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 Eat World – Damage (RCA/Dine Alone, 2013)
Jimmy Eat World 는 굉장하디 굉장한 밴드다. 하드코어의 프록/엑스페리멘탈 버전이었던 이모코어가 인디락/기타팝을 장착하여 이모 (Emo) 로 변하며 장르의 패러다임을 재정의 할 때 선두에 섰던 밴드중에 하나였고, 그러한 밴드들의 음악적 발전과 상업적 성공에서도 선두에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이모라는 장르가 메이저 기획물로 (좋은 변화였던지, 나쁜 변화였던지 간에) 변화 할 때 역시 선두에 있었고, 그로 인한 과대 평가-인기가 하락-음악적으로 튼실한 밴드만 남게 됨이라는 자연스런 섭리에 의해 물갈이가 될 때에도 이들이 음악적 선두에 서며 분위기를 좋게 이끌었었다.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모의 실력/상업적 거품이 빠지고 나서도 버텨주던 밴드 중에서도 탑급이었고, 이모가 이래저래 바뀌어도 & 인기가도에 누가 있던간에 음악적으로 탑급이었으며, 현재 조용하고도 튼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예전의 이모의 이미지와 선을 긋는듯한 “이모의 차별화와 발전” 에서도 탑에 위치하고 있다. 꾸준한 퀄리티와 판매고를 보장하는 밴드로도 최고다. 악의적인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모라는 음악의 한계성을 가지고 이들은 지금까지 19년의 커리어와 8장의 정규작, 끈질긴 메이저 필드에서의 서바이벌 미션 성공을 기록하고 있는 진정한 생존왕이다. 특히 음악적 퀄리티와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밴드로는 유일무의 하기에 더더욱 이 밴드의 존재감은 빛난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Jimmy Eat World 는 올해도 신작을 발표했다. 신보의 존재는 음악의 호불호를 따라서 경이롭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모라는 다소 마이너틱한 음악 장르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2-3년간의 텀 안에서, 한마디로 쉬지않고 활동을 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을 것 이라는 예상, 그리고 그 예상에 딱 맞게 행해지는 자기 복제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기타팝 사운드와 신보다운 적절한 새로움을 꾸역꾸역 만들어 내고야 마는 조용한 경이로움을 계속해서 보여주기에 절대로 이 밴드를 허투루 취급 할 수가 없다. 2013년 Damage 는 “아직도 하나?” 라는 생각보다는 “얼마나 놀래켜 줄 것인가?” 에 포커스를 맞춰야만 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신작 Damage 는 별로 새로울 것 없지만, 나지막한 감탄사를 뱉을 정도의 평균치 이상의 음악적 퀄리티를 또 한번 보장 해 주고야 마는 앨범이다. 최근들어 기타팝적인 코드가 강해졌는데, 신작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뻔한 메이저 기타팝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장르가 모호 해지는 실수는 행하지 않는다. 밴드는 활동 초기부터 이모 밴드지만, 기타팝 밴드로도 취급해도 좋을 정도로 장르적 매력과 비-장르적 대중적 코드를 잘 버무려 양쪽 모두 어필 할 수 있는 이들만의 허허실실한 무기를 만들었지 아니한가? (Bleed Amercian (2001) 앨범이 플래티넘을 기록 할 수 있던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코드를 또 한번 이어간다. 전작 Invented (2010) 에 이어서 어쿠스틱한 코드가 주가 되고 있으며, 전형적인 일렉트릭한 곡들도 절반 남짓 되는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기타팝의 전통을 이어가는 코드를 지금까지 추구 해 왔지만, 신작은 90년대 영국 기타팝적인 느낌을 자아 낼 정도로 그 당시의 스타일/바이브가 꽤나 살아있다. 이 앨범의 오묘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새로운 스타일이며 Elvis Costello And The Attractions, The La’s, Echo And The Bunnymen 등 양질의, 그리고 Jimmy Eat World 의 소박한 기타팝에 어울리는 심플하지만 깊이 있는 색다른 기타팝의 엑기스가 멋지게 작렬한다. 신작을 통해서 밴드는 지금까지 이 밴드의 진정한 호평의 원동력인 “크지는 않지만 신보 다운 새로움” 을 계속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진정한 강자로의 재증명에 성공 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 앨범 및 밴드의 문제는 작곡 퀄리티가 전작만큼 아니라는 점이다. 2-3년의 텀마다 새 앨범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은, 결국 아이디어의 고갈로 이어지는 법인데, Damage 앨범에서 그러한 것이 꽤나 많이 보여지고야 말았다. 전작 Invented 까지만 해도 그러한 느낌은 크지 않았다. 허나 조짐은 보였다. 쉬지 않는다는 점은 언젠가 앨범 퀄리티의 저하와 이어질 것은 그저 시간문제였고, 결국 신작에서 그것이 터지고야 말은 것이다. Jimmy Eat World 의 또 다른 장점인 굉장한 흡인력의 대중적 훅은 본작에서 유난히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이도 곡 전체가 아닌, 절반의 곡들에서만 그러한 점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좋은 곡은 여전히 좋고, 아닌곡은 아싸리 영 아니라는 말이다. 드디어 밴드에게 한계가 왔다. 그러나 이 앨범을 졸작이라는 투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쉬지않고 8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도 절반 이상의 비율을 평타 이상으로 거둬내고야 마는 저력으로 느껴 질 정도로 지금까지의 페이스가 굉장히 좋았고, 하락세는 있을지언정 그 매력을 그래도 어느정도 보여주고야 말기에 그러하다. 드디어 하락세다. 하지만 박수를 보낸다. 베테랑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퇴장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아쉬워도 흐뭇해지는, 그러한 앨범 되겠다.
- Mike Villain
I Will Steal You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