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venhand – Refractory Obdurate (Deathwish INC., 2014)

Wovenhand – Refractory Obdurate (Deathwish INC., 2014)

최근 몇년간 “언홀리/사타닉한 분위기를 공통분모로 한 장르 대통합” 을 통해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크러스트 펑크, 둠/슬럿지/스토너, 블랙메탈, 그라인드코어,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사운드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각기 다른 문화원들이 뭉치는 기현상이 일어났으며, 이제는 위에 열거한 장르들이 뒤섞인 상황은 매우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또 하나의 장르가 동참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장르는 “포크” 와 “컨트리” 이다. Neurosis 가 A Sun That Never Sets (2001) 통해서 스토너/슬럿지에 포크와 컨트리가 본격적으로 침투 하였음을 제대로 보여 주었고, 이 밴드의 음악적 핵심 인물들인 Scott Kelly 와 Steve Von Till 역시 포크를 기반으로 한 솔로작들을 발표했다는 점, 이러한 슬럿지/스토너 아이콘 밴드들의 브레인들이 모여 Townes Van Zandt 의 트리뷰트 기획 앨범을 2장이나 발표 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포크와 컨트리의 “언홀리/사타닉 사운드 대통합에 동참” 은 어느정도 예견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방이라 불릴만한 아티스트나 앨범이 터지지 않아 아직은 크게 다가오지 않을 뿐이지만, “스토너 포크” 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로 또 하나의 서브 장르화적인 움직임은 만만치 않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속에 조용히 발표되어 적잖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밴드/음반이 한장 있는데, 바로 Wovenhand 라는 밴드의 Refractory Obdurate 라는 앨범이다.

Wovenhand 는 2001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결성, 고전 포크/컨트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던한 시도를 하는 팀이다. 7-80년대에 있었던 컨트리 팝적인 대중적/팝스타적 색채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고전 컨트리를 기반으로 아티스트한 면모를 극대화 시킨 Johnny Cash 의 American Recordings 시리즈와 일맥상통하는 정통성 추구 & 무게감 있는 혁신화를 노리는 음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포크/컨트리로 간단히 설명 할 수 있지만, 90-2000년대 얼트 컨트리, 네오포크, 포스트락, 펑크락, 포스트 하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적 특색을 지니고 있는 팔색조 같은 팀이며 Johnny Cash, Bonnie ‘Prince’ Billy, The Sparklehorse, Wilco, Neurosis, Nate Hall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일맥 상통하는,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전혀 닮지 않은 엄청난 음악적 개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고전 컨트리의 얼터너티브화를 시도하던 16 Horsepower 이라는 밴드의 활동 중단으로 인해 밴드의 메인맨이었던 David Eugene Edwards 가 임시 프로젝트로 시작한 밴드였지만,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총 7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이제는 메인 밴드가 되어 버린 상황에 놓인 밴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7번째 앨범이자 2014년 신작인 Refractory Obdurate 는 무려 Deathwish INC. 를 통해서 발표 되었다. 그렇다. 사타틱/언홀리한 느낌을 지닌, 각기 다른 수많은 개성어린 밴드들이 즐비한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 인 Deathwish INC. 말이다.

이들의 신작 Refractory Obdurate 는 간단히 설명해서 “포크/컨트리 음악이 언홀리/사타닉한 바이브를 지닌 메탈/하드코어씬에 얼마나 멋드러지고 영악하게 침투하고 어우러지는가” 에 대한 모범답안과도 같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평은 그저 이 앨범이 Deathwish INC. 에서 발표 되었다는 사실 이상의 음악적 유니크함이 있다는 의미다. Wovenhand 의 기본적 틀은 “팝 컨트리와는 상관없는 & 그 이전의 고전 포크/컨트리 + 포스트락 혹은 앰비언트 뮤직적인 프로덕션으로의 변화 & 그에 합당한 모던한 음악으로의 변화상” 이다. 고전 포크/컨트리의 심플한 악기 구성과 솔직 담백한 연주/보컬라인 전개, 묵직한 음악적/분위기적 무게감 부여, 이를 극단적으로 증폭 시키는 프로덕션으로 앨범 전체를 풀어간다. Johnny Cash 의 American Recordings 시절의 그것을 빼다 박은 장중한 포크/컨트리의 무게감은 일품이며, 그와는 반대되는 느낌의 업템포의 혹은 박진감 넘치는 연주의 첨부, 이러한 무게감과 박진감을 극단적으로 증폭 시키는 포스트락 + 엠비언트 뮤직적인 코드의 할로우한 프로덕션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Johnny Cash 가 펑크락과 포스트락을 섭렵하면 나올법한, 혹은 Nick Cave 가 미국 시골 태생이었다면 나올법한, Neil Young 이 2000년대 펑크 or 인디락 키즈였다면 나올법한 사운드라고나 할까? 올드한 포크/컨트리의 참맛과 그 장르가 절대로 가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다양한 장르-연주-프로덕션적의 이질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융합은 감탄 할 만 하다. 특히 사운드 프로덕션의 질감은 감탄의 중심이 되는데, 고전 포크/컨트리 특유의 심플하다 못해 심심한 연주가 포스트락이나 엠비언트 뮤직이 지닌 에코빨 짙은 공간감으로 증폭되고, Wovenhand 만의 장중한 분위기와 맞물려 돌아가며 만들어지는 아우라는 매우 유니크하며 임팩트하다.

Refractory Obdurate 는 꽤나 낮설은, 그러면서도 꽤나 흥미로운 앨범 되겠다. 포크/컨트리의 과거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와 그것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아티스틱한 무게감으로 만들어 내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펑크, 포스트락, 하드락/메탈 등 다양한 장르와 일맥 상통하는 음악적 링크 구축, 그러면서도 그 어떤 장르와도 전혀 닮지 않은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 완벽 창출을 통해 단번에 이해하기는 힘들지언정 이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참구하고 기대를 하게 만드는 마력을 청자에게 전해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와 별개로 만들어지는 “포크/컨트리의 사타닉/언홀리 대통합 흐름에 참여” 도 의미가 깊다. 사타닉/언홀리적인 과격함까지는 나아가지는 않지만,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음울한 정서와 거대한 아티스틱한 면모는 메탈이나 펑크의 장르적 특성과 파장이 맞아 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동조감은 불경스러운 헤비니스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새로운 포크/컨트리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을 충분히 제공한다. 지금까지의 예가 메탈씬의 유명 인사의 포크/컨트리에 대한 접근과 애정표출 이었다면, 이번엔 포크/컨트리씬의 메탈/하드코어 친화적이면서도 자신들의 장르적 프라이드에 매우 충실한 접근인데, 이 역시 이 앨범의 유니크한 재미로 쏠쏠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솔직히 완벽한 한장은 아니지만, Deathwish INC. 의 사이드 프로젝트적인 릴리즈이지만, 앞으로 분명히 제대로 터질 포크/컨트리의 사타닉/언홀리화를 논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고도 독특한 한장으로의 위력은 충분히 발휘하는 그런 앨범 되겠다. 혹시 또 누가 아는가? 이들이 그 흐름을 귀결 시킬지? 물론 그러한 기대감 역시 충분히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특정 음악 장르와 문화권의 믹스쳐에 관심이 많다면, 이 낮설고도 매력적인 믹스쳐에 대한 경험을 추천하는 바이다.

- Mike Villain


H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