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s Series #16] The Geeks 활동 15주년 축하 및 두번째 신작에 대한 회고
1. “더 긱스” 를 입으로 직접 발음 해 보거나, 한글로 써 본다면 이적/한상원의 훵크 프로젝트였던 Gigs, 혹은 요즘 엄청 잘 나가는 잘생긴 힙합듀오가 더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대중적 인지도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적인 부분으로 넘어 간다면 확실히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 시티 하드코어 펑크 밴드 The Geeks” 는 15년이란 긴 시간동안 쉬지 않고 활동 해 왔고, 지금까지 2장의 정규작, 다수의 데모-EP-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참여, 해외 레이블에서의 음반 발매와 본토 펑크/하드코어 팬들의 인정, (2번의) 미국 투어, 동남 아시아 투어, 일본 투어 등 해외 활동을 통해 각별한 월드와이드적 인지도를 확보 한 바 있다.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하드코어 펑크 밴드 더 긱스가 최고” 되겠다. 반박은 당연 불가다.
2. The Geeks 는 1999년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결성 되었다. 99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펑크/하드코어는 매우 매니악한 장르이자 문화였다. The Geeks 는 한국 펑크/하드코어 음악 및 문화 소화능력에 비하자면 매우 무리였던 스트레이트 엣지 (Straight Edge) 스타일을 시도했다. Minor Threat 라는 밴드로 부터 시작된 매우 격렬하고 빠르지만 곡 제조 센스와 연주력에 있어서 매우 딥 했던 음악적 스타일, 락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필수불가결로 빠져드는 음주, 마약, 섹스 등 무분별한 삶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반대/근절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 전파를 행하던 펑크 장르인 동시에 사회활동 이었던 그 장르 말이다. The Geeks 는 80년대 초반의 하드코어 펑크의 원초적인 격렬함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었고, 라이브 중간중간에 스트레이트 엣지 사상에 걸맞는 멘트를 언제나처럼 첨부하고 청자들의 마인드를 뒤 흔들었고, 이러한 이들만의 자신만만함은 The Geeks 라는 밴드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본격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
3. The Geeks 라는 밴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던 시점은 2004년에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From The Start 였다. 결성년도인 1999년 부터 2004년까지의 음원을 담은 일종의 베스트 앨범인 From The Start 는 2000년에 발표한 데모, 2001년에 발표한 일본 나고야 출신의 밴드 In My Pain 과의 스플릿 앨범인 Together As One 의 음원을 비롯, 다양한 국내외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 트랙들과 일본에서의 라이브 부트랙 음원 등을 모은 이 앨범은 프랑스의 레이블인 Kawaii Records 를 통해서도 발표 되었는데, 이 앨범이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The Geeks 를 세계적인 밴드로 만드는 원초가 되었다. “동양에서도 하드코어 펑크 밴드가?” 하는 놀라움을 넘어서, “서양쪽에서도 이제는 찾기 힘든 80년대 초기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를 동양 찬구들이 제대로 하다니!” 하는 감탄을 이끌어 내었고, 이 컴필 앨범을 기점으로 The Geeks 는 크지는 않지만 꽤 임팩트하게 세계의 하드코어 네트워크 내에서 “숨겨진 명 밴드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게 된다.
4. 여기서 From The Start 를 발표 한 Townhall Records 에 대해 아니 거론 할 수 없다. Townhall Records 는 한국의 네임드 하드코어 매니아인 황규석씨가 설립한 레이블로, “The Geeks 의 앨범을 내 주기 위해 탄생 된 레이블” 이라는 뒷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The Geeks 의 앨범을 시작으로 Things We Say, Burn My Bridges, Combative Post 등 다양한 국내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의 앨범 발표와 FC Five, Bitter End, Madball, No Turning Back 등 해외의 명 밴드들의 작품들도 라이센스로 선보였고, 다양한 해외 밴드들의 내한공연 성사 역시 해낸 연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The Geeks 와 동고동락 하는 사이라는 점은 중요하겠다. 밴드와 레이블 모두 올해로 15주년 이기도 하고 말이다.
5. 세계의 다양한 하드코어 커뮤니티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아 온 밴드는 2005-2006 에 이르러 본격적인 반등을 이루게 된다. EP 앨범을 준비중에 있던 The Geeks 는 놀라운 오퍼를 받게 된다. 미국의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이자, 스트레이트 엣지 계열의 하드코어 펑크를 전문적으로 발표하던 Think Fast! 측에서 미국 발매 딜을 제시한것이 그것이다. EP 앨범이자 The Geeks 의 첫 정식 발매작인 What’s Inside (2005) 와 첫 정규 앨범인 Every Time We Fall (2006) 은 그렇게 미국 시장에도 발표 되었고, 크지는 않지만 하드코어씬 내부에서는 꽤 인지도 있던 Think Fast! 의 네임벨류와 맞물려 From The Start 앨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의 하드코어 펑크씬에 그 이름을 크게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밴드는 이 당시에 한달여간의 미국 투어를 행하게 되었고, 이는 The Geeks 에게 큰 자산이 된다. 큰 규모가 아닌 클럽에서의 순회 공연이었고, 밴에 직접 장비를 실고서 먼 거리를 운전하며 행하던 하드한 스케쥴이었지만, 매 공연마다 만들어지는 호평적 분위기는 꽤 뜨거웠다. 마이너한 음악일수록 본토의 하이 레벨 애호가들의 입맛을 맞추기란 너무나도 어렵지 않던가? 또한 동양에서 온 마이너한 음악하는 밴드라면 무의식적으로 까내리고 보지 않던가? The Geeks 도 그러한 패널티를 짊어지고 미국에서의 음반 발매/투어를 행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동양 친구들” 이라는 문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The Geeks 는 뛰어난 하드코어 펑크를 음반과 라이브에서 제대로 선사했고, 2000년대에 매우 보기 드문 올드한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인정받고, 호평받게 되었다.
