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 Rock – Devil Without A Cause (Lava/Atlantic, 1998)

Kid Rock – Devil Without A Cause (Lava/Atlantic, 1998)

뉴메탈/랩-락/하이브리드 헤비락이 참으로 형편없는 장르인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처럼 예외는 존재한다. 그리고 “예외” 의 경우가 아닌, “경외” 를 날려 주어야만 하는 뉴메탈/랩-락 뮤지션도 아주 적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그 중에 하나이자 최고의 위치에 존재 한다고 할 수 있는 이는 가장 우습게 보이는 비주얼의 Kid Rock 이다. 지방 케이블 방송국 전파나 겨우 타는 중고차 딜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치한 양아치 비주얼을 무지막지하게 자랑 해 대는 Kid Rock 은 놀랍게도 그러한 겉모습의 우스움과는 달리, 매우 스트레오 타입적인 Vanilla Ice 적인 백인 힙합퍼 + 그렇고 그런 레드넥 컨트리/서던락 애호가적인 음악적 코드와는 달리, 음악적으로 매우 뛰어 나다고 평가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을 연달아 내 놓고 있는 겉과 속이 완벽하게 다른 매우 강한 뮤지션이다. 그 이유는 그의 네번째 풀렝스 Devil Without A Cause 에서 간단히 확인 할 수 있다.

네번째 앨범에서야 떴고, 그 시대의 대세 뉴메탈/랩-락, 언제나 절반은 힛트 먹고 들어가는 컨트리/서던락을 뒤 섞었기에 그를 대충 파악하고 폄하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과도한 노림수의 힛트 뒤에 숨겨진 그의 과거, 그 과거속에 숨겨진 그만의 음악적 여정을 살펴 보면 폄하하기 매우 힘든 뮤지션이 Kid Rock 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힙합에 빠져 비보잉 크루의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고, 미성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로컬씬 파티에 꽤나 불려 다니던 인기 출장 DJ 였다는 점, 17세의 나이에 Jive Records 와의 딜을 따 내고 앨범을 냈다는 점, Ice Cube, Too Short 과 같은 거물과 라이브 무대를 가졌다는 점은 무시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데뷔작 Grits Sandwiches For Breakfast (1990) 의 첫 싱글 Yo-Da-Lin In The Valley 은 과도한 음란성을 담고 있었고, 뉴욕 라디오에서 틀었다가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Jive 는 그 사건을 보고 시원하게 홍보를 포기했고 계약도 파기했다. 하지만 Kid Rock 은 좌절치 않고 직접 자신의 레이블 Continuum 을 세우고 두번째 앨범 The Polyfuze Method (1992), Fire It Up (1993/EP) 를 내 놓으며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로컬씬 활동에 들어간다. 비록 앨범들이 다 망하기는 했지만, 다이내믹한 하드코어 힙합과 컨트리/서던락 클래식을 뒤섞으며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데 있어서 포석을 제대로 깔았으며, 세번째 앨범인 Early Mornin’ Stoned Pimp (1996) 에서는 직접 기타를 연주한 컨트리/서던락 사운드에 랩/힙합을 섞는 역발상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찍은 음반을 자기 차 트렁크에 넣고서 여기저기 불러 주기만 하면 장소에 연연치 않고 공연을 다니는 저돌적인 DIY 활동을 전개하며 6천장을 팔은 Early Mornin’ Stoned Pimp 는 메이저 레이블 Lava/Atlantic 의 손에까지 들어갔으며, Kid Rock 은 화끈한 계약금 10만 달러를 받고 그들과 계약하며 메이저 데뷔를 성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본거지이자 오랜 시간동안 잊혀진 락의 도시 디트로이트로 계약금으로 돌아가 술, 여자, 마약이 뒤범벅 된 질펀한 파티를 지른 후 초강력 힛트작 Devil Without A Cause 를 제작하게 이르른다.

