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dents – Everything Sucks (Epitaph, 1996)

Descendents – Everything Sucks (Epitaph, 1996)

Descendents 는 빠르고 격렬하며 화가 엄청 나 있으며 매우 진지하기 그지 없었던 80년대의 미국 하드코어 펑크씬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하드코어 펑크의 일반적 이미지와는 거리를 상당히 두었다. 기성 세대와 그들이 가진 사회적 통념들에 대한 분노, 그러한 것들에 대응하는 자신들만의 거칠고 강인한 하드코어 멘탈/애티투드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기성 세대를 향한 분노를 빙자한 칭얼거림, 그러면서도 기성세대 처럼 근사하게 살고 싶다는 투의 황당스런 영악함,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유치하고도 풋풋한 10대 연애 스토리, 먹는 타령, 펑크락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과연 펑쓰가 맞는가 하는 의문감 표출 등 웃음을 유발 할 만한 비-펑크적 주제를 던져댔고, 음악적 요소 역시 그에 맞춰서 유쾌한 성향의 멜로디가 담긴 스피디한 펑크 사운드를 추구했다. 이들의 과도한 유쾌함은 진지한 하드코어 펑크 바닥에서 배척 될 만한 요소였지만, 컬트적 인기를 지닌 캘리포니아 하드코어 펑크씬의 유명인사가 되는 결론을 맞이했다. 아니,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던져대는 유치한 주제 뒤에는 과도한 펑크락 애티투드에 대한 블랙유머가 숨어 있었으며, 또한 기성 세대의 나쁜점에 대한 비판을 하되 본 받을점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펑크적 방법론으로 인정 및 존중이 있었다. 이들은 가벼운 외형과는 달리, 진지한 내면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두가지의 컴비네이션은 다소 딱딱한 하드코어 펑크씬의 분위기에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주제는 하드코어 펑크씬의 주 구성원인 10대들이 한껏 웃어 제끼면서 공감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들 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때 부터 이들은 미국 펑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Descendents 이 첫번째로 선보인 그들만의 유쾌한 펑크선언은 놀랍게도 마지막이 될 계획이었다.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이 밴드의 유쾌하고도 진지한 팀 컬러의 핵심이 된 Milo Aukerman 은 첫 앨범이 나올 즈음에 대학에 (!!!) 입학하게 되었고, 밴드는 해산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대학진학을 기념 한다는 의미를 담기도 한 첫 풀렝스 Milo Goes To College (1982) 는 허를 찌르는 독창성으로 엄청난 언더그라운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에 고무받은 Milo 는 학업과 더불어서 밴드를 병행하는 투혼(?) 을 발휘하게 된다. 이는 1988년까지 이어진다. 밴드는 승승장구 했지만 보컬 Milo 가 이번에는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 박사과정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더 이상 밴드 활동은 할 수 없게 되었다. Milo 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ALL 이라는 새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 커리어를 이어간다. 그렇게 Descendents 는 4장의 정규작과 2장의 라이브 앨범, 1장의 베스트 앨범을 남기면서 80년대 펑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사라져 갔다. 그로부터 9년후이자 80년대 팬이 아니라면 그 이름을 기억 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한 1996년, Descendents 는 Everything Sucks 라는 새 앨범을 들고서 별안간 돌아왔다.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말이다.

Descendents 의 컴백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리고 일어 날 수 없는 수준이었다. Milo 는 대학원 진학 후에는 음악계 관련 이슈가 전혀 없었고, 나머지 멤버들의 새 밴드 ALL 은 7번째 앨범인 Pummel (1995) 를 통해서 메이저 데뷔를 갓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것이 순식간에 일어나 버렸다. ALL 은 야심찬 메이저 앨범 데뷔와 더불어 메이저 레이블측의 프로모션 포기로 인해 결별을 선포했고, Milo 에게 넣은 Descendents 의 재결성 제안은 순식간에 OK 사인을 얻어냈다. 게다가 80년대 후반부터 프로듀서로 활약하기 시작한 드러머 Bill Stevenson 의 리드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바로 새 앨범 녹음에 들어갔으며, 이 소식을 들은 펑크 전문 레이블 Epitaph 는 이들에게 바로 딜을 제시하여 앨범 발매 확정까지 이르른다.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Descendents 가 컴백을 선언한 시기는 펑크락 역사에 있어 대표적인 논란적 시기이기도 했다. Green Day 와 The Offspring 의 힛트로 인한 펑크락의 메이저 진출 성공, 그 성공으로 인해 발생 된 “그 둘만이 펑크의 전부인 줄 알고 떠드는” 어린 팬들의 급증, 그리고 “그러한 밴드들이 성공하기 전까지 있었던 각 지역의 펑크락 히어로들의 꾸준한 등장, 그들을 키우는데 열과성을 다한 레이블들, 그 두 세력의 완벽한 윈윈 전략으로 인한 인프라 구축과 성장, Green Day 와 같은 인기밴드가 그러한 팜에서 탄생 된 것임을 아는” 펑크 올드비들의 강력한 비판이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Descendents 가 보여 준 80년대 유산들은 훗날 “팝펑크” 의 원조가 되던 그것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아수라장속에 몸을 다시 던진다는 것은 원하던 것이던, 아니던 간에 “원조가 무엇이 진짜인지 보여준다” 라는 명제와도 이어졌다. 그들의 컴백은 책임이 막중했고, 논란을 가속 시킬 만한 것이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1996년에 9년만의 신작이자 컴백작 Everything Sucks 가 발표된다.