6. The Geeks 의 미국에서의 음반 발매와 투어에서의 높은 호응은 한국 음악 역사에 있어 쾌거 그 자체라고 평가하고 칭송해야 옳다고 생각된다. 많은 뮤지션들이 “해외진출” 을 천명 했지만, 팝이건 인디건 누구나 할것없이 “국내 홍보를 위한 고액의 해외 나들이”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고 음악적으로 인정 받기에 해외에서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 한다면 오산이다. 해외에는 굳이 한국 음악을 안 들어도 될 정도로 수많은 양질의 음악들이 건재하다. 국내의 인기 음악가, 엔터테이너들이 해외의 음악 수준만큼 하던가? 그만큼 전략적으로, 퀄리티적으로 노력한 모습이 보이던가? 아니었다. 다 허당이었다. 국내에서 남다른 아티스트로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질 낮은 프로모션일 뿐이었다. 그러나 The Geeks 는 달랐다. 그들의 해외 진출 규모는 “하드코어 펑크씬” 이라는 매우 작은 문화권 이었지만, 본토 친구들도 감흥 받을만큼 제대로 된 것을 구사했고 다양한 동양 출신 패널티를 짊어 지고서도 인정 받는데 성공했다. 제대로였던 The Geeks 의 해외 진출은 작지만 의미가 깊은, “진정한 의미의성공” 이었다. 해외 하드코어 공연에 간 동양인이 등장하고,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다가 성립되면, 다음에 나오는 말은 “야 너 The Geeks 아냐? 걔네 죽이던데!” 는 이미 여러번 잘 알려진 간증이기도 하다. The Geeks 야 말로 해외진출 성공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칭송 받아야만 옳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한국의 문화계 언론의 상황은 매우 부당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해외에서의 작지만 의미있는 성공은 한국 대중음악 및 한국 펑크/하드코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7. 해외에서의 조용하지만 깊은 명성의 원동력인 데뷔 풀렝스 앨범인 Every Time We Fall (2006) 을 따로 거론하지 않을수가 없다. Every Time We Fall 은 The Geeks 가 해오던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그대로를 담은 동시에, 그 80년대 스타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인상 깊은 음악적 결과물을 잘 만들어 낸 앨범이었다. 이들이 구사하던 Minor Threat, Youth Of Today 스타일의 하드코어 펑크는 변화가 없는, 변화를 해서는 안되는, 변화를 해도 한계가 있고 음악적 결과물이 그렇게까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한마디로 매니악 할 수 밖에 없는 장르였다. Every Time We Fall 은 그러한 매니악한 패널티를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해외의 유수 밴드들 보다도 더 나은 모습의 개선과 발전을 해 내는데 성공했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앨범이 발표 된다면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음” 이라는 자연스러운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었다. 이는 2번째 앨범인 Still Not In This Alone 에서 좀 더 구체화 된다.
8. 하지만 Every Time We Fall 에서 받은 탄력은 본격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차기작 Still Not In This Alone 이 무려 8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그 8년의 시간동안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여 신곡도 제공하고, 공연도 지속적으로 하였지만, 8년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각 멤버들의 생업 종사, 결혼으로 인한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그래도 The Geeks 는 지속적인 라이브 활동을 통해 좋은 페이스를 계속 유지 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SXSW 와 같은 해외 유수 페스티벌의 참여 (이 과정에서 한국 Billboard 사이트에서의 소개라는 쾌거도 달성하기도!), 동남아 투어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계속 증명 해 나갔다. 8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신작 Still Not In This Alone 은 발표 되었고, Every Time We Fall 에서 보여준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특유의 매니악한 매력의 증명과 이를 벗어나려는 노력과 이상적인 음악적 결론 창출의 성공은 예상대로 멋지게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신작이 발표 된 2014년은 이들의 15주년이기도 하다. 한국 펑크/하드코어의 시작점에서 출발, 수많은 밴드들과 한국 펑크의 명소와 팬들의 사라짐 사이에서도 계속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한국 음악사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인기” 라는 평가 기준이 너무나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 한국이라는 곳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확고히 하고 있는 장인인 The Geeks 의 15주년을 축하하며, 이 미흡하기 그지 없는 찬양글을 바친다. 20주년, 25주년, 30주년때 다시 봤으면 한다. 꾸준함에서 비롯되는 매력이야 말로 The Geeks 의 여러 매력 중 최고의 매력이기에 말이다. 계속 The Geeks 를 응원하고 있겠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