Devil Without A Cause 는 뜰 수 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Kid Rock 본인이 전체적인 지휘를 했지만, 결과물은 메이저 레이블이 팔아먹기 위해 만든 기획품 보다도 더 지독하게 상업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헤비한 기타와 랩이 섞인 뉴메탈/랩-락 사운드를 하기만 하면 인기 밴드가 되고 돈을 벌었다. Kid Rock 를 픽업한 레이블 역시 랩과 락을 괜찮게 섞어 내기에 상업적 기대속에 영입을 했다. Kid Rock 은 그들이 자신이 만든 음악에 감놔라 배놔라 하기전에 알아서 돈다발 냄새가 나도록 음악을 만들었고, 이렇건 저렇건 간에 무조건 판이 나가게 된다는 상업적 흑마법을 지닌 장르인 컨트리와 서던락도 끼워 넣으며 완벽한 달러 뭉치 소환공식을 완성했다. 지독하게 상업적이었고, 매우 당연하게도 앨범은 나오자 마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 뒷골목 포주, 레드넥, 백인 힙합 보이가 뒤섞인 괴상한 비주얼과 그 비주얼을 매우 뻔뻔할 정도로 멋있게 밀어 붙이는 Kid Rock 의 끝도 없는 자신감, 그리고 그러한 키치한 미국적 캐릭터에 걸맞는 소품들인 잘빠진 화냥년들과 모터사이클 갱, 몬스터 트럭 등 극단적인 색채의 미국적 놀이에 찌든 마초들이 들러리로 가세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전통적 촌동네 양아치의 극 + 첨단 유행적 도심 양아치의 극과의 조화와 대폭발이었다. Kid Rock 은 돈다발을 당연히 긁어 모았다. 이러한 극단적인 양아치 코드의 상업적 불쾌함은 당연할 정도의 음악적 퀄리티의 극빈성과 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락앤롤 역사를 뒤져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Devil Without A Cause 는 그렇지 않다. Kid Rock 이라는 디트로이트 양아치는 까탈스럽고 불친절한 모든 평단과 제대로 된 랩/힙합 및 컨트리/서던락 터줏대감들 모두에게 백기를 얻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단 백인 꼴통적 캐릭터와 과도할 정도의 패셔너블성을 추구하는 랩-힙합 캐릭터, 그 두 부류가 지닌 스테레오 타입의 대충돌로 인한 기괴하고 우스운 캐릭터의 탄생이 있다. 그리고 표현 방식에 있어서의 극단적 뻔뻔함과 유치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믹스쳐 센스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그게 바로 Kid Rock 이며, Devil Without A Cause 라는 앨범에서 100% 발휘된다. 그것이 그와 그 앨범의 위대한 점이다. 그는 그러한 극과극의 스테레오 타입적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밀어 붙이지만, 그 두가지를 너무나도 잘 조화 시킨다. 남부 컨트리적인 뼈대에 얹는 랩과 비트/샘플링, 랩/힙합 뼈대에 얹는 고전 컨트리 샘플링, 현대적 헤비함을 지닌 백 밴드의 힘을 얻은 서던락/블루스의 찐득한 파워, 60-70년대 클래식 락과 80년대 올드스쿨 힙합 명곡들을 샘플링해서 한곡에 뒤섞여 공존 시켜 버리는 과감어린 디제잉, 거침없는 하드코어 랩, 연륜적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클래시컬한 컨트리 발라드까지 모두 다 시도하고, 뒤섞고, 공존 시킨다. 특히 “공존” 이라는 부분은 가희 경악적이다. Kid Rock 이 시도하는 그만의 흑과 백의 조화는 힛트가 목적이기 보다는, 어그로를 끌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할 정도로 위험하고 무모하며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랩/힙합과 컨트리/서던락의 거리감은 극과극이다. 음악적인 거리감은 물론이거니와 인종적, 문화적 거리감 역시 극단적이다. 게다가 자신감만 가득찬 양아치 캐릭터로 그걸 시도한다. 그런데 Kid Rock 은 그 두가지 모두의 극단적 스테레오 타입을 시도하고 섞으려 노력하고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멋진 결론을 자연스럽게, 안되면 억지로라도 쥐어 짜 내 버린다. 이 무모한 도전은 밑도 끝도 없는 양아치 놀자판의 분위기를 낼 지언정, 굉장히 뛰어난 음악적 결론을 내리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 결과 Kid Rock 은 평론가들과 깊이 있는 락/힙합 리스너들에게 난타질을 당하던 뉴메탈의 평균적인 평가와는 달리 상당한 평가를 얻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Kid Rock 은 그 어떤 뉴메탈 밴드보다도 음악적/문화적/비주얼적으로 뻔뻔했고, 그 어떤 놀자판 밴드들 보다도 양아치였기 때문이다. 락 음악 역사를 살펴 본다면 그러한 밴드들은 당연할 정도로 음악적 빈곤함과 평론가들/전문가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예외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평론가들은 애써라도 그의 음반에 악평을 달기 힘들었다. 그리고 랩-힙합 및 컨트리/서던락 세계의 네임드들도 Kid Rock 의 실력과 센스와 스타일에 매우 호의적인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이 앨범의 엄청난 성공 (지금까지 천만장 이상을 판매했다….) 은 Kid Rock 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 주었고, 1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음악 활동에 있어 외부의 터치를 전혀 받지 않는 위엄을 선보이기도 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Kid Rock 은 이 앨범 이후 단 한번도 힛트에 연연하기 위한 재탕 앨범을 전혀 만들지 않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스타일을 모두 다 했다는 점은 (주로 진지한 컨트리) Devil Without A Cause 의 숨겨진 강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Devil Without A Cause 은 한마디로 아리까지 하지만 결국 마스터피스라 할 수 밖에 없는 물건이다. 음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본능적으로 “이것은 무모한 짓이다” 라고 느낄 정도로 음악/문화/인종적인 거리감이 엄청난 두가지의 스테레오 타입적인 곤조를 극단적으로 밀어 붙이면서 뒤섞는 과감함을 보이면서도, 그 누구도 비난 할 수 없는 양질의 음악적 결론을 내렸다는 점은 일단 놀랍다. 그리고 Kid Rock 만의 혼합 공식과 그로 인해 탄생한 기이한 캐릭터성의 탄생 역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 동시에, 유일무이한 것이기에 또 다른 느낌으로 놀랄만도 하다. 메이저 레이블이 원하는 것보다 더 한 극단적인 상업적으로 밀어 붙이며 돈을 긁으면서도 퀄리티 높은 음악과 강한 개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도 놀랄만 하다. 돈과 퀄리티를 모두 거머쥔 부분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다. 락앤롤 역사에 있어서 그 두가지는 지금까지도 모두 성취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영광을 “쌩 양아치” 가 달성 해 냈다는 점은 더욱 놀랍고 쾌감적이다. “난 플래티넘을 딸꺼야!” 라는 가사를 앨범에 넣고 우렁차게 불러 제끼는 미친놈이 그것을 달성 해 냈다 이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서도 음악적 위력이 여전히 발휘되고 있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 “세기의 명반” 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그 의견이 긍정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부정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매우 어거지적이겠지만, 진정한 바닥 문화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다. 무리수라도 말이다. 근데 그런것도 어울리지 않나 싶다. Kid Rock 이 들려준 무리수적인 위대함을 보면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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