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Chains – The Devil Put Dinosaurs Here (Capital, 2013)
Alice In Chains 는 그런지 빅4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거론되는 밴드지만, 그런지 빅4가 재결성에 들어간 후로는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옳을 정도로 가장 페이스가 좋은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재결성 후 첫 앨범인Black Gives Way To Blue (2009) 이전부터 드러 났는데, 재결성 후 전개한 라이브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유난히도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Jerry Cantrell 의 헤비 기타의 강렬함, 의외로 보일 지 모르지만 그의 또 다른 장점으로 충분히 자리잡은 서브 보컬리스트로의 역량은 온갖 혁신적인 헤비 뮤직이 판치는 2000년대에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은 여전했고, 새로운 보컬리스트William DuVall 역시 대체자가 절대로 없을것만 같았던Layne Staley 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있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균점/합격점 이상의 대단함을 보여 준 것도 사실이었다. 라이브에서의 완벽함과 그로 인한 호평으로 인해 밴드는 새 앨범에 대한 욕심을 가졌고, 그렇게 탄생 된 4번째 정규작이자 재결성 앨범Black Gives Way To Blue 는 왕년의 바이브를 잘 살려내는 동시에, 2000년대식 Alice In Chains 만의 색채를 합격점 이상을 제공하며 그런지 빅4 중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올해 2013년에 발표되는 신작The Devil Put Dinosaurs Here 은 바로 그 활기찬 페이스를 제대로 이어가려는 야심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신작The Devil Put Dinosaurs Here 은 전작Black Gives Way To Blue 의 확장판이다. 왕년의 Alice In Chains 를 부활 시키는 가운데, 2000년대라는 헤비 음악씬의 춘추전국 시대에도 어필 할 수 있는 헤비함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과 결실을 또 한번 시도한다. 일단 밑그림은 아주 잘 그려진 편이다. Dirt (1992) 앨범에서의 그들만의 기본 텍스쳐, Alice In Chains (1995) 에서의 슬럿지 메탈, 사이키델릭 하드락 & 약물 음악적인 컬트함을 모두 시도하고 있으며, 뛰어난 밸런스로 믹스를 해내며 청자로 하여금 “Alice In Chains 의 모든것을 담았다” 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Black Gives Way To Blue 에서의 남다른 스케일 지향적 구성의 임팩트함이 다소 많이 줄어서 의아함과 아쉬움은 남지만, 확실히 Alice In Chains 만의 헤비함, 미국적 코드의 메탈적 헤비함으로의 어레인지, 얼터너티브와 메탈의 긍정적 절충선 확보, 다양한 약물 헤비 사운드와의 접점으로 인한 재미진 컬트함 등 밴드의 모든 장점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쾌작” 으로 부르기에는 많이 꺼림직 한것도 사실이다. 올드스쿨 그런지의 모든것과 그 카데고리를 탈피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의 모든것을 구사하고 괜찮은 레벨로 밸런싱을 시키고 있지만, 작곡 퀄리티가 그러한 음악적 시도를 전혀 받쳐주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스타일, 똑같은 템포, 똑같은 구성으로 일관한다. 지금까지의 모든것을 구사하고, 일전 앨범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느낌을 적절히 보여주고는 있지만 트랙들이 하나하나 전개 되면서 느는것은 놀라울 정도의 지루함이다. Alice In Chains 역사상 가장 재미없는 앨범인 동시에, 이를 넘어서 앞서서 말한 “재결성 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는 빅4 밴드는 Alice In Chains” 라는 사실마저 흔들 정도로 작곡 능력의 허접함은 이 앨범의 뛰어난 사운드에 강력한 데미지를 입힌다.
이렇게 작곡력의 급격한 저하는 이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는 Jerry Cantrell 은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았고 활동을 해 왔다는 사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밴드던지 작곡력에 부하는 오는 법이다. 이 앨범의 작곡력 하락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4년만에 발표된다는 사실과 이어서 생각 해 본다면, Alice In Chains 의 위기의 시작이라고도 말 할 수 있겠다. 쇠락인지, 슬럼프인지는 차기작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전작의 뛰어난 페이스를 감안 한다면 새 앨범은 불안한 신호탄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작곡이 영 아니지만, 뛰어나고도 발전을 계속 해 내고 있는 사운드로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하며 악평의 싹을 자르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재결성 후 2번째 앨범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다. 안좋은 인상이 크지만 일단 보류다 이 말이다.
- Mike Villain
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