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ly November – In Currents (Rise, 2012)

The Early November – In Currents (Rise, 2012)

Further Seems Forever, Thrice, Dashboard Confessional, Taking Back Sunday, Coheed And Cambria 와 같은 밴드들이 이모라는 음악이 (애들 및 게이나 듣는 음악이라는) 취향적 비난과 (메이저식 기획상품 남발에 의한) 음악적 비난을 살 수 있어도, 다양한 음악적 관점으로 뛰어 날 수 밖에 없는 깊이 있는 음악임을 증명 한지도 꽤 오래다. 그리고 그러한 레전드 밴드 카데고리에 The Early November 는 무난하게 들어가고도 남는다. Further Seems Forever 가 제시한 이모 사운드의 전통적 기준을 이어 나가는 밴드인 동시에, Thrice 나 Coheed And Cambria 와 같이 이모가 가진 음악적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서브 장르로 근사한 발전을 해 나가는 밴드이기도 한 존재가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단함은 더블 앨범이자, 3부작 구성, 기타팝에 뿌리를 둔 정통 이모, 어쿠스틱 스타일의 이모, 엣모스페릭/프록/인디락/기타팝 스타일로도 큰 재능을 보였던 그들의 두번째 풀렝스 The Mother, The Mechanic And The Path (2006) 한장만으로 간단히, 그리고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은 크게 칭송받는 존재는 되지는 못했다. 너무나도 의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단한 앨범을 만들어 내고, 높은 평가와 괜찮은 차트 성적을 거두며 멋지게 출발 했지만, 밴드는 각 멤버들의 이탈로 빠르게 산산조각 나며 조용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명성과 부를 얻을 시점에 밴드는 박살 나 버렸고, The Early November 라는 뛰어난 밴드는 이모를 좋아하던 그 당시의 10-20대의 어느 정도만 기억하는 밴드로써 시대의 저편으로 페이드 아웃 당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6년만에 돌아왔다. 밴드의 공중분해 후 리더이자 브레인인 Arthur Enders 는 솔로 활동에 매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는데, 그 시점에서 그는 우연찮게 전 멤버들에게 연락하여 점심이나 한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점심한끼는 바로 “The Early November 의 재결성” 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재결성을 트위터에 알리는 동시에 새 앨범 제작에 들어갔고, 이는 In Currents 라는 이름으로 2012년 7월에 발매된다. 그리고 이들은 6년의 공백이 아무렇지 않은듯이 엄청난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12곡 구성의 앨범 한장으로 말이다.

신작 In Currents 는 단순히 컴백작이 아니다. The Early November 가 6년전에 보여 주었던 이모의 모든것과 그 카데고리를 넘은 음악적 기량과 센스, 그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무서운 야심을 보여주는 토탈 패키지이다. Further Seems Forever 대표되는 모던락 뼈대의 심플한 감성 기타팝의 전통을 보여주며, 그러한 모던락-이모-기타팝을 넘어서 포크, 인디락, 로파이 코드, 엣모스페릭, 프록, 신디사이저/프로그래밍이 쓰이는 다양한 장르 기법이 기타팝적 뼈대를 무너트리지 않고 다양하게, 균형있게 작렬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 놀라운 점은 기타팝의 화성악적 구성, 엣모스페릭/프록 스타일의 추상적인 구성 모두가 극에 달한 센스를 발휘 한다는 점이다. 그와 더불어서 과거 스타일의 이모와 현재 스타일의 이모의 장점을 모두 발휘 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In Currents 앨범은 Further Seem Forever, Taking Back Sunday, Thrice 가 가진 시대적 특징과 음악적 특징,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이모 음악의 미래상을 모두 구사 해 버리는 야심찬 앨범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저질 짜집기가 아닌, The Early November 만의 오리지널리티로 결론지어 버린다는 점 역시 귀 귀울일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이모 음악이 가진 “감성을 발휘하기 위해 다소 작위적으로 짠 감성 폭발의 곡 구조” 를 시도했다면, 이들은 이를 배제하고 무덤덤 한 느낌마저 전해주는 심플하다 못해 초라한 곡 진행만을 추구해도 대단한 감성 코드가 조용하고도 화려하게 터져 버릴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이는 앞서 말한 The Early November 만의 오리지널리티의 핵심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미드-슬로우 템포로 덤덤하게 진행되어 듣는 재미가 꽤나 없을법 하지만, 이모를 조금만 다양하게 경험 했다면, 이모가 생각보다 스피릿적으로, 음악적으로 탄탄함을 약간이라도 이해 했다면 이들의 방향성에 엄청나게 놀라게 되고, 끝까지 긴장감 있게 그것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작 The Mother, The Mechanic And The Path 의 이모-포크-프록의 분리적 표현을 한장의 앨범, 아니 한 트랙 한 트랙 마다 토탈 패키지로 작렬 시키며 지금까지 자신들이 벌여 놓았던 장르-스타일 믹스쳐의 시도를 완벽하게 종결 시켜 버린다는 점도 굉장한 부분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앨범은 이모가 가진 장점의 모든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90년대 초반 스타일의 장점, 2000년대 스타일의 장점, 그리고 이모가 지닌 음악적 한계를 넘어선 또 다른 장르로의 변화에 의한 또 다른 장점까지 전부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앨범은 컴백 앨범이 아니다. 이모 음악의 레벨을 몇단계 올려 버리는 이정표와도 같은 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모라는 음악이 이런저런 비난받고 조롱받을 요소가 충분하지만, 음악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The Early November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더욱 발전 된 모습으로 그것을 보여준다.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Frayed In Dou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