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eks – Still Not In This Alone (Townhall/Think Fast!, 2014)
1999년 결성, 2001년에 일본의 하드코어 밴드 In My Pain 과의 스플릿 앨범 Together As One 발표로 본격 데뷔, 한국 최초의 스트레이트 엣지 (Straight Edge) 밴드로의 기록을 남김. 2000-2004년에 발표한 데모/라이브 & 컴필레이션 참여 음원들을 모은 컴필이션 앨범 From The Start (2004) 발표, 이 컴필을 통해 세계의 하드코어 펑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에도 스트레이트 엣지 밴드가?” 라는 반응과 동시에 “Youth Of Today 의 부활이다!” 라는 호평을 얻어내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 이 명성을 근간으로 미국의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전문 레이블인 Think Fast! Records 와의 레코드 딜을 성사하게 되며, 월드와이드 밴드로의 발판을 마련. 데뷔 EP What’s Inside (2005), 첫 풀렝스 Every Time We Fall (2007) 를 연달아 발표하며 월드와이드 인지도를 확보. 미국, 동남아 투어를 통해 한국 및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로 올라섰으며, 동양 밴드가 서양의 매니악한 장르를 시도하여 본토에서의 호평을 얻어 낸 매우 드문 사례로 기록도 남기며 “음악적인 부분으로의 해외 진출 성공” 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함. 이것이 The Geeks 의 간단하고도 영광스러운 바이오그래피 되겠다. 그리고 The Geeks 는 정말 오랫만의 신작이자, 밴드의 1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기도 한 Still Not In This Alone 을 발표했다.
2014년 신작인 Still Not In This Alone 은 무려 8년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8년간의 앨범 공백 사이에는 두번의 미국 투어/공연, 동남아 공연 등 많은 라이브 활동적 성과가 있었지만, 8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신곡은 너무나도 없었기에 (라이브 셋리스트의 과도한 정체는 이 밴드의 큰 문제이기도 하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위기 상태” 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하게 만들기도 했다. 신작에 대한 밴드의 음악적 책임감이나 부담은 꽤 무거운 편이며, 그 무거움은 평균 이상의 좋은 모습을 어느정도 더 보여 주어야만 한다는 사실과도 이어진다. Still Not In This Alone 앨범은 월드와이드 네임벨류를 지닌 아시아 하드코어 프라이드의 컴백이라는 기대감, 이 앨범이 나오기 까지의 음악적 창조 부분의 과도한 부재로 인해 불안감을 동시에 전해주는 오묘한 앨범이다.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대충 예상되는데… 과연 어찌 돌아가게 될 것인가?
일단 8년만의 신작 Still Not In This Alone 은 8년이라는 시간동안 서서히 쌓여왔던 The Geeks 라는 밴드의 음악적 불안감과 의문감을 날려 버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첫 데뷔 풀렝스 Every Time We Fall 에서 많은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밴드들의 여러 기본 뼈대가 되는 밴드들 중 하나인 Youth Of Today 의 스타일을 십분 활용 하면서도, 몇몇 곡을 통해서 The Geeks 만의 개성 창출 & YOT 스타일의 모던화에 대해 서서히 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Still Not In This Alone 은 바로 그러한 음악적 변화에 대한 준비가 본 앨범의 주체가 된다. 멜로딕 하드코어에서나 볼 법한 이모셔널한 멜로디 라인의 사용, 그러한 멜로디 구사를 통해 적절히 구비 해 둔 모던한 분위기, 데뷔 EP 를 발표 하면서 사라졌지만 다시금 여기저기 저기서 폭발하고 있는 초창기 쓰래쉬코어적인 스타일의 재시도 & 데뷔 풀렝스에서의 새로운 스타일과의 적절한 조합 등이 새 앨범의 특징이다. 어느정도 예상 되었던 새로움과 예상되지 않은 새로움이 잘 구비 된 모습이라 할 수 있으며, 모던함, 여전함, 격렬함 등 다양한 맛을 한껏 재미지게 맛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단점도 있다.. 모던한 하드코어, 멜로딕 하드코어, 쓰래쉬코어적 코드 등 다양한 것들을 십분 활용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음악적 시도를 기반으로 한 변화상에 비해, 곡의 흐름들은 과거 스타일에 대한 재탕을 좀 과하게 행하고 있다. 그 점은 분명한 단점이며, 신작에서 보여 준 강렬한 개성 구비와 이를 기반으로 한 발전성공이라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그 아쉬움의 강도는 증폭된다. 새롭고 발전적인 The Geeks 의 음악적 코드 & 기타 애드립의 엄청난 기발함에 비해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과거 곡 구조 참고는 어울리지 않으며, 의문스러운 아이러니함마저 자아낸다. 예전의 밴드색을 그대로 둔 곡 구조를 뼈대로 삼아 새로운 음악적 요소를 붙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곡 구조를 꽤 많이 참조 한 것은 분명한 실수인 것이다. 여기에 “8년만의 신작” 이라는 빼도 박도 못하는 리얼리티가 가세, 점점 더 그 아쉬움의 강도는 커져만 간다.
하지만 결론을 내린다면 이 앨범은 쾌작은 충분히 된다. Still Not In This Alone 는 절대로 나쁜 앨범이 아니라는 점을 뒷밭침 하는 요소들이 매우 많고, 매우 번뜩이기 때문이다. Youth Of Today 스타일을 좀 더 멜로딕하게, 좀 더 모던하게, 혹은 좀 더 격렬하게 바꾸어 보고자 한 밴드는 많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도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결과가 많았다. 새로운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로의 관점에서도 꽝, 정통파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다운 컬트한 맛의 계승으로도 꽝인 앨범이 거진 다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Still Not In This Alone 는 확실히 다르다. 과도하게 자신들의 과거를 재사용 했지만, 그래도 앨범의 절반을 차지하는 곡들은 분명 “정통파적인 컬트한 묘미와 그 밴드들이 절대 가질 수 없던 새로운 느낌의 확보” 는 확실하게 해 낸 인상이기 때문이다. 모던함-멜로디어스함-이모셔널함을 서서히 끓어 오르게 만드는 것이라던지, 쓰래쉬코어적인 격렬한 하드코어 펑크적 묘미라는 의외의 한방, 그리고 이미 이런저런 밴드들이 꽤 성공적으로 행한 이 두가지의 혁신성보다 좀 더 위에 위치하게 만드는 유니크한 기타 리프들과 비트들의 과감한 등장들은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스타일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또 한번의 발전” 이라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터지는, 그러나 성공적인 측면으로 좀 더 기분좋게 봐 줄 수 밖에 없는 번뜩임이 멋진 앨범이라는, 긍정적이면서도 다소 냉정한 평이 필요한 앨범이다.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 명확하며, 청자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앨범이기도 하다. 일단 본인은 좋은 앨범으로 결론짓고 싶다. 단, The Geeks 는 차기작으로 명예 회복을 해야만 할 것이다. 어렵진 않을 것이다. What We Believe 의 그늘에서 벗어난 곡들만 잘 만들면 되니깐. 그리고 그러한 면모는 이미 데뷔 풀렝스 Every Time We Fall 에서 잘 보여 주었으니깐 말이다.
- Mike Villain
Defining Moments