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8] Deftones – White Pony (Meverick, 2000)

[The Blackest #08] Deftones – White Pony (Meverick, 2000)

짦게 한번에 날카롭게 한번에 빠르게 연소 되던 하드코어 펑크는 대략 10년간, 한마디로 80년대의 도심 빈민가의 사운드의 대표주자로 각광 받았다. 그러한 하드코어 펑크 고정관념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수많은 80 하드코어 펑크 파이오니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사운드와는 정반대의 새로운 하드코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길고, 느릿하고, 헤비하며, 천천히 고조되는 감정적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기 위한 치밀한 곡 구조와 연주 패턴을 짜내기 시작했고, 이는 “포스트 하드코어” 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지만 절대로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밴드 수만큼의 각기 다른 음악적 특징으로 귀결되는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 되기에 이르렀다. Fugazi, Far, Quicksand, Drive Like Jehu, Jawbox 와 같은 밴드들이 바로 그 대표주자들이었고, 그러한 새로운 하드코어는 2013년인 지금까지 하드코어의 변화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큰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하드코어 내부적 발전과 별개로 뉴메탈, 얼터너티브 메탈, 모던 헤비니스로 불리우는 90-2000년대의 새로운 헤비락 탄생의 자양분으로 맹활약 했다는 외부적인 영향력 행사 역시 빠질수가 없다. 그리고 그 영향력에서 탄생한 밴드이자, 도심 엔터테인먼트 형 헤비니스 사운드로는 보기 드문 동시에, 예상 할 수 없었던 아트록적인 사운드로의 진화 및 개념파괴를 해 낸 Deftones 의 존재는 너무나도 독보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업적의 시발점이자 최고봉, 그리고 절대기준이 되는 앨범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뉴메탈은 쓰레기지만 Deftones 는 확실히 다르다” 라는 개념을 심어준 앨범 White Pony 는 너무나도 위대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나 말이다.

LA 의 도심 외곽지대에서는 90 포스트 하드코어를 자양분으로 하고,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으로의 헤비-그루브 사운드를 시도하던 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Deftones 는 그러한 밴드들 중에서 최초이자 간판 밴드였다. Deftones 는 Korn 과 더불어서 “Suicidal Tendencies 이후 최고의 서남부 스트릿 헤비니스 사운드의 핫이슈” 로 평가 받았고, 예나 지금이나 의외이기는 하지만 메이저급 레이블인 Meverick (Warner 산하의 레이블이자, 팝스타 Madonna 가 꽤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레이블) 과의 딜을 바로 따내며 화려하게 프로 데뷔를 메이저 필드에서 행했고, 단 두장의 앨범 Adrenaline (1995) 과 Around The Fur (1997) 을 통해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모던 헤비니스의 음악적/상업적 대폭발을 하게끔 만든 대명사로의 위엄을 보이며 단숨의 언더그라운드 빅스타로 자리매김 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Deftones 의 행보는 그때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타 뉴메탈 파이오니어들이 자신들의 헤비니스 사운드에 존재하는 엔터테인먼트적/상업적 포커스를 극대화 하며 헤비한 음악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고, 앨범의 장수를 쌓으며 화려한 락스타 커리어를 이어 나갔지만, Deftones 는 그 누구도 범접 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뮤지션으로의 위치에 본격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10-20대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형 헤비니스인 뉴메탈을 아티스트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사운드로 변화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도전은 무모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방방 뛰어대기 좋은 헤비-그루브가 만연한 앨범인 동시에, The Cure 와 같은 깊이있고 어두운 무드 메이킹, 트립합/슈게이즈/포스트락 등 어둡고 무드있는 다양한 사운드에 대한 관심, 그러한 사운드가 탄생하는데 큰 도움을 준 다양한 고전 락 음악 및 소울-흑인음악에 대한 관심과 탐구와 자기화,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한번에 다이제스트 하려는 목표 의식은 2번째 앨범을 위한 곡 작업 때부터 확고 했었다. 그리고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절하게 과감하게 시도했다. 2번째 앨범 Around The Fur 은 그러한 첫 결과물이었다. 공격적인 헤비-그루브의 파괴감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어둡고 로맨틱 하기까지 한 사운드는 무모하고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고, 다른 동시대의 밴드들보다 좀 더 음악적으로 깊이가 있는 밴드라는 평을 이끌어내며 자신들의 음악적 탐구가 옳은 것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습작이었다. 밴드는 2번째 앨범에서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음악적 방향성 제시에 대해 만족했지만, 자신들이 생각 한 만큼 각 멤버들이 원하는 사운드의 이해와 자신이 하고 싶은 사운드의 주장, 그리고 그것이 완벽한 이해 관계에서 얽혀졌을때 나오는 화학반응에 의한 결과물은 나오지는 않았다. 밴드는 Around The Fur 앨범 활동 및 투어가 끝나자마자 바로 홀린듯 새 곡 작업에 들어갔고,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았다. 이것 역시 무모하고 자연스러웠다. Around The Fur 는 밴드에게도, 뉴메탈이라는 장르 전체적으로 봐도 새로운 사운드로써 괜찮은 평가 및 상업적 성공을 얻을 수 있게끔 해 준 이정표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밴드는 평단과 팬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후속타 앨범을 만들어 좀 더 성공을 단단히 다지는 것이 가장 괜찮은 선택이었다. 앨범 활동이 끝나자 마자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지만 앨범은 빨리 완성 시키지 않았다. 밴드는 만족 할 때 까지 새로운 스타일을 갈고 닦았다. 무려 3년이었다. 상업적 성공은 뒷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00년 6월, 그렇게 White Pony 가 발표된다. 그 사이에 동시대의 동료이자 라이벌 Korn 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 앨범을 2장이나 발표했고, 후배인 Limp Bizkit 역시 1위 앨범을 2장이나 발표했다. 가장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뉴메탈 밴드가 상업적인 포커스를 빼앗겨 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한 시기였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다. 무모했다.

