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s Series #07] Babymetal, 새로운 방향의 수라장을 걷는 아이들

[Villains Series #07] Babymetal, 새로운 방향의 수라장을 걷는 아이들

아무리 “제멋대로 해석의 극한” 과 “제멋대로 해석을 극한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긍정적인 결과물” 을 즐비하게 내 선보인 바 있는 일본이라지만, Babymetal 이라는 존재는 꽤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메탈이라는 만만치 않은 장르를 어이없게 가지고 놀았기에 마음에 안 들어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그런 반응도 존재한다. 나도 메탈팬이니까 말이다. 나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너무 과하게(?) 매우 기발한 해석으로 “일본 아이돌 특유의 아이덴티티” 를 그럴싸하게 이어가기 때문이다.

Babymetal 은 2011년 11월 24일에 싱글 Doki Doki ☆ Morning 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한 3인조 일본 아이돌 팀이다. 메탈이라는 장르를 조금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듣는 즉시 분노를 넘어서 허탈함을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요소로 중무장한 싱글이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꽤나 강력한 메탈 사운드를 “일본 아이돌” 이라는 매우 키치하고 컬트하고 기괴한 문화에 접목(?)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 아이돌” 답게 매우 부담되는 노래와 율동으로 중무장 했고, 이는 비디오클립에서 매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작렬하고야 말았다.


일단 데뷔 싱글 Doki Doki ☆ Morning 보고서 이야기 계속 이어가자… 손발퇴갤 각오 하도록…

이 싱글이 발표되고 나서 꽤나 재밌고도 놀라운 동시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 났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존재가 서양쪽의 메탈 언론들에 포착되어 다뤄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Metal Injection, Metalsucks, Blabbermouth 와 같은 매우 전문적인 사이트에서 말이다. (…) 사이트 쪽에서는 심플하게 해외토픽 수준으로 소개만 되었지만, 리플을 통한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인 쪽으로 엄청났다. 메탈이라는 매우 프라이드 높은 언더그라운드 장르이자 문화를, 그것도 서양쪽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본 아이돌” 로 어레인지를 하고 말았으니 반응이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부정적 견해의 원동력이 메탈에 대한 모독 뿐만 아니라 “일본 아이돌” 이 지닌 지나친 귀여움성으로 인한 컬쳐 쇼크적인 부분도 있었으며, 이 두가지가 접합해서 화학적 대폭발을 이룬 Babymetal 은 당연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자.

하지만 서양인의 관점으로의 무례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Babymetal 은 생각보다 일본 아이돌계에서 혈통있는 브랜드의 소속이라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Babymetal 은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일본 아이돌 세계에서는 꽤나 와이드한 팬 베이스를 지니고 있는 아이돌 유닛 사쿠라 학원 (さくら?院) 의 일원이다. 사쿠라 학원은 “아이돌 그룹=학교” 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멤버=사쿠라 학원의 학생” 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고,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를 지나면 졸업하게 되는 “진정한 프로로 나아가기 전에 소속되는 양성학교의 개념” 역시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 음악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고도 남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급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Amuse, Inc. 소속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 아이돌 넘버원이라 할 수 있는 Perfume 역시 이곳의 소속이었다.) 그룹의 멤버들은 사쿠라학원 이라는 그룹의 멤버로 뛰기도 하지만, 컨셉이 학교인지라 그 안에서 “부활동” 의 의미로 삼삼오오 모여서 프로젝트성 유닛으로 활동을 이어 가기도 하는데, Babymetal 은 그 중에서 “중음부” 소속이다. 중음부? 무거운 음악부?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그렇다. 이러한 컨셉속에 만들어 진것이 Babymetal 이다. 매우 일본 아이돌적인 배경에 충실하는 “나름 정통파 아이돌의 왕도를 걷는 존재” 인 것이다. 메탈 컨셉의 이용이라는 굉장한 리스크를 감행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세계에서는 꽤나 진지하고 제대로인 유닛인 것이다. 게다가 사쿠라 학원의 유닛 중에서 가장 푸쉬가 크게 행해진 유닛이며, 그만큼 꽤나 성과가 나오고 있기도 하는 기대주 중의 기대주인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서양적인 관점, 정확히 말해서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적 문화 메탈” 의 개념으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좋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건 아이돌이고, 그건 메탈이라서 그러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 아이돌 역시 메탈만큼 꽤나 인디팬던트라는 단어에 걸맞는 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에서의 아이돌이라는 것의 인식과 일본에서의 아이돌의 인식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아이돌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화려하게 등장한다는 인식이 월드와이드적으로 박혀 있지만, 일본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그러한 개념의 아이돌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은 소위 곡을 만들고 프로듀스하는 천재적 이미지의 “뮤지션” 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아이돌을 “가수나 아티스트” 로 보지 않는다. “아이돌은 아이돌” 로 인식하며, 음악과는 관계가 먼 귀여움을 파는 것으로 인식하다는 말이다. 일본의 아이돌은 레이블의 전폭적인 푸쉬에 인해 화려하게 데뷔하하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어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매니지먼트 회사가 철저한 손익분기점으로 계산된 한정된 예산으로 힘들게 경영 해 나가는것이 바로 일본 아이돌 누구나 만나게 되는 냉정한 현실이다. 철저하게 사비를 들여서 양성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댄스를 통한 기본기를 갈고 닦고, 양성 학교의 수재로써 추천을 받던지, 거기까지 안되면 각자 알아서 오디션을 보면서 그룹에 들어가고, 앞서 말한 철저하게 계산 된 소규모 예산으로 싱글을 제작한다. 홍보도 발로 뛴다.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틀어놓고 전단지를 돌린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말이다. 그렇게 발매 된 싱글 데뷔는 존재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계기로 여겨질 정도다. 그 다음은 더 혹독하다. 제한된 금전적 상황과 성공을 노리는 수많은 아이돌들의 야망은 자연스레 서바이벌 현장과 이어지니까 말이다. 싱글을 여러장 내면서 인기를 얻을 확률 역시 많이 줄어들며, 첫 풀렝스 데뷔의 의미는 본격적인 성공의 신호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불안하다. 아이돌의 수명은 아주 잘 되어야 10년주기다. 수많은 아이돌들이 그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모든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위기감을 언제나 인식하고 있고, 헤쳐 나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모두들 10대 초반의 나이부터 멘탈 레벨 만렙을 찍고 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쪽의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일본 아이돌 최고의 자리에 있으며, 도쿄돔을 매진 시키는 티켓 파워의 현 일본 아이돌의 아이콘 AKB48, Perfume 역시 그러한 길을 걸어왔다. 괜히 일본 아이돌 문화권에서 “아이돌 활동은 말 그대로 수라장을 헤쳐 나가는 것” 이라는 말이 나오는것이 아닌 것이다. 이런 개념을 알고서 다시 한번 생각 해 보자. 메탈과 같은 인디팬던트 문화와 비슷하지 않은가? 난 오히려 더 심하다고 본다. 왜냐고? 메탈 밴드는 판이 팔리지 않던지 말던지 사비를 들여서 앨범을 내고 활동하면 존재하게 되지만, 아이돌은 팔리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일본 아이돌은 혹독한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디의 터프함 보다 더욱 터프하면 터프했지, 모자르지는 않은, 그러한 세계이다.


