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la – Simplicity (Frontiers, 2014)

Tesla – Simplicity (Frontiers, 2014)

소위 “글램메탈” 이라고 카데고리화 되는 80 락앤롤/하드락 장르는 상업성에만 치중하고, 음악적 부분을 소홀히 하며 락 음악의 음악적 업적에 누를 끼치는 존재들로써 아직도 고정관념화 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서 제대로 해 보려는 움직임과 꽤 뛰어난 상업적/음악적 성과도 내리며 “내부 정화” 에 성공한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얼터너티브/그런지 태풍에 날라가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았을 뿐!) “Guns N Roses 의 데뷔작 Appetite For Destruction. 끗.” 이렇게 말해도 되기는 하지만, 락앤롤/하드락의 멀고도 가까운 친구들인 펑크/하드코어를 꽤 잘 이용한 밴드들의 등장이라던지, 고전 락앤롤/하드락에 대한 본격 재탐구에 의한 밴드들의 등장이라던지, 테크노/인더스트리얼/고쓰 등 수많은 장르와의 믹스쳐를 통해 “사운드적 실험” 을 행하는 밴드들의 등장이라던지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시간과 공을 들여서 이야기를 해야 할 정도라는 말이다.

Tesla 역시 그러한 밴드들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는 “80 락 발라드 명곡 Love Song 의 주인공” 으로 도매금 처리되고 말지만, 고전 락앤롤-서든락-하드락이 지닌 “사운드적 리바이블” 은 물론이오, 고전이 지닌 음악적 깊이까지도 제대로 리바이블 해 낸 매우 뛰어난 밴드로써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한 실력파 밴드가 Tesla 의 진정한 정체다. 그리고 그렇게 평가를 끝내서도 안되는 밴드이기도 하다. Tesla 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80 락앤롤/하드락 아이콘들의 2000년대 재도약의 선봉장” 이라는 평가를 반드시 덧붙여야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대 음반 활동이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90년대 발 그런지 태풍” 을 견뎌내지 못하고 1996년에 해산 했지만 2000년에 재결성, 두장의 정규작과 두장의 커버 앨범을 내 놓은 바 있는데, 이 4장은 간단히 말해서 “굉장하다!” 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쾌작 그 자체였다. 두 정규작 Into The Now (2004) 과 Forever More (2008) 는 고전 하드락/락앤롤 탐구 & 그 시대에 걸맞는 음악적/대중적 어레인지의 수월함을 다시금 보여 주었고, 이는 수많은 동년배 밴드들이 이도저도 아닌 탈-하드락 사운드에서 우왕좌왕 거림과는 다른, 제대로 된 형님 리더쉽 그 자체를 보여주며 꽤나 다양한 락/메탈 평론가 & 매니아들을 놀라게 만들었었다. Poison, Motley Crue, Bon Jovi 등 수많은 80년대 밴드들의 컴백 활동이 있었고, 그들이 좀 더 상업적으로 강했지만 (=추억팔이 투어 수익), Tesla 는 앨범이라는 포맷을 통해 그 어떤 인기 밴드들보다도 음악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점했던 것이다. 여기에 재기하는 입장의 Tesla 의 명성과 인기를 은근히 빠르게 회복 시켜 준 두장의 커버 앨범 Real To Reel Vol. 1-2 (2007) 의 강렬한 인상도 빠질수가 없었다. 간단히 말해서 Tesla 는 2000-2010년대에 80 락앤롤/헤비메탈 밴드들의 추억팔이 행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제2의 전성기” 혹은 “커리어 하이” 를 기록하고 있는 진정한 아메리카 락앤롤/하드락의 아이콘인 것이다. 놀라우리만큼의 쾌진격속에 발표되는 2014년 신작 Simplicity 의 등장 역시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물건이 아닐까? 들여다보자.