허나 무모 했던건 White Pony 가 나오기 전까지였다. White Pony 는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의 모든 개념을 개박살 내고 재정의 해 버릴 정도로 A 부터 Z 까지 새로운 사운드를 자랑하며 서서히 그리고 견고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육중한 헤비함의 공격적인 그루브 폭발력 + 약간의 로맨스코드의 방법론은 여전히 Deftones 만의 주된 특징으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예전과는 완벽히 다르며,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의 고정관념과도 완벽히 다르다” 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개선, 아니 개조 된 사운드로 부족함 없이 꽉 차 있는것이 바로 엄청난 반향의 원동력이다. Deftones 만의, 뉴메탈 특유의 육중한 헤비그루브는 언젠가는 반드시 터져 나오지만, 그것이 터져 나오기 전까지 잔잔하게 서서히, 그리고 깊이있게 전개되는 트립합, 소울, 일렉트로닉스, 고쓰, 슈게이즈, 포스트락, 씬스팝과 같은 다양한 장르-스타일의 제시-배치-융합-어레인지를 통한 도입 & 분위기 고조는 너무나도 새롭고 너무나도 매력이었으며, 무엇보다 “대단하다”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깊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전작에서 시작 된 어둡고 로맨틱한 무드 메이킹의 예상치 못한 진화는 Deftones 가 헤비한 밴드가 아니더라도 대단한 경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고 깊이가 있었고, 그러한 분위기에 걸맞으면서도 뉴메탈 및 Deftones 의 커리어에 걸맞는 헤비-그루브 폭발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다는 점은 경악스럽다 말 밖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변화상이었다. 매우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고, 그 사운드를 누구나 들어도 놀랄 정도의 설득력도 만들어 냈으며, 무엇보다 그러한 음악적 깊이와 더불어 누구나 몸과 머리를 흔들어 대며 흥겨웁게 즐길 수 있게 결론을 매우 밸런스 있게 지어 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연장에서의 슬램 유발에 매우 충실했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집중해서 디깅하는 부분에서도 역시 매우 충실했다. 이러한 대단한 밸런싱은 White Pony 의 매력이자 장점중의 하나였고, 차후에 앨범이 한장 한장 발표되며 분주한 변화를 시도하며 격변을 겪을 지언정 Deftones 의 미덕이자 그들만의 룰로 철저히 지켜지며 “예술적인 스트리트 밴드” 라는 보기 드문 위치를 완성 시키게 되었다. 뉴메탈이란 장르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며 이미지가 뒤틀려지고, 그 이후에 상업적/음악적으로 몰락하고 10년전 이야기로써 역사의 뒷편으로 페이드 아웃 되었을 지언정 Deftones 라는 밴드는 락스타 이면서도 언더그라운드 헤비니스 주자의 이미지를 건재하게 지켜 나가고 있다. 바로 그 밸런싱 덕택에 그러하다. 이 부분은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오해 소지의 박살, Deftones 라는 밴드의 위대함을 이야기 하는데 중요한 한 페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White Pony 라는 앨범의 위대한 이유들 중 하나로 이야기 될 수 있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잔잔한 밑밥제시 & 격정적인 감성과 헤비-그루브 폭발이 경이로울 정도의 각 멤버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절제감 넘치며, 이타적인 연주를 통해 이뤄지며 더욱 더 밴드가 원하는 결과물 보다도 더욱 뛰어난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Deftones 의 트레이트 마크 중 하나인 트립합/슈게이즈/포스트락적인 무드 메이킹은 보컬 Chino Moreno 가 바라는 바이자 그가 과감하게 밀어 붙였다는 점, 허나 밴드의 리더는 기타리스트 Stephen Carpenter 이며 그는 지금까지도 Deftones 를 메탈 밴드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 허나 Stephen 이 Chino 가 원하는 바에 맞춰서 기타 플레이를 해 주고 있다는 점 (=Digital Bath, Change (In The House Of Flies)), 그와 반대로 Stephen 원하는 헤비 리프 대방출을 기본 뼈대로 하고 거기에 White Pony 다운 무드 메이킹을 하고 있는 주객전도형 트랙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 (=Elite, Street Carp), 이렇게 White Pony 의 핵심이 바뀔 때마다 최고의 백업을 해 주는 나머지 멤버들 (그중에서도 2번째 앨범부터 팀에 합류한 DJ/키보드/샘플리스트이자 이 앨범부터 본격화 된 Deftones 만의 무드 메이킹의 사운드 톤을 담당한 Frank Delgado 의 센스는 매우 대단했다) 의 존재감 까지… Deftones 라는 밴드가 유난히도 각 멤버들이 추구하고픈 음악적 목표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밴드로 시작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결성 당시 Chino 는 보컬팝 밴드, Stephen 은 메탈밴드가 목표였고, Chi Cheng 은 레게 밴드 출신이었으며, 드러머 Abe Cunningham 은 6-70년대 클래식 락 애호가, 그리고 White Pony 부터 정식 멤버가 된 DJ Frank Delgado 는 일렉트로닉스/인스트루멘틀 힙합 계열 사운드의 커리어를 가지고 밴드에 가입 했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사운드는 모든 멤버간의 완벽한 이해관계에서 이뤄진 팀웍, 배려심, 희생정신이 아니면 나올 수없는 경지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이 앨범의 또 다른 위대함은 바로 팀웍과 배려심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Deftones 는 우왕좌왕만 하다가 박살 났을 것이다. 