Everything Sucks 는 무엇보다 “팝펑크의 원조” 로 평가받는 그들다운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앨범이다. 일단 왕년에 보여 주었던 유쾌함이 첨부 된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의 에너지는 (그들이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폭발 해 대며 유쾌한 매력을 쉴 새 없이 뽑아낸다. 그들의 컴백은 펑크/하드코어 올드비들이 원하는 그 에너지의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80 하드코어 노스텔지어의 부활” 이상의 음악적 야망 또한 빛나는 앨범이기도 하다. Everything Sucks 는 스피드의 대폭발 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캐치한 악곡과 연주,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의 다양한 구비를 통한 대중성에도 꽤나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이다. 마치 90년대 펑크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성은 시대의 대세에 묻어 가려는 꼼수와는 거리가 먼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앨범은 대중적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의 대명사 Descendents 의 부활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Descendents 사후의 밴드인 ALL 의 스피드 배제/멜로디 위주의 팝펑크 공식도 버리지 않고 이 앨범에서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Milo 의 나머지 멤버들은 조용히 쌓아 온 자신들만의 작곡 및 연주 능력/센스를 Descendents 의 스피드와 에너지에 대입 하였고, 그 결과는 꽤나 놀랄만 한 수준으로 귀결되게 된다. 팝펑크 특유의 스피드와 에너지, 아기자기한 멜로디, 뛰어난 곡 구성과 연주 패턴의 완벽한 배치/조율은 팝펑크의 역사상 최고의 결과가 나왔으며, 직선적인 곤조와 아기자기한 매력의 공존은 올드비 펑쓰와 어린 펑크 팬들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융화적인 결과물도 나름 나오기도 했다.) 또한 Descendents 하면 생각나는 가사적인 부분도 여전히 빛을 발휘 한 다는 사실도 빠질수가 없다. 듣는 순간 실소를 금치 못할 유치/유쾌한 가사의 대폭발에 의한 매력의 부활은 물론이거니와, 30대 중반 즈음에 이르른 나이와 더불어서 새로이 등장한 진지한 인생관적인 이야기들의 적절한 배치는 새롭고도 그들다운 아이덴티티로 빛난다는 점 빠질 수 없겠다.