Tesla 의 2014년 신작이자 통산 7번째 앨범인 Simplicity 는 소위 “2000년대 Tesla 사운드” 로 대표되는 스타일에서 크게 변화함은 없는 앨범이다. 허나 큰 변화는 없다는 이야기를 음악성의 부재로 이해하면 매우 곤란한 앨범이기도 하다. Tesla 는 80년대나, 2000년대나 변함없이 “고전 락앤롤/하드락에 대한 탐구와 시대상에 맞는 어레인지” 를 매우 출중하게 해 온 바 있고, 2000년대 들어와서의 앨범 활동은 경이로울 정도로 쾌조이기에 그러하다. 서던락 계열의 하드락을 뿌리로 한 끈적임, 심플한 구성이지만 여러모로 테크니컬한 연주/보컬파트의 튼실함, 락 음악에 대한 혁신이 어쩌고 변화상이 저쩌고와 같은 타령을 간단히 붕괴 시켜 버리는 수려한 멜로디라인의 대중적 마력 등 여전한 Tesla 만의 마법이 또 한번 빛을 발한다. 빈티지한 컨트리 & 블루스, 업템포 하드 락앤롤/하드락, 어쿠스틱 발라드 등 Tesla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자연스레 펼쳐지면서 말이다. 60년대부터 충분히 경험한 락앤롤/하드락 사운드 코드들의 재배열은 놀랍게도 진부함이 발생되지 않는다. “스타일은 고정적이되 곡들의 퀄리티를 올려 신보다운 신선함을 강조, 진부함을 철저히 없앰” 을 앨범 전체에 매우 성실하게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고정적으로, 품질은 높게, 그렇게 신보다운 신선함을 보여줌” 으로 인해 이 앨범이 음악적으로 정체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또 한번 보여 주는것 역시 이 앨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신작은 두 전작 Into The Now (2004) 과 Forever More (2008) 에서 보여준 “시대 적응성의 미학” 이라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장점 어린 특징을 이어간다. Tesla 가 80년대에도 6-70년대 음악을 하지만, 꽤 80년대에 대중적으로 어필 할 만한 어레인지 감각을 뽐냈다는 점을 캐치 한 바 있다면 신보에서의 “시대 적응성의 미학” 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 스타일은 고전 사운드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지만, 프로덕션에 있어서는 2000년대의 다양한 락 음악과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모던한 에니저의 톤을 지니고 있는것이 2000년대 Tesla 앨범의 특징이었는데, 본작은 그 부분에 대한 어필이 좀 더 강해졌다. 밴드는 새 앨범을 녹음하며 레코딩 프로그램 같은것 없이 올드한 스타일로 작업했다고 했지만, (이들이 직접 담당한) 프로덕션에서 느껴지는 모던한 톤은 요즘 올드 락커들의 앨범에서 발견되는 “스타일은 그대로이되 사운드는 좀 더 힘있고 젊게” 라는 장점과 일맥상통하는 그것을 들려준다. 그와 동시에, 모범이 되는 사례이기도 할 정도로 퀄리티가 남다른 면모도 보여준다는 점 역시 쉽게 지나 칠 수 없는 이 앨범의 장점이자 미덕 되겠다. 그리고 모던한 사운드 톤에 맞춰서 Tesla 가 지닌 사운드적 특징을 슬쩍 슬쩍 요즘 스타일로 고치고, 자신들의 꽤 많은 나이대에 걸맞게 어레인지를 시키며 만들어 내는 사운드적 특성 또한 꽤나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며 앨범의 흥미를 더해 간다는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기도 하다.

Simplicity 는 간단히 말해서 아메리칸 하드락의 과거와 현재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변함없는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인해 만들어지는 정통파다운 깊이의 심오함, 그것을 2014년이라는 시대에 완벽한 모습으로 근사하게 존재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에서 그러하다. 하드락 베테랑이 자신의 음악 인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2014년이라는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험난한 바닥에서 경쟁력 있는 음악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단한 적응 능력을 보여주는 이 앨범은 “이들 최고의 순간” 이라고 평을 하게끔 만든다. 듣기 좋은 음악을 잘 만들어 내는 밴드로의 위용뿐만 아니라, 장르나 씬을 떠나 절대적인 롤 모델로써의 역활을 해 내는 밴드로의 위용까지도 보여준다. 음악을 넘어선 밴드 인생의 참고서, 그것이 이들의 신작 Simplicity 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운드를 즐긴다” 를 넘어선, “뛰어난 밴드 커리어 제조 방식을 즐긴다” 말이다.

- Mike Villain


So Div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