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ant – What We Bring Forth (Self-Released, 2006)
Wormrot 의 의외지만 매우 나이스한 월드와이드 힛트 덕인가? 꽤 많은 월드와이드 메탈 팬들은 동남아 씬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꽤나 음악적 흥미를 유발하는 양질의 밴드들을 발견 해 가기 시작했다. Wormrot 을 위시로 한 양질의 그라인드코어 밴드의 발견은 당연했고, 그들과 밀접한 관례를 가지고 있는 양질의 데스메탈 베테랑의 발견도 자연스레 행해졌다. 여기에 익스트림 메탈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알고보면 나름 일맥상통하는 양질의 하드코어씬의 발견도 이어졌는데,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더 동남아씬의 위상을 높혀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올드스쿨 스타일의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팝펑크, 빗다운 하드코어, 멜로딕 메탈코어 등 다양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들의 존재와 꽤나 놀랄만한 음악적 실력 표출이 그것을 증명한다. 지금 소개 할 밴드 Deviant 역시 그러한 밴드들 중 하나다.
Deviant 는 간단하게 말해서 Killswitch Engage 스타일의 90-2000년대식 멜로딕 메탈코어를 구사하는 팀이다. 바이오그래피도 특별 난 것이 없다. 1998년에 싱가폴에서 결성, 이런저런 활동과 멤버교체, 그리고 자비를 들여서 2006년에 (지금 소개할 EP) 앨범인 What We Bring Forth 의 발표, 그 이후에 별다른 소식이 없음. 이것이 전부다. 하지만 What We Bring Forth 라는 앨범은 꽤나 듣는 재미가 쏠쏠한 음반이다. 허나 냉정하게 말해서 높은 평가를 내릴 정도로 대단한 물건은 아니기도 하다. 2013년에 뒤돌아 보면 두세물은 충분히 간 메탈코어 텍스쳐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운드를 시도하기에 “안들어도 그만” 앨범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탈코어에 아직 흥미가 있다면, 동남아 친구들은 어떻게 메탈코어를 하는지 그냥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심상으로 접근 한다면 이 앨범은 꽤나 쏠쏠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의외의 쾌작으로 큰 위력을 발휘한다.
뼈대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Killswitch Engage 의 그것, 그대로이다. 허나 이들은 A 부터 Z 까지 Killswitch Engage 를 흉내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이 앨범의 지닌 장점의 시발점이 된다. 뼈대는 립오프 일지는 몰라도,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만큼은 꽤나 Deviant 라는 밴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내고자 극단적으로 고민하고 노력 했음이 보여지는 다양한 스타일이 구축되어 있으며, 그에 합당한 의미심장한 그들만의 개성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멜로딕 메탈코어에 80 메탈, 프로토 쓰래쉬 메탈, 그루브메탈, 뉴메탈 등 다양한 스타일을 첨부하려 노력했고, 꽤나 흥미롭고 적절히 놀라울 정도로 수준있게, 개성있게 자신들만의 것으로 정리를 제대로 해 내는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잘 탈바꿈 시킨것도 사실이고, 전체적인 EP 의 흐름을 잘 만들어 나가며 독창적인 분위기를 살리는데에도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허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멜로딕 메탈코어가 가진 최고의 문제점 중에 하나인 “90% 이상으로 스타일과 흐름이 예측가능함. 그래서 듣는 재미가 없음.” 를 꽤나 멋드러지게 극복 해 내는데 성공 했다는 점이다. 특히 듣는 재미에 있어선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다. 장르 믹스쳐도 꽤나 흥미롭고, 곡마다 다른 템포와 리듬, 속도와 그루브로 엄청난 다양성/차별성을 꾀하려는 노력은 놀랄만 하다. 여기에 Aftershock, Overcast 와 같은 프로토 멜로딕 메탈코어 시절의 로우한 프로덕션이 더해지며 이 장르를 아는 사람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여 더욱 더 듣는 재미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 더해지는데, 이는 더욱 더 듣는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 역시 빠트릴 수가 없는 이들의, 이 EP 의 장점이다.
허나 아쉽게도 Deviant 는 이 EP 앨범 이후 활동 소식이 없다. 그 점은 아쉽기 그지 없는 감정을 자아내고야 만다. 이 EP What We Bring Forth 에서 들려준 메탈코어 텍스쳐 + 메탈코어 텍스쳐가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장르 믹스와 그로 인한 꽤나 실한 듣는 재미의 존재감은 분명이 이들만의 강력한 무기였고, 그러한 이들만의 개성을 발판 삼아서 자신들의 독창성을 좀 더 갈고 닦는다면 꽤나 의미심장한 메탈코어 쾌작이 나올 것임을 누구나도 생각하게 될 정도로, 그리고 그것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 허나 이 밴드는 이 EP 이후 뭔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사라진 것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7년이나 지난 2013년에 이들의 차후 행적을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 했다. 꽤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한 감정을 자아 낼 정도로 이 앨범은 뭔가가 있었다. 멜로딕 메탈코어를 좀 과하게 깊게 판다면, 꼭 한번 경험 해 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메탈코어 스토커들에게 확실한 재미를 전해 주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을 뿐더라, 꽤 신선한 충격을 자아 낼 확률이 100% 이니까 말이다. 어디가서 메탈코어 오덕 냄새 풍기려면 이 앨범 한장 알아두고 가보는것도 아주 좋다. 그 정도로 “뭔가” 가 있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