하지만 White Pony 에서 결론 지어진 지금까지 없었던, 정의하기 힘든 모던 헤비니스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White Pony 는 음악적 캐미스트리를 논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 부분 역시 쉽게 간과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밌게도 White Pony 는 현재의 명성과 다르게 발매 초기에는 다소 논란이 되었던 앨범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White Pony 가 제작되던 3년간 뉴메탈은 언더그라운드 헤비니스에서 90-2000년대를 대표하는 상업적 장르 or 글램메탈, 얼터너티브, 팝펑크에 이어 메이저 레이블의 유별난 상업적 기획으로 대표되는 락 비즈니스의 아이콘으로 변화했고, 즐기는 측면보다 감상적인 측면에 강하게 집착한 White Pony 는 대세를 역행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발표 당시의 박한 음악 전문 평단의 평가도 종종 있었다. 백만장이 팔리며 플래티넘이 달성 되기는 했지만, 그건 7년뒤인 2007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평가는 느린만큼 견고한 느낌의 호평으로 귀결 되고야 만다. White Pony 는 상업적인 포커스로 쉽고 빠르게 금방 무너저버린 뉴메탈의 형편없는 음악성에 대한 비난에 대한 유일한 면책특권이었고, 무엇보다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지속적으로 팔리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2000년대 클래식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무엇보다 2000년대를 살면서 헤비한 음악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최고 앨범으로 너도 나도 인정하는 앨범이 되었다는 점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발매 당시에는 뉴메탈 팬들에게 어필했지만, 시간이 서서히 지나며 수많은 선배 정통 메탈러 & 동시대의 익스트림 메탈러들는 물론 힙합 뮤지션 등 뮤지션 사이에서의 의외적인 호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지향하는 뮤지션, 그러한 것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서 호평을 얻어 낸 것이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Chi Cheng 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때, 그리고 최근에 운명을 달리 했을때 아쉬움을 토로하는 뮤지션들이 매우 다양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Sepultura, The Dillinger Escape Plan, Xzibit, System Of A Down, Death Angel, Children Of Bodom, Suicidal Tendencies, Motley Crue, Slipknot, Guns N Roses, Slayer, In Flames , Suicide Silence 와 같은 밴드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렇게 범 메이저-언더그라운드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은 2000년대 뮤지션은 Deftones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자 핵심인 White Pony 의 존재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라고 할 수 있다.

White Pony 는 완벽한 앨범이다.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이라는 장르의 표본인 동시에, 그 장르가 지닌 매너리즘의 모든것을 박살냈고, 밴드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대단한 오리지널리티를 완성 시켰으며, 무엇보다 그 오리지널리티가 경이로운 팀웍으로 이루어지며 모든 밴드들의 귀감이 된다는 점, 이러한 모든것들이 메이저-마이너 할 것 없는 & 뉴메탈/얼터너티브 장르를 좋아하던 증오하건 간에, 관심이 전혀 없어도 대단한 감동을 다방면으로 선사 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앨범은 그저 뉴메탈/얼터너티브 명반이 아니다. 말 그대로 2000년대를 빛낸, 최고의 앨범인 것이다. 설레발이 과한 명반이 아닌, 예상치도 못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위대함이 계속 발견 되기에 호평이 매번 부족한 명반인 것이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최고의 앨범이다. 너무 자주 그러한 표현이 사용되지 않나 싶을 정도가 아닌가 할 생각을 전해 줄 정도로 격이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2000년대 최고의 앨범이다.

- Mike Villain


Change (In The House Of F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