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Forbid – Equilibrium (Victory, 2012)

God Forbid – Equilibrium (Victory, 2012)

God Forbid를 어떤 장르로 두어야 하는가? 여기에는 꽤나 많은 논란이 오고 갔다. 밴드의 역사를 통틀어 Metalcore로 봐야 되는가, 변화를 거쳐 현재 음악에 따라 (American) Groove Metal 내지는 Thrash Metal로 구분해야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그렇다. 물론 밴드는 자신들을 Black Metal이라고 표현하지만, Dallas Coyle이 밴드를 떠나고 Matt Wicklund가 가입함으로써 흑인 2명, 혼혈 1명 (Doc Coyle), 백인 2명이 되었으니 이제 그 명칭은 쓸 수 없게 되었다.

Broken Promise뿐만이 아니더라도, Determination(2001) 앨범은 God Forbid라는 이름을 알리기 충분했으나 밴드가 선택한 길은 클린 보컬을 집어넣고 곡을 좀 더 드라마틱하고 멜로딕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Gone Forever (2004)는 과도기적 앨범으로서 Shadows Fall, All That Remains와 비교되며 새로운 노선의 신호탄을 알렸다. 하지만 변신이 좋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았고 Earthblood (2009)에 와서야 밴드의 노선은 겨우 잡혀간다. 미디엄 템포의 곡을 주로 쓴다는 점에서는 All That Remains와 비슷하고 멜로딕한 기타 플레이, 메인 보컬 / 기타 2명의 클린 보컬 하모니는 Shadows Fall 또는 Killswitch Engage와 비슷하다는 평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그들이지만 이 앨범으로 인하여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 Thrash Metal의 리프를 전개하지만 Hardcore를 기반으로 한만큼 적절히 묵직하게 흐름을 탁 쳐주고, 여타 밴드들과 달리 ‘대놓고’ 멜로딕한 리프나 메인 리프에 반전되는 코러스에서의 클린 보컬을 배제한 스타일. 좀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고 재미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야 말로 God Forbid를 설명하기 충분하다. 비록 Earthblood의 경우 곡 구성을 너무 다채롭게 하려고 했거나 청자를 확 잡아 끌 부분이 부족해서 (거기에 라이센스가 안 되어서, 된 것이 기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전작만큼의 인기를 끌진 못하였으나 해외에서는 차트 성적이 최고조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Lamb of God과의 투어 도중 기타리스트/보컬리스트 Dallas Coyle의 탈퇴 선언. 앨범을 홍보하고 전세계로 공연을 다닐 중요한 시기였거니와, 다른 기타리스트이자 Dallas의 형제인 Doc Coyle은 밴드에 남고 Dallas만 탈퇴했기에 더 큰 충격이었다. Dallas와 Doc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Dallas는 가족과 함께, Doc는 밴드와 함께 하기로 하고 새 투어 기타리스트로 Darkest Hour 출신인 Kris Norris를 영입 ? 이것으로 밴드는 불안정한 길을 걸어가게 된다. 끝내 Himsa 출신인 Matt Wicklund가 가입하고, (더 이상 Black Metal 명칭도 못 쓰게 된) God Forbid는 3년만에 신보 Equilibrium을 내놓는다. 새 기타리스트와 함께하는 첫 앨범, Doc Coyle만이 보조 보컬을 하게 된 첫 앨범, 그리고 Victory Records에서의 첫 앨범이다.

앨범 발매 전 공개된 곡은 두 곡이었다. 첫 트랙인 Don’t Tell Me What To Dream과 마지막 트랙인 Where We Come From인데,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분위기가 다르다. 전자는 Earthblood의 스타일을 계승한다 할 수 있고, 후자는 이 앨범의 색을 말해준다 할 수 있다. 한때 Don’t Tell Me What To Dream의 리프를 듣고 Meshuggah, 혹은 그의 추종자들과 비슷한 리프 (영어 다섯 글자로 표현 가능하겠지만 그건 장르가 아니다. 무엇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앨범을 다 들으면 두 번 웃음이 나온다. 첫 번째는 애초에 이들이 꾸준히 해 왔던 리프를 싸그리 부정하기에, 전에 God Forbid가 발표한 앨범을 전혀 듣지 않고 뱉어내는 개소리라고밖에 할 수 없기에 웃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와 비슷한 스타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앨범 내내 묵직한 미디엄 템포가 13개의 곡들을 지배하고 있고, 다행히 Killswitch Engage의 When Darkness Falls라던가, All That Remains의 This Calling이라던가 하는 초반부에 격렬 / 코러스 부분에서 클린 보컬로 반전되는 것은 여전히 없다. Doc Coyle의 역할이 클린 보컬이긴 하지만 코러스를 지배한다는 부분은 찾기 쉽지 않고 코러스 부분에서 보조를 해 준다거나 리드 보컬인 Byron Davis와 주고 받기를 한다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리스너들은 도저히 실력이 늘 기미가 보이지 않는 Byron Davis의 보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스타일이 완성된 만큼 Matt Wicklund의 가세는 밴드의 연주에 +가 되기 보다는 적절한 대체라고 보는 편이 맞다 라고 느끼게 만들 정도로 밴드에 융화된 리프/솔로를 선보이고 있다.
Matt Wicklund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송라이팅으로 그가 단독으로 작곡한 곡은 Scraping the Walls, Overcome, Pages 3곡이다. 이 곡들의 공통점은 첫 부분부터 리스너를 잡아 끌기 충분하게 구성되어 있고 앨범의 곡들 중에서 꽤나 대중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전부터 꾸준히 탄탄하던 곡의 구성은 버리지 않고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여 좋은 곡들은 많았으나 자리를 잡고 꾸준히 들어야 맛이 나는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의 곡들은 저 3곡을 제외하고도 러닝타임을 좀 더 간소화 하고 듣기 조금 더 편하게 하였다. Doc Coyle이 단독으로 쓴 곡들도 대중적이고 클린 보컬이 앞에 나서는 구조를 띄기도 하지만 역대 God Forbid앨범들과 비교해 보면 과한 모습까진 아니다.

정리를 해 보자면 Earthblood에서 완벽히 정립된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되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을 줄인 것이 이 앨범의 장점이요, 몇 개 안 되는 5분 이상의 곡들에서 이도 저도 아닌 구성 (대곡도 아니고 미는 곡도 아니고)가 튀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앨범 내내 Constitution of Treason보다 각각의 곡들을 살리고 Earthblood보단 어렵지 않게 하려고 곡을 맞춘 것이 단점을 더욱 부각시키게 되었다.
시작 전부터 Equilibrium (평형)이 깨진 상태로 새 앨범을 준비한 God Forbid로서는 여정 자체가 큰 곤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 기타리스트의 영입과 조금은 방향을 수정함으로써 새로운 평형을 맞이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혹시 Gone Forever나 Constitution of Treason 앨범을 듣고서 이번 앨범의 자잘한 변화가 Shadows Fall같은 곡들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하는 분들이 있다면 단호히 말한다. 그때보다 곡 더 잘 씁니다.

- Matt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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