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maira – Crown Of Phantoms (E1 Music, 2013)

Chimaira – Crown Of Phantoms (E1 Music, 2013)

Chimaira 라는 밴드는 대중 음악 역사에 있어서 그렇게 큰 발자취를 남긴 밴드는 아닐지 몰라도, 소위 “2000년대 메탈” or “2000년대 헤비니스 음악” 을 논하는데 있어서 쉽게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한방을 기록한,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험 해야만 하는 존재가 된 지 오래인 밴드다. 다이하드 헤비리스너들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취향적/음악적 허술함과 과도한 기획성 상업화로 인해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의 입장과 별 반 다르지 않았던 뉴메탈은 Slipknot 이라는 제대로 된 밴드의 등장으로 인해 다양한 부분의 긍정적 패러다임 시프트를 성공 했었고, Chimaira 역시 그러한 노선을 걷고 있는 밴드다. Slipknot 이 논쟁의 시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뉴메탈과 메탈의 간극을 가장 멋지게 붕괴한 최고의 밴드이지만, Chimaira 의 실력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들은 뉴메탈 특유의 헤비 그루브를 기반으로 쓰래쉬, 데스메탈, 인더스트리얼 메탈, 프록 메탈 등 다양한 장르를 매우 근사하게 접목 시키는데 성공했고, 무엇보다 매 앨범마다 계속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긍정적 변화를 해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며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러하다. Slipknot 을 제외하면 가장 제대로 된 뉴메탈 밴드, 혹은 메탈 밀레니엄에 제대로 인정받은 뉴메탈/모던 헤비니스 밴드, 뉴메탈과 메탈의 제대로 된 연결을 보여주는 밴드, 또 하나의 2000년대 메탈의 텍스쳐 밴드, 뉴메탈의 메탈 밀레니엄 적응의 가장 좋은 사례로의 대표적 밴드 등 수많은 호평을 반드시 붙여 주어야 할 정도의 밴드라는 점도 빠트릴 수 없고 말이다.

그러한 밴드 Chimaira 가 올해 2013년에 신작이자 7번째 풀렝스 앨범인 Crown Of Phantoms 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밴드 활동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서 발표되는 앨범이다. 위기와 성장의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기에 그러하다. 밴드는 뉴메탈 특유의 헤비-그루브를 근간으로 쓰래쉬, 데스메탈, 인더스트리얼 메탈 등 다양한 과격-질주형 사운드로 호평을 얻었었다. 이러한 행보는 네번째 앨범 Resurrection (2007) 까지였다. 5번째 앨범인 The Infection (2009) 에서 Chimaira 는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헤비-그루브 & 메탈릭 스피드 레이싱과 작별하고, Celtic Frost, Voivod, Coronor 의 밀레니엄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프록 성향으로의 변화 및 현대화를 과감히 시도, 밴드의 음악적/변화적 야심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이는 찬반양론을 불러 일으키고야 만다. 결국 애매모호한 판정을 받은 밴드는 차기작 The Age Of Hell (2011) 에서는 다시 원래 스타일로 돌아 갔으며, 그러한 음악적 야심은 그저 한번의 객기적인 도전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작에서 다시 그들만의 프록 메탈 밴드로의 도전을 시도한다. 신작 Crown Of Phantoms 는 한마디로 The Infection 2 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지적인 헤비니스에 또 한번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과감한 변화의 재시도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은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Crown Of Phantoms 는 The Infection 앨범에서 시도했던 과감함과 무모함이 섞인 프록 메탈 밴드로의 도전을 재차 행하는 앨범이다. The Infection 은 Chimaira 답지 않게 강렬한 스피드와 도발적인 그루브를 완벽하게 배체하고, 미드-슬로우 템포의 차분한 구성과 그 분위기에 걸맞는 헤비 리프의 구축, 다양한 구사를 통한 엣모스페릭/엑스페리멘탈리즘적인 밀레니엄 메탈 프록을 만들려 노력했던 작품이었다. 시도는 굉장히 좋았지만, 스피드와 그루브를 배제하고 헤비 엑스페리멘탈 프록을 만들기에는 Chimaira 의 음악적 역량과 아이디어가 꽤 많이 부족했고, 이는 당연히 음악적 깊이의 부족함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듣고 즐기는 재미조차 영 아니었던 결과라는 단점도 들어 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본작에서 들어와서 밴드는 The Infection 에서의 실수를 기억하고, 하나 하나 차근차근하게 고쳐 나간다. The Infection 앨범에서 너무 과도하게 걷어 낸 헤비 그루브를 적절히 살리고 있으며, 이들이 노리고 있는 새로운 밴드 색채인 엑스페리멘탈/헤비 프록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게 밸런스를 잡아 나가며 전체적인 곡과 스타일을 튜닝하고 있다. 듣는 재미와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을 모두 적절히 거머 쥐려고 노력한다고 말 할 수 있는 노력이다. 변화상은 일단 그정도다. 보완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들은 꽤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음악적 깊이나 듣는 재미로나 합격점 이상의 결과를 내 놓는데 성공했다.

