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5] Cannibal Corpse – The Bleeding (Metal Blade, 1994)

[The Blackest #05] Cannibal Corpse – The Bleeding (Metal Blade, 1994)

Cannibal Corpse 라는 밴드는 주위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잘 나갔다. 이것은 분명 이상했다. 데스메탈이라는 장르가 사악함과 폭력/살육, 흑마법적인 것에 대해 매우 극단적인 표현력을 쓰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지독한 테마인 “살육” 에 대해 다루는 밴드이자 다른 밴드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잔인함과 역겨움으로 점철된 (게다가 이를 극단적으로 증폭 시키기 위한 아트웍도 한몫 거들었고 말이다.) Cannibal Corpse 의 인기는 이런저런 국가 및 사회단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나날히 올라만 갔으니 이상하다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기현상의 이유가 의아하기는 하지만, 좀 더 생각 해 보면 매우 정당한 순리이기도 했다. 이들의 세번째 앨범 Tomb Of The Mutilated (1992) 가 데스메탈이 특유의 “접근하기 힘든 사운드/가사적 특징” 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강력한 매력을 지닌 연주 테크닉과 개성적 사운드를 자랑하던 앨범임에는 틀림 없었고, 메탈 애호가라면 꼭 한번 들어 봄직한 새로운 메탈이라는 사실에도 틀림이 없었다. 특히나 이 앨범부터 시작된 과격함 속에 빛나는 캐치한 감각의 본격화는 정말 대단한 개성이었다. 이러한 점이 밴드의 25주년을 기록하는 2013년에도 계속되고 있기에 Tomb Of The Mutilated 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Cannibal Corpse 의 포텐셜의 폭발, 그로 인한 밴드의 커리어 하이는 차기작에서 100% 발휘 되고야 만다. The Bleeding 이라는 앨범이다.

데스메탈이라는 장르는 과격함을 추구하는 장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과격함의 극단을 달성하는 동시에 한계를 느끼고 빠르게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 의외로 발 빠르게 움직였던 장르다. 90년대 중반부터 그러한 부분이 굉장히 심화 되었고, Cannibal Corpse 는 92년작 Tomb Of The Mutilated 에서 그러한 것들을 위해 포석을 깔며 나름 먼저 변화의 선수를 친 바 있다. The Bleeding 은 바로 그러한 변화상을 본격적으로 담은 밴드의 야심작 중의 야심작이었다. 계획은 의외로 심플하다. 데스메탈 다운 과격함의 끝을 추구하는 가운데, 과격함만으로 점철 된 사운드가 가지는 지루함과 음악적인 허접함을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뮤지션쉽적인 부분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The Bleeding 은 굉장히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무조건적인 그라인딩 리프 & 블라스트 비트 폭격으로 모든것을 해결하지 않는다. 미드-슬로우 템포는 물론이거니와 데스메탈에 어울리는 괴기한 멜로디라인, 리듬/그루브감을 지닌 리프, 슬로우-미드 템포의 적극적 도입, 기승전결에 충실한 작곡 & 연주 배치, 기승전결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에 어울리는 캐치함,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흐름에 충실함의 맛을 더욱 깊게 해 주는 엑스트라 후렴구의 다양한 구비와 배치 등 데스메탈이 지닌 1차원적인 과격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을 마구 시도 해 된다. 그 결과는 쉽게 들리게, 좀 더 진지하게 들리게, 새로운 형식의 메탈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다운, 의외의 테크니션 집단으로의 모습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캐치한 리듬감을 지닌 슬로우-미드 템포로 포문을 열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자신들만이 부르탈리즘을 한껏 쏟아낸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이해도 높고 즐기기 쉬우며 변함없는 과격성이 존재하는 데스메탈의 신기원 달성” 의 완벽한 완성은 데스메탈 및 Cannibal Corpse 의 인상을 바꾸어 놓는데 성공했다. 또한 굉장한 캐치함을 지닌 리드미컬한 리프, Slayer 스타일의 솔로잉의 초과격 발전형이라 별 것 없어 보이지만 메탈 솔로잉의 새로운 발전을 이룬 (테크닉 및 스타일 모두) 솔로잉 부분은 생각 이상으로 임팩트하며, 기타 연주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들어봐야만 하는 연주를 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Rob Barrett 의 데스메탈에 충실하면서도 데스메탈이 가질 수 없을것만 같은 캐치한 마력의 리프 메이킹의 경이로움, Jack Owen 의 사악 하면서도 멜로디어스한 테크닉과 센스가 혼재 된 연주는 데스메탈의 발전상을 논하는데 빠질 수 없으며, 최고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나머지 멤버들의 연주력도 빠질 수 없다. 체력을 바탕으로 한 엄청난 테크닉도 귀를 사로잡지만, 각 멤버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부각하기 위해 배치한 각 멤버들의 연주 특징 할당시간 배분과 그러한 특징을 내 세울때 다른 멤버들이 행하는 헌신적인 백업에서 이상적인 밴드의 아우라가 멋지게 빛난다는 점 역시 The Bleeding 이 가진 위대함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모두를 행할 때 눈에 띄게 나타나는 절제감 역시 더더욱 귀를 기울이게끔 만든다.

