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diria – While They Were Sleeping (Metal Blade, 2016)
그들의 준 메이저 무대 데뷔이자 메인스트림 급으로 올라서기 위한 승부처였던 4번째 앨범 300 Percent Density (2001) 가 노력만큼 결실을 맺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Candiria 는 Meshuggah 와 같은 급진적 퓨전 헤비니스 밴드로의 위치를 확보 해 내고도 남았을거라고 본인은 장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거장의 위치에 도달치 못했다. 매우 혁신적인 헤비니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에 비해 자신들의 재능이 부족해서? 그런게 절대 아니었다. 매우 운 나쁜 사고가 그들의 음악 커리어를 송두리채 붕괴 시켰기 때문이었다. 앨범 발표와 동시에 행했던 전미 투어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자신들의 투어 밴 추돌사고” 를 만나버린 밴드는 매우 훌륭하고 독특한 자신들의 음악 여정을 널리 알릴 확실한 기회를 완벽히 박탈 당해 버렸다. (목숨을 부지 한 것 만으로도 다행인 초대형 사고였다.)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조금 과하게 커머셜한 뉴메탈 코드로 만든 차기작인 What Doesn’t Kill You… (2004) 는 대중을 끌어 들이기는 커녕 남아 있던 기존 팬마저 떠나게 되는 최악의 결론을 맞이하기도 했다. 멤버들도 하나 둘 탈퇴하여 라인업 마저 붕괴 되었으며, 쉽게 복구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게 Candiria 는 무너져 버렸다. 이는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들이 그때까지 발표한 6장의 앨범들을 통해 들려 준 9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와 오랜 전통의 퓨전 재즈와의 기괴하고도 매력적인, 그리고 완벽한 믹스쳐는 지금 들어도 너무나도 굉장했던 것이기에 말이다. 수많은 평론가, 레이블 관계자, 동료 밴드들, 헤비니스 음악 애호가들로 부터 2000년대 최고의 밴드가 될 것이라는 평을 들었던 Candiria, 그들이 최종적으로 얻은것은 “2000년대 최고의 평가절하 헤비니스 밴드” 라는 비극적인 타이틀 뿐이었다.
비극적 사고, 앨범의 실패, 멤버들의 잇단 탈퇴로 인한 라인업 붕괴가 있었지만 남은 두 멤버 보컬 Carley Coma, 기타 John LaMacchia 는 해산 발표만큼은 하지 않았다. 과거 앨범들을 통해 부가적 요소로 십분 활용했던 엠비언트/일렉트로닉스 장르를 집중 디깅한 이색 앨범인 Kiss The Lie (2009) 로 생존을 알렸으며 (과거 커리어와 너무 달라 이 또한 거의 묻혀 버리긴 했다…), 더 이상 밴드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재기를 준비중에 있다” 를 공공연히 밝히며 그 끈을 놓지 않았다. 허나 너무나 길게 지체 되었다. 재기하기 위한 확실한 움직임은 거의 없었고, 그렇게 10년을 허무하게 보냈다. Candiria 는 밴드는 그렇게 서서히 사라져 가던 모양새였다. 허나 2014년 부터 모든것들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밴드는 다시 밴드 라인업을 갖추었음을 알렸고, 2014년에 EP Invaders 의 발표, 본격적인 컴백 앨범 제작 알림, Metal Blade 와의 계약 등 굵직굵직한 활동 내역을 다시금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 7년만의 새 풀렝스 앨범 While They Were Sleeping 을 들고 돌아왔다.
정말 오랫만에 발표되는 앨범인 While They Were Sleeping 은 꽤나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한장이다. 이들이 90-2000년대 들려 준 바 있었던 하드코어와 퓨전 재즈라는 두 극과극적인 장르들의 완벽/신박함의 믹스쳐는 지금 관점에도 굉장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걱정도 꽤 되는 한장이기도 하다. “그때 그 멤버들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 타 멤버가 하면 당연히 안 나올 모양새의” 음악이 이들의 스타일이기도 하니까… 그래서인가? 밴드는 과거 앨범들에서 보여 준 다양한 하드코어 & 재즈 퓨전 공식들을 조심스레 재활용 하고 있다. 허나 나쁜 모양새는 절대 아니다. 밴드는 과거에 보여 주었던것들을 매우 세심하게 갈고 닦는 초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Mesguhhah 스타일” 로 적당히 표현이 가능한 무미건조한 변박 리듬 커팅 사용과 자신들만의 개성을 더한 이들만의 하드코어 & 퓨전 재즈 공식과 개성 창출은 복습 혹은 재탕을 하여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이다. 그것이 뼈대가 되어 기존에 발표한 다양한 앨범들의 특징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 놓는다. 가장 비틀어진 센스를 자랑했던 300 Percent Density 의 기괴함, What Doesn’t Kill You… 시절의 헤비 팝락적인 요소의 캐치함, 매 앨범마다 적당히 사용한 랩/힙합/엠비언트/일렉트로닉스/노이즈적인 요소의 적절한 가미 등등… 그런 Candiria 만의 것들 말이다. 스타일 상 극과극 이었던 300 Percent Density 와 What Doesn’t Kill You… 의 기괴함과 친근함의 기막힌 융합과 공존도 보여준다는 이 앨범만의 특징이자 장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파격의 극치를 보여준 지난 커리어에 비해 이 앨범에서의 움직임은 조금 과하게 조심스러운 인상이다. 그럴만도 하다. 매 앨범마다 새 앨범다운 변화상, 자신들만의 스타일의 깊어짐에 대해 매우 과감했던게 Candiria 의 과거 커리어의 특징이긴 했지만, 그 앨범마다의 진취성을 새로운 라인업으로 1년 남짓한 레코딩 시간에 담는다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가? 밴드는 과거 앨범들의 공식들을 하나하나 다시 깨내서 좀 더 세련되게 갈고 닦는 자아수련 및 팀웍 훈련을 새 앨범 레코딩에 행했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더하고, 과거 앨범들에서의 부족함을 보완 해 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While They Were Sleeping 의 최종적인 인상은 매우 복잡미묘하다. 하드코어와 퓨전재즈라는 각기 다르 장르를 그럴싸하게 융합 해 내는 능력에서 오는 기괴함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것들을 신나게 재탕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것들보다도 더욱 세련되고 깊이 있는 양질의 결과물이, 과거의 진화곡선과는 다른 방향의 성장세가 기록 되었기 때문이다. 새 라인업 또한 과거만큼 강렬하다는 인상을 남긴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고 말이다. While They Were Sleeping 는 “그저 수긍 할 만한 재탕” 이 확실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정말 미묘하고 기괴하고 신박한 앨범 되겠다. 과거에 정당히 평가받지 못한 한을 푸는가 하는 어쩌고를 논할 물건 또한 아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기괴하고 신박하게 변화 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앨범인 것이다. 컴백 또한 Candiria 답다고나 할까? 아주 멋진 컴백이자 뉴 앨범이며, 무엇보다 그 어떤 앨범보다 강렬한 존재감이 들어있다. 컴백이란 단어를 쓰는데 주의해야 하지 않나 하난 자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While They Were Slee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