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P. – Golgotha (Napalm, 2015)

W.A.S.P. – Golgotha (Napalm, 2015)

좀 유치함이 강한 면모가 있어 다들 우습게들 볼 지 모르겠지만, W.A.S.P. 라는 밴드의 앨범 커리어는 절대로 우습게 볼 수가 없는 저력 넘치는 밴드다. 폭력, 유혈, 음란함이 마구 날뛰던 천박 마쵸 헤어메탈 그 자체를 보여주며 “최악의 80 헤비메탈러” 라는 초기의 오명을 멋지게 뒤집는 한장, 헤어메탈의 한계가 극에 달했던 & 상업적 가치의 쇠퇴기에 발표되어 헤어메탈이라는 장르가 결코 만만한 장르가 아님을 보여 주었던 The Headless Children (1989) 가 그 저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한다. 그 앨범의 복제품 이었지만 괜찮은 스토리 라인을 자랑했던 The Crimson Idol (1992) 도 있었고, 인더스트리얼 메탈에 손대며 헤어메탈 밴드로써 가장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시도로 꽤 괜찮은 눈도장을 찍기도 했던 Kill Fuck Die (1997) 도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와 너도나도 해산하며 나가 떨어지던 80 메탈씬의 절망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이들은 양질의 앨범들을 발표하며 끈질지게 버텼다. 제2의 전성기를 알리다 못해 새 천년 시대에도 엄청난 생존력을 보여 줄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만드는 트릴로지 앨범들인 Helldorado (1999), Unholy Terror (2001), Dying For The World (2002) 가 뒤이어 발매 되었고, W.A.S.P. 는 한물간 구식 밴드에서 80년대 헤비메탈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는 진짜배기 밴드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그렇다. 이들은 유치한 밴드가 아닌, 생존력이 강한 진짜배기 밴드였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The Crimson Idol 의 후속작 개념인 The Neon God (2004) 시리즈 두장은 화제성에 비해 영 아니었으며, 뒤이어 나온 두장의 앨범인 Dominator (2007), Babylon (2009) 는 자신에게 내리는 사망진단 그 자체였었다. 새 앨범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자 밴드의 가치 또한 급하락 했다. “아직도 하는가?” 라는 안쓰러움과 비아냥이 공존되는 의견들만 반복하여 나올 뿐이었다. 6년만에 새 앨범이 나오는것도 이해가 간다. 더불어서 6년만에 신보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이미 4장이나 시원스레 망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왜 기대된단 말인가?

지난 4장의 앨범이 거의 “사망진단” 수준이었기에, 6년이라는 텀을 두고 발표되는 앨범이기에 신작 Golgotha 의 기대치는 거의 바닥을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Golgotha 는 다시한번 강한 밴드 W.A.S.P 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놀라운 부활의 현장 그 자체를 담고 있다. 타이트한 진짜배기 헤비메탈을 들려 준 바 있으며, 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W.A.S.P. 의 음악적 스타일의 근간이 되는 The Crimson Idol (1992) 과는 거리가 좀 있다. The Crimson Idol 의 헤비함, 타이트함, 진지함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음악적 스타일은 파퓰러/패셔너블한 글램메탈을 들려 준 바 있던 Inside The Electric Circus (1986) 에 좀 더 가까운 인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Inside The Electric Circus 에서의 파퓰러함을 전면적으로 추구하고, 그러한 스타일 추구에 있어서의 단점인 진지하지 못한 음악색을 The Crimson Idol 앨범에서의 노하우를 적절하게 응용하여 만든, 약간 고차원적인 재탕 앨범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과거의 행했던것을 살짝 응용만 했을 뿐일텐데 과연 좋을리가 있겠어?” 라며 딴지를 걸 것이다. 솔직히 이 앨범은 The Crimson Idol 보다 당연히 못하며, 90년대 후반에 발표되어 W.A.S.P. 라는 밴드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만든 Helldorado, Unholy Terror, Dying For The World 트릴로지 보다도 못하다. 하지만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이냐는 질문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음악적 페이스를 선보였던 앨범들에서 보여졌던 튼실한 송라이팅, A급은 아니어도 괜찮은 연주 라인, 80 헤비메탈 다운 패셔너블함, 헤어메탈 계열 밴드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헤비함과 음악적 무게감의 부여 등, W.A.S.P. 의 다양한 장점들이 골고루, 꽤 높은 수치로 다시금 살아났기 때문이다. 최근 4장의 앨범에서의 사망진단급의 음악성 하락은 쉬지 않고 계속 곡을 써 내렸던 리더 Blackie Lawless 의 한계봉착이 큰 원인이었는데, 이는 6년동안 푹 쉬면서 이는 꽤 괜찮게 회복 된 인상이다. 송라이팅이 살아나는 가운데, 최근 4장의 앨범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Blackie 의 파트너들의 백업” 이 드디어 제대로 이루어 졌는데, 이는 이 앨범 최고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W.A.S.P. 는 Blackie Lawless 가 모든걸 책임지는 밴드이기는 하다. 하지만 W.A.S.P. 는 “Blackie 는 꽤나 타 멤버들의 A급 백업을 받아 온 바 있다” 를 무시 할 수가 없기도 하다. 이는 매 앨범마다 멤버가 바뀌던 밴드의 상황에서도 늘 발휘되던 의외의 강점이었다. 최근 4장은 그게 없었다. 바뀐 멤버들은 Blackie 의 스타일을 잘 따라가지 못했고, 매우 저하 된 Blackie 의 작곡 능력과 발 맞추어 더욱 더 손발이 맞지않고 따로 노는 모습을 보여 주었었다. 신작 Golgotha 는 다르다. W.A.S.P. 의 진면목인 Blackie 의 리드와 나머지 멤버들의 멋진 백업이 다시금 되살아 나고 있다. 그것도 현재 새 라인업만의 적당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서 말이다. 이 역시 새 앨범의 장점으로 빠트려서는 곤란한 부분이기도 하다.

Golgotha 는 사망진단 그 자체였던 W.A.S.P. 가 다시금 신선한 밴드로 인식 되는데 부족함이 없게끔 만드는, 놀라운 설득력을 지닌 한장이다. 늘 고군분투하던, 진정한 의미의 커리어 하이를 보였던 90년대 그것만큼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W.A.S.P. 의 기나 긴 커리어에서 늘 한결같이 발견되던 튼실한 음반 커리어만큼은 확실하게 부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튼실한 커리어의 부활은 W.A.S.P. 라는 밴드를 다시금 신선하게 만들었고, 예전 앨범들을 좋게 들었던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이들의 신보를 주목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굉장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나의 음악 스타일의 유행이 지나 버리고 나서의 뮤지션, 활동 커리어가 긴 뮤지션, 그들은 노장이며 당연 주류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언더그라운드가 된 노장은 참 많다. 하지만 앨범이 늘 꾸준하게 새 앨범이 좋은 밴드와 아닌 밴드의 차이는 엄청나지 않던가? W.A.S.P. 의 신작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들려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극한의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지만, 청자들에게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큰 “하나의 예” 로써 말이다. 기량의 회복, 그 이상의 재미와 의미가 있는 한장이라 사료된다.

- Mike Villain


Sc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