그리고 연주적인 부분의 강점도 존재한다. 무려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만만찮은 레벨로 말이다.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Descendents 해산 직전의 나왔던 앨범 ALL (1987) 에서부터 범상찮은 기타 실력을 뽐냈던 Stephen Egerton 은 이 앨범을 통해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Stephen 은 Descendents 가입 당시부터 기괴한 멜로디와 복잡 미묘한 리프 창출에 꽤나 재능이 있었고 (오죽하면 최근에 펑크 인스트루멘탈 밴드인 Sloder 를 결성해서 활동 하겠는가?), 그가 보여 준 리프/멜로디는 현재의 매스코어/케이오틱 하드코어 스타일의 프로토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기도 했다. 또한 새 밴드 ALL 에서 갈고 닦아 온 고전 기타팝적인 캐치한 멜로디 창출 능력과 송라이팅 재능도 대단했다. Everything Sucks 에서는 최고조에 달한 그의 두가지 플레이를 모두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재능에 탑재 된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스피드는 더더욱 그의 음악적 커리어 하이 및 펑크 역사에 길이 남는 기타 플레이 테크닉을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펑크가 지닌 연주 테크닉적인 비아냥을 박살 낼 만한 테크닉을 보여준다는 점은 매우 놀랄만한 부분이다. 드러머 Bill Stevenson 의 실력 또한 귀 귀울여 들을만한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Descendents 와 ALL 뿐만 아니라,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가장 테크닉한 연주를 펼친 Black Flag 의 중후기 멤버로써도 임팩트를 크게 남긴 그는 Stephen 과 마찬가지로 그의 연주 커리어의 최고조를 보여준다.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직선적 드러밍은 당연히 뛰어나며, 뛰어난 리듬웍의 남다른 감각, 리프와 보컬 라인의 흐름을 돋보여주는 터치와 엑센트의 센스는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괜히 Modern Dummer 같은 전문지에도 나오신게 아니다!) 특히 캐치한 보컬 라인의 흐름에 맞춰 주는 엑센트는 드러밍으로 보컬 코러스를 해 주는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센스의 극을 보여준다. 베이시스트 Karl Alvarez 도 만만찮다. Stephen 과 Bill 만큼의 평균 이상의 기량과 센스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두명을 보좌하는 플레이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는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또하나의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이 앨범의 부가적 장점인 뛰어난 프로듀스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 앨범을 즐기는 레벨을 넘어서 탐구하는 레벨에 들어 간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앨범의 프로듀스는 드러머인 Bill Stevenson 이 담당 하였는데, 그는 Descendents 의 커리어와 함께 프로듀서로의 커리어도 병행 했으며 Black Flag 의 앨범 역시 매만진 바 있었다. Everything Sucks 는 프로듀스 능력에도 본격적인 재능폭발을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적절한 비율로 공존하는 지저분함과 깔끔함은 펑크락의 에너지와 레코딩 결과물로써의 목적 모두를 달성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Everything Sucks 가 지닌 직선적인 면과 아기자기한 면의 공존의 매력을 더욱 근사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기도 하다. 또한 이 앨범을 기점으로 그에게 많은 팝펑크/하드코어 밴드들의 프로듀스 오퍼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Lagwaon, MxPx, Bodyjar, Good Riddance, The Suicide Machines, Useless ID, Comeback Kid, FC Five, Rise Against, The Bouncing Souls, Propagandhi, The Casualties 등 수많은 아이콘 밴드들이 바로 그 오퍼를 넣은 주인공들이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 싶다. “Bill Stevenson 의 프로듀스” 혹은 “Bill Stevenson 의 스튜디오 The Blasting Room 에서의 작업” 은 뛰어난 펑크락 프로듀스의 브랜드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런 명성의 진정한 시작이 Everything Sucks 라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좀 깊게 듣는다면 이 또한 빠질 수 없는 이 앨범만의 장점이다.

Everything Sucks 는 그저 “80년대 아이콘의 컴백” 수준이 아니었다. 팝펑크의 원조이자 80년대 펑크 아이콘 다운 강렬한 에너지, 그 어떤 90년대 펑크보다 뛰어난 재능의 송라이팅/연주/멜로디 창출능력,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펑크/하드코어 이상의 연주 테크닉, 그러한 것들의 매력을 몇 배 더 살려주는 완벽한 프로듀스까지, 완벽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앨범이었다. Everything Sucks 는 “팝” 이나 “대중미” 를 머금은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최고의 음악적 결과가 담긴 결과물이며, 그와 동시에 펑크의 레벨을 넘어서 기타팝 및 밴드 음악 레벨에서도 길이 남는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물을 남긴 앨범이라는 평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명작중의 명작인 것이다. Descendents 는 팝펑크의 파이오니어인 동시에, 팝펑크의 정점을 찍은 밴드로 기록 될 수 밖에 없다. 전자가 80년대의 앨범들에서 발견 된다면, 후자는 이 앨범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 두가지가 합쳐진다면? Descendents 와 Everything Sucks 의 넘버원 이론은 진리가 된다. 또한 90년대 펑크 중 최고라는 이론에도 적용된다.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이를 넘어서 펑크락의 40여년의 역사를 진지하게 논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논한다면, 이 앨범은 다섯 손가락에 들어 가고도 남는다. 이 또한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고는 이 앨범의 활동 이후 밴드는 또 다시 기약없는 휴업에 들어간 것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왜냐면 8년후에 또 한번의 예상치 못한 컴백 앨범 Cool To Be You (2004) 에서 또 한번의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앨범 활동 후에도 바로 기약없는 휴업에 들어가지만 그 또한 문제 없다. 왜냐면 2010년에 또 갑자기 컴백해서 라이브 활동을 지금도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의 나이는 40대 후반이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그것 또한 이들이 전설의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의 원동력으로 Everything Sucks 가 존재한다. 그리고… 아 이제 그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이들은 정말 완벽하다. 그것만 알면 된다. Everything Sucks 가 그 증거의 모든것을 보여준다. 끝!

- Mike Villain


I’m Th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