Come 제작 전부터 밴드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이 앨범 이전에 발표한 두장의 앨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뛰어났지만 밴드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고 (이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뒤 흔들만한 것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 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각 멤버들이 밴드 활동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만들 정도였다. 멤버간의 불화도 당연히 존재 했다. 밴드는 The Shape Of Punk To Come 제작을 통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었다. 허나 앨범 발매를 몇주 앞두고 올인 하듯이 행한 미국 투어는 최악의 결론들로만 가득했다. 미국 펑크씬의 반응은 저조했고, 설상가상으로 경찰들이 공연장에 들이 닥쳐 공연을 중지 하기까지 했다. 결국 상처는 곪아 터져 버렸다. 각 멤버는 투어 도중에 각자의 길을 떠나며 Refused 는 박살나기에 이르른다. The Shape Of Punk To Come 는 밴드의 파멸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매 되었고, 극단적인 호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 엄청난 사운드를 두고 왜 해산 했느냐, 재결성은 없느냐에 대한 음악 언론들의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밴드는 묵묵부답이었다. (The Shape Of Punk To Come 앨범 발매 당시의 최악의 상황은 2006년에 Refused Are Fucking Dead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써 발표, 적잖은 의문을 풀어 주기도 했다.) 보컬리스트 Dennis Lyxzén 는 새 밴드 The (International) Noise Conspiracy 를 결성하고 그 밴드에 매진, Refused 의 부활을 더욱 더 불투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Refused 의 전설은 확실하게 끝이 난 것 처럼 보였다. 2012년까지는 말이다.

2012년에 밴드는 (절대로 재결성 할 수 없는 분위기의 밴드를 자본력/협상력을 통해 재결성 해 내는 괴력을 발휘 해 내는) 유명 페스티벌 Coachella 에서 모습을 보였고, 그해 페스티벌 중심의 왕성한 재결성 라이브 활동을 통해 비운의 전설 Refused 의 한을 어느정도 푸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2-3년이 지났고, 그동안 밴드는 계속해서 “재결성은 계속 되는가?” 와 “새 앨범 계획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밴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고, 이는 결국 “본격적인 새 앨범 제작에 들어간다” 로 나아간다. 그리고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처리 되었다. 2015년 4월에 레이블과의 음반 계약, 프로듀서 선정, 본격 레코딩 착수에 들어갔고, 6월에 앨범이 발매 되었다. 7년만의 신작인 Freedom 은 그렇게 발표 되었다.

“오랫만의 신작 Freedom 은 전설의 레전드 명반 The Shape Of Punk To Come 의 위대함을 다시금,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앨범이다.” 로 간단히 정의된다. Refused 하면 생각나는 혁신적 펑크 사운드의 그것이 그대로, 제대로, 다시 담겼다.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직선미/에너지, 하드코어 펑크가 지닐 수 없었던 90 모던 헤비니스 그루브, 빈티지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지닌 개러지 락앤롤 센스, 뛰어난 리듬웍의 기타리프/멜로디/드럼 비트, 그 리듬웍에 교묘히 숨어서 독특한 음악적 개성을 발휘하는 재즈/프록/메탈적 연주 어프로치, 적절히 가미 된 일렉트로닉스, 클래식 코러스, 클래식 락적인 스케일 등, Refused 만의 그것 말이다.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거친 면모, 그 하드코어 펑크가 지닐 수 없었던 심오한 뮤지션쉽의 조화는 여전히 강렬하며, 하드코어 펑크적인 관점으로 봐도 뛰어나며 탈-하드코어 펑크적 관점으로 봐도 뛰어나다는 이들만의 강렬한 음악적 아이덴티티 역시 빠질 수 없다. The Shape Of Punk To Come 보다도 좀 더 디테일한 표현과 사운드 프로덕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이 앨범의 매력 요소이기도 하다. 70년대 포스트 펑크와 90-2000년대에도 왕성한 프로듀스 활동을 보여 준 Nick Launay 와 P!ink, Ke$sha, Maroon 5, Avril Lavingne, Britney Spears 와 같이 작업 한 바 있는 30세의 천재 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Shellback 의 작품인데…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단어로 간단히 정의되는 뛰어난 무언가를 들려준다. Refused 특유의 다양한 장르/스타일의 믹스를 뛰어나게, Refused 안의 각각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섬세하고도 확실하게 특징적으로 표현 해 내는 능력은 이 앨범의 숨겨진 장점 그 자체 되겠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다. 2개월만에 후딱 만들었기에 The Shape Of Punk To Come 만큼 모든 곡들이 완벽한 레벨만큼 잘 만들어지지 않은 느낌도 어느정도 존재하고 있고, 개러지 락앤롤 사용에 있어서 조금은 과하게 커머셜한 코드로 사용되어 Refused 만의 펑크 특유의 매니악함과 펑크답지 않은 음악적 뛰어남의 뛰어난 밸런스를 붕괴하는 느낌마저도 만든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그건 약간의 지적 요소로 귀결된다. 거슬리는 부분은 있지만, 2개월만에 만든것 치고는 The Shape Of Punk To Come 의 명성의 그것을 다시금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며, 조금 커머셜한 접근법을 사용하며 좀 아리까리한 결론을 내린 곡들이 존재하지만 “뛰어난 변화상”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멋진 결과물도 꽤나 강렬하기에 그러하다.

Freedom 은 아주 괜찮은 앨범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발매와 동시에 전설이 되었지만, 이미 밴드가 공중분해 된 상황에 있었던 The Shape Of Punk To Come 에서의 팬들의 아쉬운 감정을 해소 시켜 주는데 탁월하다는 점은 무엇보다 이 앨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Refused 의 왕년의 위대함 및 컴백에 걸맞는 새로움도 느낄 수 있다.” 라는 점에서 말이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왕년의 Refused 의 명성을 다시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적당한 달성량 정도가 아닌, 매우 강렬한 넘쳐 흐름으로 말이다. “올타임 레전드 밴드” 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서 90년대 중후반에 달성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이 이 앨범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한때 전설의 부활이 아닌, 앞으로 더 많은것을 보여 줄 밴드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라는 점이 이 앨범 Freedom 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Mike Villain


Elek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