이 앨범의 호불호의 이유를 논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이해해야 하는건 해드뱅 매니악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건, 지적인 헤비니스를 구사하건간에 Chimaira 라는 밴드는 소재부터 먹고 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뉴메탈의 헤비 그루브, 쓰래쉬 메탈 특유의 매니악한 재미의 질주감, 데스메탈 특유의 부르탈함,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과격함 & 기계적인 느낌 & 새로운 사운드 튠의 존재감이라는 다양한 소재가 있다. 그러한 것들 테크닉적으로 완벽하게, 앞서 말한 장르들보다 더 앞서 나간 혁신성을 지니고 구사 해 냈다는 점도 빠질수가 없다. 이들은 그러한 소재들을 해드뱅과 슬램과 서클핏에 어울리게 스트레이트하게 구사 해 왔다. 그리고 전작에서 그러한 사운드적 소재를 가지고 프록, 엑스페리멘탈, 엣모스페릭 계통의 오오라를 지닌 지적인 헤비니스를 시도했다. 여기서 생각을 한번 제대로 해 보자. 앞서 설명한 뉴메탈, 쓰래쉬, 데스메탈, 인더스트리얼 메탈이라는 사운드 소재가 과연 지적인 것고 진정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가 될 것이며, 오히려 그러한 특징들을 근간으로 지적인 헤비니스를 구사하는데 꽤 좋은 소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도 이어진다. 그렇다. 이들은 그저 “어떻게 해야 잘 만드는 것인가” 를 몰랐을 뿐이었다. The Infection 은 과감한 도전이었고, 무모하지 않았느냐는 느낌을 전해 주었지만, 신작 Crown Of Phantoms 에서 일전의 실수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적인 헤비니스로의 변화를 성공하고야 말았다. 일단 해 보고 얻은 오류의 데이터들을 근간으로 성공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음악계에서는 어려운, 특히 과감한 시도가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메탈게에서 이러한 행동을 과감히 한 것은 독창적인 지적 헤비니스를 완성 하는데 성공한 것 보다도 뛰어난 Crown Of Phantoms 앨범의 장점이자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재미난 점은 Crown Of Phantoms 에서 완성된 이들만의 지적인 헤비니스가 지금까지의 타 밴드들과의 접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있다면 메탈코어/모쉬코어의 파괴력과 지적인 이미지를 자연스레 자아내는 다양한 장르/스타일의 도입과 믹스쳐를 시도하는 Misery Signals 정도가 될 것이다.) 뉴메탈과 정통 익스트림 메탈의 조화, 그리고 그것을 2000년대적으로 개조한, 그리고 타 2000년대 메탈과 전혀 다른 깊고 진지한 코드로 차별화를 한,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나 즐기는 재미와 설득력 강한 지루함/진지함(???) 이 들어 있는 이 앨범은 매우 오리지널리티가 넘친다. 더 이상 새로운것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스타일의 경우의 수가 다 나와버린 2000년대 메탈/헤비니스 바닥에서 꽤나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이 앨범의 등장은 조심스레 “또 하나의 텍스쳐, 혹은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음… 뭐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된다. 미친듯이 해드뱅과 모쉬핏 광경을 만들던 미치광이 밴드가 청자를 가만히 앉아서 턱을 괴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며 듣게 만들며, “이러한 변화도 꽤 좋은데? 매우 새롭기도 하고?” 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끝이니까 말이다. 이 정도면 변신을 넘어 업종변경이라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보기 드문 음악적 성공 사례로 말이다. 남은건 상업적인 손익 분기점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 또한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듯 싶다. 왜냐면 이 앨범 역시 최근의 화두인 “크라우드 펀딩” 으로 꽤 많은 제작비를 지원 받아 상업적 성공의 할당량에 대해 어느정도 자유로운 입장에서 만들어 진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 역시 크라우드 펀딩이 보여주는 제작자/밴드의 입장의 변화의 좋은 예로써 앞으로 이래저래 불려 다니며 새로운 기준의 이정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가 않다. 어쩌면 그 부분이 Crown Of Phantoms 의 가장 대단한 점이 아닐까 싶다.

- Mike Villain


No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