여기까지가 데스메탈이 지닌 한계를 가장 이상적이고도 임팩트하게 돌파한 Cannibal Corpse 내의 이야기이다. 밖으로의 이야기가 더 있냐고? 당연히 있지 않은가. The Bleeding 은 그저 Cannibal Corpse 라는 밴드와 데스메탈이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대단함 그 이상을 달성 해 낸 “개념파괴자” 로의 가치도 엄청난 밴드이며,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수많은 메탈 및 하드코어 사운드에 큰 영향을 준 “인플런스의 아이콘” 으로 엄청난 존경을 받게 되었는데 어찌 밖으로의 이야기를 아니 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앨범이 데스메탈이 지닌 비즈니스적 한계를 넘어서는데 가장 중요한 포석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은 Billboard 의 변두리 B급 차트지만 (Billboard 의 집계 시스템에 첫 등장하면 오르는 차트인) Heatseekers Chart 30위를 기록하며 의외로 많은 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심아 시간대기는 하지만 무려 MTV 전파를 탄 비디오클립 Staring Through The Eyes Of The Dead 의 의외의 선전은 많은 의미를 남겼다. 이러한 기록은 예전에 발표한 3장에서 비롯 된 것이라고 폄하 할 수 있다. 하지만 The Bleeding 이후 나온 차기 앨범 Vile (1996) 이 Billboard 200 에서 151위로 데뷔하며 “데스메탈 역사상 메이저 차트 첫 진입” 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거론한다면? 이 앨범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1996년엔 인터넷 홍보도, 아이튠즈도, SNS 도 없었다. 151위의 기록은 굉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이 2000년대 메탈 신예들의 교과서 였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혁신적 메탈 장르이자 메탈과 하드코어의 또 하나의 방법론이자 극단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는 데스코어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은 정말로 중요하다. 2000년대 중후반에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데스코어 밴드들의 모든 밴드, 진짜 모든 밴드라고 단언해도 전혀 틀린 구석이 없을 정도로 모든 밴드들이 Cannibal Corpse 의 음악 스타일을 너도나도 차용 했으며, 자신들 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히고 다녔다는 점은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데스코어라는 장르가 데스메탈의 부르탈함과 하드코어 특유의 헤비-그루브의 융합이라는 점과, 그 두가지 특징을 구사 했을때의 모습의 The Bleeding 앨범에서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다. 미드-슬로우 템포와 그루브, 그리고 초과격 브루탈리즘의 공존 및 교차, 잘 짜여진 흐름과 각 연주 파트의 배분-공존-절제의 방법론은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진다. 잘 모르겠으면 데스코어를 좋아하는 비실비실한 외형의 10-20대 아이들의 패션을 두루 살펴보길 바란다. 10-20대 아이들이 괜히 Cannibal Corpse 의 티셔츠를 입고 다니겠냐는 말이다.

The Bleeding 은 많은것을 바꾼 앨범이다. 데스메탈 안쪽에서도, 바깥쪽에서도, 그 당시의 상황도, 10여년 뒤의 지금의 상황 모두 말이다. The Bleeding 발표 이후의 데스메탈은 과격함을 지향하되 리듬, 리프, 캐치함을 엄청나게 신경쓰기 시작했고, 심지어 “90 데스메탈 = 리듬과 그루브와 캐치한 부분으로의 집착” 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기에 이르렀다. (90년대 중후반 데스메탈 릴리즈들이 The Bleeding 의 방법론을 거의 따라갔다는 말이다.) 극단적인 과격함에 탑재 된 음악적인 레벨과 청각적인 캐치함의 재미는 더욱 더 살육의 현장을 다루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팬들을 증가 시켰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견뎌야만 하는 이 밴드는 “Cannibal Corpse 는 그래도 됨” 이라는 면죄부 까지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0년대 들어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메탈-하드코어 크로스오버 및 돌연변이화에 있어서, 특히 과격한 변화에 있어서 가장 많은 인플런스를 제공한 밴드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이런 앨범을 세기의 명반이라 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의 취향에 상관없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격한 사운드 텍스쳐가 있다면 누가 뭐래도 Cannibal Corpse 의 The Bleeding 이 될 것이다. 그저 “무지막지하게 과격함”, 그 이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이 엄청나다는 점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 Mike Villain


Staring Through The Eyes Of The D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