Babymetal 과 크로스 인터뷰를 한 Animetal USA. 궁금하면 [클릭] 해서 확인 해 보도록 하자.

다행이도 Babymetal 은 좋은 지원 배경을 지닌 매니지먼트에서 데뷔했고, 성과 역시 꽤나 좋다. 특히 자국내 메탈 그라운드에서 대접이 좋다. Burrn! 과 같은 전문 메탈지의 취재,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르는 키치한 비주얼의 메탈 밴드 Animetal USA 와의 크로스오버 대담 등 락/메탈계에서의 우호적인 접근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Kiss 와 같은 극단적인 비주얼의 밴드가 데뷔때부터 일본에서 꽤나 화제를 모았다는 점, 聖飢魔II (세이키마츠) 와 같은 밴드들이 메탈에 관한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희화화 하면서 메탈에 전혀 없는 대중들에게 침투하며 이미지가 희화화 될 지언정 대중들의 대부분이 “메탈 음악 이란것이 이러한 소리를 들려주는구나” 인식하게 된 문화적 배경을 통해서 이뤄진 것임을 부정 할 수가 없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특정 장르 음악적으로 굉장한 깊이를 가지고 있는 신천지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아 들이는 문화적 사고방식의 유연함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바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기를 만든 기라성 같은 아이콘들과 비슷한 길을 Babymetal 은 걷고 있다. 아이돌의 왕도와 함께 말이다. 솔직히 Babymetal 의 헤비한 귀여움은 듣고 보고 있자면 부담이 적잖게 되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당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터프한 수라장을 겪고 있다. 이제서야 싱글 3장을 낸 애송이 중의 애송이지만 기대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최근에 발매 된 3번째 싱글 イジメ、ダメ、ゼッタイ (이지메 절대 안돼) 의 엄청난 작곡력과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넘어선 본격적인 메탈 사운드” 의 임팩트는 그냥 웃으며 넘길 해외토픽 수준의 그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번 보자, 최근에 발표된 3번째 싱글 イジメ、ダメ、ゼッタイ

더 이상의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오피셜 사이트에 올려진 그룹 소개글로 마무리 하겠다. 그 바이오그래피에 모든것이 담겨져 있으니, 마무리로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SU-METAL (Vocal, Dance) / MOAMETAL (Scream, Dance) / YUIMETAL (Scream, Dance). 2010년 BABYMETAL 은 “아이돌과 메탈의 융합” 을 테마로 유닛을 결성, YouTube 에서 공개 된 Doki Doki ☆ Morning” 의 뮤직 비디오에서 “뭐야? 이거 최고!!” 라고 충격을 받은 많은 의견과 함께 해외에서의 액세스가 쇄도, 그 존재는 일본뿐만 아니라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의 테두리를 넘어, 일본을 넘어, 주목받기 시작한 BABYMETAL 은 “넘버원” 이 아니라, “온리 원” 의 길을 추구한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