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d – No Coast (Topshelf, 2014)

Braid – No Coast (Topshelf, 2014)

Braid 는 크게 될 밴드였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음악성도 뛰어났고, 혁신적이기도 했으며, 등장 시기도 얼터너티브가 각광받던 시기라 주목 받기도 수월 했으며, 주변에 비슷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 받은 주목도를 서로 나누는데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는데도 실패 했다는 말이다. 밴드는 “평단과 애호가들의 호평에 비해 상업적 성과의 부족” 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이것을 근간으로 한 밴드 내분으로 인해 1999에 해산했고, 그렇게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었다.

허나 이들은 그렇게 사라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밴드였다. 왜냐면 “Emo 라는 음악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밴드” 로 평가 해야만 할 정도로 만들어 낸 업적이 분명하고도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려 25곡이나 담아낸) 이들의 데뷔작 Frankie Welfare Boy Age 5 (1995) 는 한마디로 이정표와도 같은 앨범이었다. Fugazi 에서 비롯되는 하드코어의 엑스페리멘탈리즘화에 대한 계승, 프록의 서브 장르이자 기괴한 박자에 편집증적인 애착을 담은 매쓰락 (Mathrock) 의 펑크록에 대입, 이모코어의 또 다른 방향성 제시에 성공한 앨범이었기에 그러했다. 수는 적지만 90년대 초반 이모코어/이모가 프록 서브장르 (정확히는 매쓰락) 에 포함되게 만드는 몇 중요 밴드가 있는데, Braid 는 그 중 하나이자 대표적 아이콘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3번째 앨범인 Frame & Canvas (1998) 에서는 프록/매쓰락적인 코드를 대거 줄이고, 인디/기타팝적인 색채를 강하게 추구 했으며, 이는 90년대 중후반의 이모 음악의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인 “이모의 탈-프록/엑스페리멘탈리즘 & 본격 인디 엔터테인먼트 화” 의 이정표가 되었고 이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모라는 장르가 한 두 밴드로 정의 해서는 안 될 정도로 추구하는 바가 매우 다른 여러가지 서브 카데고리가 있는데, Braid 는 그 여러 카데고리를 넘나들며 이정표급 앨범을 낸 무서운 밴드였다는 결론까지 나아가는 행보였다. Frame & Canvas 를 기점으로 한 대중적 인기/주목도 꽤 괜찮았으며, 이들의 절친 밴드인 The Get Up Kids (같이 스플릿 앨범도 낸 바 있다) 의 메이저 필드에서의 강한 어필 성공으로 인해 부가적으로 받는 주목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허나 밴드는 커리어를 전개 해 나갈수록 상업적 성과는 미비했고, 오히려 재정적으로는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크게 될 찰나에 Finch 를 위시로 한 매우 강렬한 상업적 이모 록스타가 등장하며 이모라는 장르가 “틴에이져용 엔터테인먼트” 로 너무 강력하게 변화 하였고, 이 강렬함에 전혀 주목받지 못하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밴드 멤버들은 Braid 라는 밴드로의 활동을 접었다.

90년대말-2000년대 초반 재미진 일이 일어난다. “틴에이져용 엔터테인먼트” 로의 이모 음악이 빠르게 쇠퇴하자, 다시금 90년대 초중반의 “음악 탐구자적인 이모” 가 다시금 크고 작은 웹 세상에서 주목받게 된 것 말이다. 그 시기 이모 명반들에 대한 재조명, 크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뜨거웠던 재발매 요청과 재발매 후 피드백, 이와 이어지는 재결성 요청 등, 꽤나 본격적이었다. Braid 역시 그러한 요청을 받는 밴드들 중 하나였다. 2004년에 한정 기간 재결성 때문에 더더욱 그 열기는 강했으며, 결국 밴드는 재결성을 타진한다. “새 앨범을 제작/발표 합니다” 라는 뉴스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2014년 7월에 14년만의 신작인 No Coast 가 발표 되었다.

14년만의 신작 No Coast 는 이모라는 음악이 꽤나 매니악한 실험주의를 담고 있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듣기 편하고 즐기기 쉽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직” 으로의 소박한 소신을 담고 있던 이모 황금기 90년대 초중반의 그 바이브를 그대로 이어 나가는 앨범이다. 그와 동시에 Braid 가 지닌 “실험주의적 매쓰락” 과 “인디 엔터테인먼트형 기타팝” 밴드로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허나 기타팝적인 무게가 좀 더 강한 앨범이기도 하며, “Frame & Canvas 의 연장선” 이라고 단언해도 될 대중적 기타팝이 전면적으로 부각 되는것이 신작의 특징이기도 하다. 매우 심플하고 파퓰러한 구성, 적당한 흐름과 깔끔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라인 위주의 전개, 그러하나 그 안에 들어있는 반-메인스트림/언더그라운드 뮤직적인 소박함이 들어있는 이모 기타팝의 매력은 십분 발휘되며 이 앨범의 중심축이 된다. 여기에 매쓰락 특유의 강한 존재감의 기괴한 실험주의가 첨부, 만만치가 않은 음악적 깊이를 창출 해 낸다. 모든 곡들이 매우 캐치하고 선이 뚜렷한 멜로디 라인이 강하게 흘러 가지만, 그 멜로디라인 제조 안에 들어있는 매쓰락 특유의 전형적이지 않은 기괴하고 추상적인 리프-멜로디-리듬 센스의 돌발적인 부분의 확실한 존재감은 꽤 섬칫 놀랄만할 정도로 센스가 있고, 깊이도 있다. 그리고 절대 대중적 스타일로 변화가 힘든 매쓰락과 같은 장르를 이모-기타팝으로 혹은 이모-기타팝과의 혼합물로써 수월하게 섞어내고 (혹은 어레인지 해 내고) 있는데, 섞일수가 없는 & 섞이던 예가 없었기에 이 앨범 No Coast 에서의 “이모 서브장르 토탈 패키화” 는 앨범의 가장 무서운 장점이라고 단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응용을 90년의 그것과는 다르게, 2014년에 어울리게 좀 더 모던하게 매만진 부분도 빼 놓을수가 없다. 은근히 힙스터 취향화 된 사운드의 질감 역시 이 앨범의 소소한 특징으로 꽤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소박한 펑크 너드 시절의 모습보다, 인디 록 지니어스적 색채가 은근 강하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의 재미이자 장점 되겠다.

Braid 의 오랜만의 신작 No Coast 는 “컴백 앨범” 으로 100점, “신작 앨범” 으로 200점의 위용을 보여주는 앨범이라 평 할 수 있겠다. 자신들의 다양한 과거를 모두 보여주었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특징들을 다양하게 구비 해 두고 있기에 그러하다. 90년대 이모를 계승하되, 그 스타일을 근간으로 새로운 음악적 갱신을 해 나가며 또 한번의 상승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모 음악의 조용한 열기에 어울리는 작품이라 평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밴드들의 대부분이 신예급이라는 점, 90년대 초중반의 아이콘들이 컴백하기는 했지마 새로운 작품의 릴리즈가 거의 없었다는 점, 하지만 Braid 는 새 앨범도 냈으며 신예들만큼 번뜩이는 때때로 능가하는 모습도 꽤 많이 남겼다는 부분에서 No Coast 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간다. “이모 리바이블 시대에 원조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실력발휘” 의 넘버원 레코드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No Coast 는 이모 리바이벌 시대에 또 하나의 “이정표” 를 남긴 것이다. 이모 음악 역사에 3개째나 그 이정표를 남긴 이 밴드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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